"멀쩡한 해외 유명 투자사인줄…" 꾼에게 눈뜨고 코베인 개미

이승윤 기자(seungyoon@mk.co.kr) 2024. 8. 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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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악랄해지는 금융증권범죄
"바이오 호재 너만 알고있어"
유사한 상호로 투자자 홀려
주가 띄워 수백억 부당이득
BTS 군입대 미리 안 직원이
내부정보 악용해 손실 회피도
남부지검 합수단 수사력 집중
신종 시세조종 피해 최소화

"증권범죄 기법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허위뉴스 등에 속아 투자한 경우 시세조종 세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지만, 배상까지 과정이 지난한 만큼 처음부터 속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출범 3년 차를 맞이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를 이끌고 있는 공준혁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5기)는 리딩방,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포되는 '너만 알고 있어, 너니까 해주는 이야기인데~'라는 식의 가짜 투자정보에 절대 현혹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세조종꾼들이 개미투자자들을 끌어들여 고가에 주식을 매도하기 위한 밑밥에 불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각종 신종 기법이 등장하면서 최근 3년간(2021~2023년)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위원회에 통보된 불공정거래 사건은 13건, 18건, 23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무자본 인수·합병(M&A)을 비롯한 부정거래 혐의사건도 10건, 22건, 31건으로 증가했다.

유일하게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 사건만 77건, 56건, 43건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남부지검이 자본시장 위반 범죄들을 잇달아 기소하면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거래소에서 포착한 이상거래가 금융당국을 거쳐 남부지검으로 송치되면, 검찰은 수사를 통해 이상거래의 '전모'를 밝혀내고 법위반사항에 대해 기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 중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시세조종(주가조작)이다. 영화 '작전'에 나온 것과 같은 위장매매(통정매매, 가장매매), 매매유인목적행위, 시세의 고정·안정행위, 연계시세조종행위 등이 포함된다.

주포, 쩐주, 브로커 등 임무를 나눠 움직이는 점이 특징이다. 합수부가 지난 2월 총책을 구속기소하고 5월에 실사주 3명까지 구속기소한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은 부당이득액 합계가 6616억원에 달해 단일 종목 시세조종 범행 중 최대 규모 사건으로 꼽힌다. 3개 팀이 점조직으로 운영돼 지난해 10월까지 13개월간 330여 개의 실명·차명계좌로 영풍제지 주가를 3484원에서 4만8400원으로 14배 상승시켰다.

지난 3월 매매팀장을 포함해 41명을 추가 기소한 라덕연 조직의 8개 상장사 시세조종 사건은 대규모 기업형 시세조종으로 부당이득액이 약 7300억원에 달했다. 시장에는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도 알려져 있다.

사기적 부정거래는 허위 보도자료등을 퍼뜨려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말한다.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다'고 허위 양해각서(MOU)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리튬 광산을 발견했다'며 갑자기 안 하던 사업을 한다고 밝혀 주가를 부양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껍데기로 내세울 상장사를 무자본 인수한 후 상장사가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허위 공시해 주가를 부양하고 차익을 실행하는 '셸&펄(Shell&Pearl)' 방식에 특히 주의할 것을 검찰은 당부한다.

2년여 기간의 수사 끝에 지난달 검찰이 주가조작사범을 구속기소한 '미래SCI'(2021년 4월 상장폐지) 사건이 전형적이다.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후 2018년에 '65억원 상당 해외 유명 펀드 자금을 투자해 외국 암치료제 기술을 도입하고 바이오 사업을 할 것'이라고 허위 공시해 주가를 부양하고 합계 3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주가조작 사범은 해외 유명 펀드와 이름이 유사한 상호를 사용하는 벤처투자사와 결탁하고, 바이오 사업으로 유명한 상장사와 유사한 명칭의 페이퍼컴퍼니를 투자자로 공시하는 방법으로 주가 부양을 시도했다.

내부자 거래는 기업의 내부 정보를 활용해 거래하는 것이다. BTS의 군입대 사실을 미리 안 하이브 직원 3명이 2022년 6월 군입대·활동 중단 영상 공개 1~2일 전에 1억600만~4억8900만원에 이르는 하이브 주식을 매도해 지난 6월 불구속기소된 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활동 중단 영상 공개 이후 종가 대비 약 3300만~1억5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꼽히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수사 분야는 신응석 지검장(사법연수원 28기), 김종우 2차장검사(33기) 아래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공준혁),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 2부(부장검사 장대규), 가상자산합수단(박건욱 단장)으로 구성돼 있다.

2020년에 폐지됐다가 2022년 5월 재출범한 후 지난해 5월 '부'로 정식직제화된 합수부는 검사를 비롯해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 파견 직원들로 구성돼 호흡이 긴 금융증권범죄 수사를 맡고 있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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