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허비한 與野 '선택적 협치'… 8말9초 영수회담 가능성도

박윤균 기자(gyun@mk.co.kr),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2024. 8.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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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협의체 물꼬튼 정치권
증시폭락 등 경제위기 계기로
추경호·박찬대 협력기구 공감
양당 정책위의장 상견례 회동
"공통공약 80개, 입법 잰걸음"
간호법 등 이견적은 法 처리
尹·李 회담도 테이블 올라와
용산 즉답없지만 韓 "좋은 일"
특검·거부권 정국 뇌관 여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여야 원내 사령탑이 7일 '여야정 협의체' 설치에 공감대를 이룬 것은 증시 급락 등 경제 상황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 흘렀지만 정쟁만 계속했다는 국민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른 점을 여야 모두 의식했다는 얘기다.

야당의 법안 강행, 여당의 필리버스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등이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서 양쪽 모두 타협의 물꼬를 틀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도 해석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일 오전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민생경제가 더는 손쓸 수 없는 중병 단계에 접어들기 전에 정치권이 문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며 정부·여당에 △영수회담 개최 △여야정 정책 논의 기구 설치 △재의요구권 행사 중단 등 3가지를 요구했다.

먼저 관심을 모은 제안은 여야정 협의체 설치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간 이견이 없거나 크지 않은 민생법안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고 여야 간 이견이 있는 민생개혁 과제들은 8월 안에 여야정 협의를 개시하자"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하루 만에 긍정적 답변을 내놓은 셈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늘 박찬대 원내대표께서 여야정 협력 기구를 설치하자고 답변하신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원내수석 간 대화를 통해 여야정 협의체 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실무협상에 나서도록 하겠다"며 "여야정 민생 협의체를 구성해 국민을 위해 일을 하는, 민생을 위해 여야가 함께 일하는 국회로 복원시키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법안부터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상견례 회동을 하고 간호사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간호법,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 의무를 위반한 경우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 선고 권한을 부여하는 민법 개정안(구하라법)과 관련해 공감대를 이뤘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난 4·10 총선 당시 양당의 공통 공약만 대략 80개"라며 "국민의힘이 22대 국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31개 법안 중에도 이견이 크지 않은 법안이 꽤 있는 만큼 속도를 내서 입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전세사기피해자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22대 국회에서 처음 개최된 정책위의장 회담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오른쪽)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호영 기자

협치를 위한 영수회담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박찬대 직무대행은 "여야가 '톱다운 방식'의 논의를 통해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속도감 있게 대책을 모색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며 "경제 비상 상황 대처와 초당적 위기극복 협의를 위해 '여야 영수회담'을 조속히 개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오는 18일 민주당 전당대회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한 듯 일단 영수회담 수용 여부에 대해 즉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민생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과 마음을 모으고 정책에 관해 협의하는 건 너무 좋은 일"이라며 "격식, 형식 문제는 차분히 따지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협치가 걸음마를 시작하더라도 여전히 걸림돌은 존재한다.

먼저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논의 대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연금개혁과 세제개편도 테이블에 던져놓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민생 관련 입법을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연금개혁과 세제개편은 별도 특별위원회를 마련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또 민주당 측은 이재명 전 대표가 주도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반면, 추 원내대표는 "현금 살포 같은 법안, 정책에 대해선 단호히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야당이 추진하는 각종 특검이나 국정조사,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도 변수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2특검'과 채 상병 순직 은폐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방송 장악, 동해 유전개발 의혹 등 '4국조'를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8일 수사 대상을 추가한 더 세진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박 직무대행이 이날 "민생 관련 입법에 대해선 거부권 행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을 비롯해 노동조합법 개정안, 방송4법 등 6건의 법률안에 대해선 대통령이 모두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윤균 기자 /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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