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산업강국 함께하는 제조혁신 2.0] 불량 줄이려 공기중 이물질까지 잡아 … 수율 90%대로 '쑥'
초박막 팔라듐 도금 기술 등
車반도체 기술 뛰어났지만
수율·생산성 개선에 어려움
삼성, 전문가 20여명 투입해
출입자 동선·장비 마모 분석
품질 개선 솔루션에 웃음꽃
매경·삼성 공동 캠페인
"4000억원대였던 매출이 삼성의 도움으로 8000억원대까지 성장했습니다. 삼성에서 수혈받은 역량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조병학 해성디에스 대표)
최근 방문한 해성디에스 창원사업장. 창원국가산업단지 내에 있는 사업장은 9만9000㎡(약 3만평) 대지에 크고 작은 건물 8개가 자리 잡은 가운데 신공장 등 5개 건물이 추가 건설되고 있었다. 증설을 위해 직원들과 차량이 바삐 움직이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해성디에스는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으로 반도체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리드 프레임 등을 주력 제품으로 생산한다. 해성디에스는 리드 프레임 분야에서 국내 1위 기업이다.
리드 프레임은 한동안 수요가 주춤했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리드 프레임과 같이 신뢰성과 안정성이 높은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성디에스는 이 같은 점에 주목해 수년 내에 전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로 기술 개발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사의 반도체 후공정을 간소화해주는 해성디에스만의 '초박막 팔라듐' 도금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리드 프레임에 적용하는 등 특화 기술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볼그리드어레이(BGA) 서브스트레이트(반도체 기판) 부문에서도 공정 간 이동 시간과 거리를 줄인 '릴투릴' 방식을 도입했다. 통상 원자재를 시트 단위로 잘라 패키지 기판으로 만들지만, 해성디에스는 릴에 감아 연결된 상태로 제품을 만들어 원가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다만 제품 창고 등 물류시설 개선과 수율 향상 등 당면 과제가 적지 않았기에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2018년 해성디에스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사업에 참여해 큰 도움을 받았고 2021~2022년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위해 다시 한번 삼성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번 사업을 위해 삼성에서는 약 20명의 인원을 투입했다.
조진우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은 "당시 삼성은 반도체 기업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에 나섰고, 해성디에스는 급격히 늘어나는 물량 때문에 컨설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며 "투자를 더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생산·수율 관리가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품질 분석 부분에서 불량을 유형화하고 이물 성분 분석을 통해 개선 솔루션을 제공했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출입자 동선, 방진복 소재, 기기 내 컨베이어벨트의 마모도가 제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냈다. 또 제조 현장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대기 중 이물질 양을 대폭 줄였다. 해성디에스는 삼성의 조언을 적극 수용해 80% 후반이었던 수율을 90% 초반까지 높였다.
이 밖에 협력사와 함께하는 '패밀리 혁신' 추진, 제품 창고 자동화, 시스템·공급망관리(SCM) 지속 지원, 무인운반차량(AGV)의 추가·확대 등에도 초점을 맞췄다. 실제 방진복으로 갈아입고 생산공장으로 들어서니 무인이동장치가 제품을 옮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1500평 규모의 일반룸 현장에는 설비가 가득 배치돼 있었고 릴투릴 방식으로 BGA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혁신 과정에서 내부 반발도 없진 않았지만 현장에서 삼성 측과 해성디에스 직원들이 충분히 대화하면서 마음을 열어갔다고 한다. 조병학 해성디에스 대표는 "직원들이 불안해하기도 했지만 경험이 풍부한 삼성 측 인력들이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면서 회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의 성과급 제도를 받아들여 성과를 직원들과 공유해온 점도 직원들이 제조 혁신에 동참하는 데 기여했다.
수율 개선은 영업이익과 매출 증대에도 기여했다. 2020년 매출은 4587억원이었지만 2021년 6554억원, 2022년 8394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영업이익도 2044억원을 달성하며 '알짜 기업'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불황으로 매출이 6618억원으로 줄었지만 해성디에스는 약 3800억원을 들여 공장 규모를 15만7000㎡로 늘리는 공사를 하고 있다.
조 대표는 "다운턴(불황기) 때 미래를 준비하는 게 삼성이 30년간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전략"이라며 "이번 다운사이클에서도 기술 개발과 생산능력 확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해성디에스에는 기술 개발 인력 250여 명을 포함해 총 1400여 명의 임직원이 재직하고 있다. 2022년에는 필리핀 생산공장을 인수해 글로벌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매출 중 99%가 수출일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수출국은 중국을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다. 메모리 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분야의 선도 기업, 반도체 후공정 아웃소싱(OSAT)의 세계 1~3위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지난해 해성디에스는 매출 8000억원, 수율 90%, 무(0)사고를 목표로 하는 '890'을 내세웠지만 달성에 아쉬움이 있었다. 올해 목표는 '어게인 890'이다. 2026년에는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조 대표는 "삼성에서도 이미 칼을 빼 들었으니 끝장을 한번 보자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해성디에스도 스마트공장의 최고 사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사업은 지난해 마무리돼야 했지만 "더 지도해달라"는 해성디에스 측 요청에 따라 사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원포인트 방식으로 두 회사의 동행이 계속되고 있다. 기존에는 수율과 생산성에 초점을 뒀다면 향후에는 시스템 오퍼레이션 고도화,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지원까지 영역을 확장한다.
[창원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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