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화인가 스캔들’, 차라리 사극을 하지[봤다 OTT]

하경헌 기자 2024. 8. 7. 1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화인가 스캔들’ 포스터.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유구한 한국 드라마의 역사 속에서 이른바 ‘막장 드라마’라 일컫는 치정복수극의 지분은 면면히 이어져 왔다. 시간이 지나 한국 드라마의 판도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막장 드라마’의 지분은 변하지 않았다.

올해도 치정을 앞세운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괜찮은 성적을 올렸고, ‘막장의 대모’라 불리는 김순옥 작가의 ‘7인의 탈출’ ‘7인의 부활’ 시리즈는 지상파 황금시간대에 안착했다. 비교적 최신의 플랫폼으로 일컬어지는 OTT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2022년 넷플릭스 ‘블랙의 신부’가 OTT 치정극의 시작을 알린 후 올해는 고등학생으로 나이대를 낮춰 ‘하이라키’를 공개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화인가 스캔들’을 공개해 이 대열에 합류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화인가 스캔들’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태원엔터테인먼트 제작, ‘사랑만 할래’ ‘세자매’의 최윤정 작가의 합류 등으로 이미 드라마의 정체성은 조금 선보인 셈이 됐다. 지난달 3일부터 31일까지 10회 분량을 다 공개한 ‘화인가 스캔들’은 OTT에서 ‘막장 드라마’의 형태가 어떻게 가공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줄거리는 대기업 화인그룹을 배경으로 한다. 성공을 위해 달리는 주인공 오완수(김하늘)가 남편의 불륜 등 악재 속에서도 기부재단을 지키려다 목숨이 노려지게 되고, 마침 이를 구한 경호원 서도윤(정지훈)이 찾는 지인 살인범의 그림자와 겹치면서 두 사람이 재벌가의 비밀을 탐구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각종 치정과 욕망, 계산을 앞세운 캐릭터들이 뒤섞이고 가끔 유머 코드와 액션 코드가 들어온다. 굳이 디즈니플러스라는 이름을 떼고 보면 수많은 채널의 아침 또는 일일 또는 주말극에서 보던 줄거리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화인가 스캔들’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어찌 된 일인지 ‘화인가 스캔들’의 감정은 과잉돼 있다. 사소한 일에 화내고 슬퍼하고 기뻐하는 인물들 때문만은 아니다. 앵글은 별 의미 없는 장면에도 ‘느린 화면’이 걸리거나 발라드 노래가 깔리면서 감정을 증폭하고, 카메라는 좌우, 위아래 심지어는 비스듬하게 현란하게 돌아간다.

그다지 많은 반전과 탐구가 필요 없는 이야기를 단지 ‘스타일리시하게 편집하자’하고 고민한 흔적이 보일 뿐이다. 그런데 의외의 재미는 다른 곳에서 나온다.

배우 서이숙이 연기하는 박미란은 여지없이 사극에 나오는 표독스러운 대왕대비의 모습이다. 머리에 잔뜩 힘을 준 ‘올림머리’ 역시 이를 상징한다. 그와 오완수가 대립하는 장면은 인상을 남긴다. 서이숙의 연기 변신에 마냥 시어머니에 당하지만은 않는 며느리의 악다구니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화인가 스캔들’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여기에 그룹 부회장인 남편 김용국(정겨운)이 왕세자라면 그의 왕손이 돼 왕위를 잇기 위해 그의 내연녀 장태란(기은세)이 아들 준희를 내세우는 모습은 전형적인 조선시대 사극 욕망의 후궁이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는 욕망만큼 재벌가의 ‘무수리’ ‘군졸’로 보일 많은 하인들에게 무시당하기도 한다.

차라리 이 얼개로 사극을 만들었으면 더욱 참신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사극 막장 역시 우리에게는 익숙하긴 하지만, 사극이라고 한다면 예쁜 화면의 퓨전사극에만 익숙할 K-드라마 해외 팬들에게는 꽤 신선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하늘도 정지훈도, 카메라도 음악도 모두 자신의 감정에만 과잉된 ‘화인가 스캔들’은 차라리 사극으로 만들어 감정 발산에 충실했으면 나았을 듯하다. 재벌가와 사극은 그만큼 닮아있다. 다소 이해 안 되는 내용이라도 시대의 이유로 이해시키는 ‘사극 허용‘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극 중 집의 이름도 마치 궁궐을 연상시키는 ‘대정궁’이 아니던가.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