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받은 카드사도 환불 책임"… PG사 도미노 부실 차단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8. 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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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꺼내든 티메프 환불 분담
카드결제 취소절차 완료땐
중간에 있는 PG사가 물어줘
티메프 지불불능땐 독박
"대형 PG사도 감당 안된다"
정부, 티메프 사태 추가대책
이커머스 정산기한 단축하고
판매대금 별도 예치 의무화
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금융지원센터에 마련된 위메프·티몬 전담 창구. 연합뉴스

정부가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를 두고 카드사 책임 분담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카드결제 취소와 환불 과정에서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서는 안 된다는 문제 의식 때문이다. 특히 손실흡수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카드사들이 고통 분담에 나서주면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 절차가 더 원활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금 정산 과정에서 카드사가 PG사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수료를 수취해간 만큼 책임 분담 요구에 대한 명분도 큰 상태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판매자의 대금 정산에는 통상 2.2% 정도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이 중 2%는 카드사, 0.1~0.2%는 PG사가 가져간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와 PG사가 대금 결제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아간 만큼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현재 구조에서는 PG사가 그 책임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PG사는 판매업체인 티메프와 실제 결제를 담당하는 카드사와 각각 계약을 맺고 있다. 카드사는 티메프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아니다. 카드취소 절차를 완료하면 카드사와 PG사의 계약 문제는 해소되고, 티메프가 지급 능력이 부족할 경우 손실액에 대한 부담은 PG사가 떠안는 구조다.

이커머스 시스템은 '소비자→카드사→PG사→오픈마켓(티메프)→판매자' 순서로 구매대금이 결제·정산돼 왔다. PG사는 이미 대금을 티메프에 입금한 후 돌려받지 못했지만, 이번 사태 후 소비자에게 선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PG사는 향후 티메프에 구상권을 청구해 손실액을 배상받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티메프의 상황을 고려하면 돈을 떼일 우려가 크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주 안으로 일반 상품에 대한 환불 절차를 완료하기로 하면서 PG업계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한 PG 업계 관계자는 "PG는 현금을 2~3일 단위로 운용하기 때문에 대형PG사조차 티메프 환불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만약 티몬·위메프 환불을 일괄적으로 할 경우, 역으로 수수료 대비 최대 1000배에 달하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환불 과정에서 이커머스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금력이 약한 영세 PG사들이 티메프 환불을 감당하다 자칫 다른 소상공인의 정산금액을 제대 지급하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PG사들은 해외 가맹점으로부터 이용대금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정산대금이 정상 지급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문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현재 피해 규모를 감안하면 PG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다만 카드사가 판매대금에 대한 수수료를 받아간 만큼 환불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분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결국은 리스크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나눠서 질 필요가 있다"며 "결제 운영방식을 따져보고 PG사와 카드사에 각각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지를 살펴 분담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드업계 역시 고통분담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카드사들은 PG사들 대비 손실흡수능력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대손준비금 전입 후 기준)은 2조90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원가량 늘었다.

다만 카드업계는 PG업계와의 상생방안을 논의하기 전에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법률과 계약에 따른 책임 주체, 피해 규모 등이 명확하게 규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도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면 머리를 맞댈 의향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상거래 문제의 원인과 책임 소재 등이 가려지고, 책임져야 할 곳에서 책임을 지는 원칙이 먼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는 전날 당정협의를 통해 논의된 티메프 사태 제도개선 방안을 구체화했다. 우선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기한과 대금 별도 관리를 법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대규모 유통업법을 개정해 티몬·위메프와 같은 거래 중개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기한을 정한다.

그동안 대규모유통업법은 쿠팡 등 상품을 직접 납품받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업체들에만 적용됐는데 적용 범위를 온라인 중개업체로까지 넓히는 것이다.

이커머스의 정산 기한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향후 논의를 거쳐 기존 대규모 유통업자에게 적용되는 기한(40일)보다 짧게 설정할 예정이다. 또 판매대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일정 비율을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등으로 별도 관리하는 방안을 의무화하고, 판매대금 유용도 금지한다.

또 이커머스와 계약을 통해 판매대금을 보관하는 PG사의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기준에 못 미치면 업무정지나 등록 취소를 할 수 있는 근거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포함한다.

[유준호 기자 / 임영신 기자 / 한재범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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