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길 잘했다”…올림픽 결승만 남은 전지희[올림픽x스토리]
“지희야 내 말이 맞았지?”라는 한 사람의 인삿말에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는 말없이 안겼다.
3년 전 도쿄에서 눈물만 흘렀던 전지희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파리에서 자신의 마지막 꿈을 이뤄가고 있는 전지희는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실무 부회장(55)에게 “(메달 도전은) 이제 시작이에요”라고 말했다.
전지희는 지난 6일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팀 동료인 신유빈(20), 이은혜(29·이상 대한항공)과 힘을 합쳐 스웨덴을 3-0으로 꺾고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체전 4강에 올랐다.
한국 탁구가 여자 단체전에서 4강에 오른 것은 2012 런던 올림픽(4위) 이후 처음이다. 오는 8일 준결승에서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2008 베이징 올림픽(동메달) 이후 첫 단체전 메달의 영광도 누릴 수 있다. 전지희는 “탁구를 포기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며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중국 허베이 출신의 전지희는 2008년 한국으로 건너와 2011년 귀화한 선수다. 워낙 탁월한 실력에 금세 태극마크를 단 그는 에이스 역할을 도맡았으나 최고 성적은 언제나 5위였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선 본인이 전승을 기록했지만 8강에 그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김 부회장은 “(전)지희가 소속팀과 계약까지 끝나면서 흔들릴 때 (자신이 총 감독인) 미래에셋증권 입단을 권유하면서 ‘너도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 장담이 이제 정말 이뤄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꿈을 포기하지 않은 전지희의 귀인은 누가 뭐래도 ‘띠 동갑’ 동생인 신유빈이다. 도쿄 올림픽까지만 해도 에이스를 다투는 경쟁자였지만 그해 도하 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누구보다 가까운 단짝이 됐다.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는 두 사람은 2023년 더반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은메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선 같은 중국계 귀화 후배인 이은혜(29·대한항공)까지 가세해 4강에 올랐다.
전지희는 “사실 탁구를 시작하면서 결승이라는 큰 무대에 올라가는 게 꿈이었어요. (신)유빈이를 만나면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두 번 올라갔고, 올해는 또 올림픽에서도 (결승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잖아요?”라며 “유빈이가 대표팀에서 들어와서 제가 참 많이 바뀌었네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유빈이만 보면 희망이 생겨요”라고 강조했다.
전지희는 자신이 태극마크를 달고 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과 팔꿈치 통증은 여전히 그를 괴롭힌다. ‘할 수 있다’며 자신을 다그치고 있는 전지희는 ”돌아보면 아픈 게 많아요. 앞을 보면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어요“고 말했다.
전지희는 올림픽 메달로 신유빈을 비롯한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올림픽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는 ”(신)유빈이가 여러 국제대회에서 랭킹을 끌어올린 덕에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도 좋은 시드를 받을 수 있었어요“라며 ”(메달을 따면) 조금 더 편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전지희는 평소 자신을 ‘언니’라 칭한다. 대표팀에서 그가 갖고 있는 책임감을 잘 상징하는 표현이다. 신유빈은 ‘맏언니’의 리더십이 ”언니의 실력“에서 나온다고 말했고, 이은혜는 ”책임감“이라고 평가했다. 이은혜는 ”마음이 따뜻하다. 자기 경기가 있는데도 우리를 신경 써 주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지희가 꿈꾸는 올림픽 결승을 가로 막을 상대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승리하면 은메달 확보, 진다면 3위 결정전에서 동메달에 도전하게 된다. 파리 올림픽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는 전지희는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후회 없이,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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