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개발툴 무료 배포···양자컴 생태계 키운다
수백년 걸릴 문제 수초만에 해결
양자컴 사용인구 年 50%씩 증가
IBM, '퀴스킷' 오픈 소스로 공개
최적 플랫폼 제공 퀀텀점프 선도
“고전 컴퓨터가 일반 카메라라면 양자컴퓨터는 드론에 붙인 카메라입니다.”
IBM에서 양자컴퓨터 사업을 이끄는 표창희 양자컴퓨팅 사업본부장(상무)은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이같이 표현했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의 한계로 컴퓨터의 발전 속도가 더뎌지면서 완전히 혁신적인 방식의 ‘연산 기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서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 슈퍼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되는 양자컴퓨터다. 업계에서는 자체 기술력 확보와 더불어 글로벌 선도 생태계에 빠르게 참여해 최첨단 기술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중첩·얽힘으로 연산 한계 극복=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작동하는 컴퓨터다. ‘0과 1’의 2진법으로 작동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과 1의 상태에 동시에 있을 수 있는 ‘중첩’ 상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중첩 상태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00, 01, 10, 11 등으로 동시 활용이 가능할 수 있다. 이 기본 정보 단위가 ‘큐빗’이다. 여기에 ‘얽힘’이라는 특성까지 더하면 양자컴퓨터로 현대 컴퓨터가 수행할 수 없는 복잡한 계산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기존 컴퓨터가 계산을 순차적으로 처리(직렬 연산)하는 데 비해 양자컴퓨터는 얽힘 상태를 이용해 병렬 연산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개의 문 중 외부로 나갈 수 있는 하나의 문을 찾으려면 기존 컴퓨터는 첫 번째 문부터 100개를 순차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100개의 문을 한꺼번에 확인해 그중 외부로 나가는 문을 찾아낸다. 천문학적인 선택지가 존재하는 분자 시뮬레이션, 복잡한 최적화 문제, 암호 해독 등 기존 컴퓨터가 수십~수백 년에 걸려 풀 문제를 훨씬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만 많은 기대와 달리 양자컴퓨터가 모든 면에서 기존 컴퓨터를 뛰어넘는 것은 아니다. 병렬 연산을 기반으로 최적화 문제 등 특정 분야의 연산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한 성능을 보일 뿐이다. 표 상무는 “기존 컴퓨터와 양자컴퓨터가 갖는 장단점이 확실히 다르다”며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연산하기에 규모가 너무 크거나 너무 오래 걸리는, 다루기 힘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컴퓨터의 한계를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 우위 임박’ 퀀텀 시대로=IBM은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뛰어넘는 ‘양자 우위’의 기준으로 1000큐빗을 예상한다. 큐빗의 연산 능력이 ‘2의 n승’으로 개선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0큐빗은 정부가 2030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100큐빗 대비 무려 ‘2의 900승’ 배에 달하는 능력을 갖는다.
IBM은 지난해 1121큐빗으로 구성된 양자 프로세서 ‘콘도르’를 공개했다. 기술적으로는 양자 우위에 이미 거의 근처까지 다가간 셈이다. 다만 오류를 최소화해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실제 양자컴퓨터 시스템으로는 133큐빗의 ‘헤론’ 프로세서 3개를 연결해 산술적으로 399큐빗 성능을 갖춘 ‘퀀텀 시스템 투(Ⅱ)’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IBM은 내년에 156큐빗으로 성능이 개선된 헤론 프로세서 7개를 연결해 1092큐빗의 양자컴퓨터를 만들 계획이다.
극도로 예민한 양자를 정확하게 제어하기 위해 IBM은 양자컴퓨터에 절대온도(영하 273도)에서 전류 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로 큐빗을 만든다. 이온 트랩, 중성원자 등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다른 방식들도 연구되고 있지만 현재 가장 실용화에 가까운 방식이다. IBM의 양자컴퓨터 외피를 벗겨보면 초저온을 위한 장치들이 마치 샹들리에처럼 화려하게 펼쳐진다.
◇양자 생태계도 활성화=현재 양자컴퓨터는 주로 연구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실용화에도 거의 임박한 단계다. 표 상무는 “공식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빠르면 3년, 길어도 5년 안에는 (상용화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IBM에 따르면 양자컴퓨터를 사용하는 인구는 매년 50%씩 증가하고 있다. 관련 누적 투자액은 전 세계적으로 350억 달러(약 48조 3700억 원)에 달한다. 실제로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가 IBM과 협력해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화학 작용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양자컴퓨터를 활용하고 있고 글로벌 화학 회사인 엑손모빌과 미쓰비시화학, 항공기 제조사 보잉 등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IBM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SW)를 결합한 양자컴퓨터의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포춘 500대 기업과 글로벌 스타트업, 연구기관 등에 속한 약 290개의 기업·기관이 현재 ‘IBM 양자 네트워크’에 속해 양자컴퓨터 관련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두산·서울대·연세대 등이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는 올해 하반기에 127큐빗의 ‘IBM 시스템 원’을 올해 실제 도입해 정밀의학 분야의 연구개발(R&D)에 활용할 예정이다.
생태계 확장을 위해 IBM은 양자컴퓨팅 SW 개발 도구인 ‘퀴스킷’을 완전한 오픈소스로 제공 중이다. 현재 양자컴퓨터 이용자의 약 80%가 퀴스킷을 기반으로 이용하고 있다. 회사는 IBM 양자컴퓨터에 최적화된 플랫폼의 확산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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