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기업집단 규제 큰 틀은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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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집단 규제는 문어발식 계열 확장과 선단식 경영이 보편적이었던 40여 년 전 상황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행동주의 펀드 등에 의한 감시가 활발해진 현재 상황에는 맞지 않고 다른 나라에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게 그 이유다.
대기업집단 규제가 다른 나라 경쟁법에 없는 독특한 제도인 것은 맞다.
따라서 대기업집단 규제를 폐지하거나 큰 틀을 변경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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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집단 규제는 문어발식 계열 확장과 선단식 경영이 보편적이었던 40여 년 전 상황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행동주의 펀드 등에 의한 감시가 활발해진 현재 상황에는 맞지 않고 다른 나라에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게 그 이유다.
맞는 주장일까. 현 상황을 평가해볼 때 아직 사회적 감시 시스템의 작동 정도가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 대기업집단 규제가 다른 나라 경쟁법에 없는 독특한 제도인 것은 맞다. 하지만 대기업집단 문제가 주로 상법상의 제도를 통해 주주 간 소송에 의해 규율되는 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상법 제도가 충분히 실효성 있게 작동한다고 볼 수 없어 상법 규율만으로 대기업집단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기업집단 규제를 폐지하거나 큰 틀을 변경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기업집단 규제의 중점을 어디에 둬야 할까. 경제력 집중의 억제보다는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에 중점을 둬야 한다. 기업이 계열사 수를 얼마나 늘릴지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영전략의 문제로 기업이 스스로 판단할 사안이다. 국민 경제적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기업의 규모 확장 등 경제력 집중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사전 규제는 가급적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대기업집단 문제의 핵심은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이고 기업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은 대주주 사익 추구 행위의 문제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설계된 부당 지원, 사익 편취 규제와 같은 사후 규제와 시장 감시는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대기업집단 규제의 큰 틀을 유지하되 경제 환경 변화에 맞지 않거나 비합리적인 규제는 개선해 나가야 한다. 첫째, 사전 규제가 적용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지정 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48개 기업집단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1위 삼성그룹과 48위 이랜드그룹 간 자산 차이가 52배나 되고 상위 5개 그룹의 매출액이 전체 88개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4%로 절반이 넘는다. 이처럼 경제력 차이가 현격한 기업집단들에 대해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보다는 규모가 큰 상위 집단을 사전 규제의 적용 대상으로 하고 하위 집단에 대해서는 사후 규제와 시장감시 제도만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의결권 제한을 받는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규정은 금융·보험사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한국표준산업분류의 내용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 분류에 기계적으로 의존하면 외부자금 모집이나 자금 중개를 하지 않아 금융업의 본질에 맞지 않는 자기 자금 운용회사까지 규제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의결권 제한 대상을 금융·보험 관련 법령의 적용을 받는 회사로 국한하자.
셋째,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CVC의 외부자금 조달 및 해외 투자에 대한 규제로 벤처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규제 한도를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여야 간 대립으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란다.
[신영선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공정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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