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반이민 폭동에 英, 무관용 천명…가담시 '테러 혐의' 기소
反이민 폭력집회에 400명 체포…수용시설 과밀화에 가석방 추진도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영국 검찰은 자국 내 반(反)이민 폭력시위가 13년 만에 최악의 폭동으로 치닫자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가담자들은 테러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키어 스타머 총리도 치안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검경의 강경 대응에 힘을 보탰고, 교도당국은 피의자 구속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수감시설 확충에 나섰다.
스티븐 파킨슨 영국 검찰국장은 6일(현지시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폭동 수사에 착수했다며 가담자들을 신속히 법정에 세우기 위해 테러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 사례가 적어도 한 건은 있다"며 "이념 설파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체계적인 조직이 심각한 혼란을 계획하고 있다면" 테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파킨슨 국장은 또한 "이 무질서에 휘말린 많은 이들을 즉각 투옥하는 양형 기준이 있다"며 "의심할 여지 없이 그들은 감옥에 간다"고 강조했다. 테러 혐의가 적용되면 경찰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없이도 긴급 체포 피의자를 유치장에 감금할 수 있는 기한이 최장 24시간에서 14일까지 늘어나 수사에 속도가 붙게 된다.
검찰총장 출신인 스타머 총리도 치안 안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보고 폭동 가담자들은 원칙대로 처벌한다는 입장이다. 로이터 통신과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그는 이날 일명 '코브라(COBRA)'라고 불리는 긴급 안보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무질서에 연루된 사람은 누구든 법의 힘을 온전하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폭력시위가 열린 지난 일주일간 400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100명이 기소돼 선고를 앞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첫 번째 의무는 지역 사회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경찰의 대응이 필요한 곳에 경찰력을 투입하고 지원이 필요한 곳에는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날 극우단체들은 영국 전역에서 최소 39개의 이민센터를 공격하는 계획을 공유했다. 이에 경찰은 기동대원 6600명을 센터 주변에 배치했다. 잉글랜드·웨일스 법률협회도 극우단체로부터 이민센터 공격을 예고 받았다며 센터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이민센터는 영국 이민국이 공인한 법률회사로 정착 외국인의 각종 비자 신청 및 이민 수속 업무를 도와준다.
영국 법무부는 이날 피의자 구속 증가에 따른 수용시설 과밀화 문제에 대비하고자 모범수를 조기 석방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지난 2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수감자 수는 8만7362명으로 전체 수용 정원(8만8818명)의 98%에 달한다.
영국 교도소장 협회의 칼 데이비스 부회장은 이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5년 미만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감자 약 2000명이 조기 석방될 경우 오는 9월부터는 과밀 환경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했다. 스타머 총리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했던 2011년에도 폭동이 발생해 수감자 1000여명을 가석방한 전례가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영국 머지사이드주(州) 리버풀의 해안마을 사우스포트에 자리한 어린이 댄스 교실에 19세 소년이 난입해 흉기를 휘둘러 6~9세 어린이 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피의자가 이슬람 이민자이며 범행 당시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쳤다는 잘못된 정보가 온라인을 타고 빠르게 확산하면서 극우단체를 중심으로 반(反)이민·이슬람 폭력 집회가 연일 개최됐다.
사건 초기 경찰은 18세 미만 피의자의 신상 공개를 금지하는 법률에 따라 현행범으로 체포된 소년이 이민자가 아닌 웨일스 태생이라는 점만 확인해 줬다. 그러자 극우단체에선 경찰이 이민자를 감싸고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됐고, 지난 1일 리버풀 법원은 예외적으로 소년의 이름을 공개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폭력집회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해 2011년 런던에서 20대 흑인 남성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발생한 폭동 이후 13년 만에 최악의 폭동으로 비화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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