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로봇·AI가 애국심을 가진다면? [더 머니이스트-조평규의 중국 본색]
중국 로봇산업의 경쟁력
중국에서 로봇은 제조업의 왕관으로 불립니다. 중국은 자동차, 전기,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세계 최대의 로봇 소비국이기도 합니다. 중국에서 로봇산업에 대한 연구개발, 제조, 응용은 과학 기술 혁신과 고급 제조업 수준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중국 공신부(工信部)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의 표준화를 더욱 강화하고 건전한 경쟁을 지도하며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산업용 로봇 표준조건과 관리시행조치’를 개정하고 2024년 8월 1일부터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로봇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정책적 지원을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입니다. 2016년 국무원의 ‘135 계획’에서 산업용 로봇 핵심기술과 부품 확보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되었습니다.
2021년 발개위(發改委)의 ‘145 계획’에서 ‘스마트 제조 로봇산업발전규획’을 발표하며 진일보한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올해 국무원은 대규모 설비의 갱신에는 로봇으로 이구환신(以舊換新) 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습니다. 지난 7월 끝난 20기 3중전회의 핵심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으로 요약되는 기술 강국 건설입니다.
중국의 로봇산업 시장과 기술
글로벌 로봇 산업의 가장 큰 시장은 중국으로 세계 1위입니다. 올해만 해도 중국의 로봇 시장 규모는 80억달러(약 10조9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인간 모습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AI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AI 산업 로봇 시장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5% 이상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생산 현장에서 산업용 로봇은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은 COVID-19 기간 중 산업용 로봇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로봇 제조 생산비가 낮아지고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과 인건비의 가파른 상승으로 서비스용, 가정용, 의료, 헬스, 교육 등 관련 분야에서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로봇기술개발과 시장 성장을 추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중국 심천의 로봇회사인 유비테크(UBTech, 優必選)는 바이두(Baidu) 대형언어모델(LLM)을 탑재해 사람과 거의 유사한 사물 인식과 행동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 S(Walker S)'를 공개했습니다. 이는 로봇이 더 지능적이고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다양한 산업에서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중국의 로봇 기술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시각 알고리즘, 움직임을 부드럽고 정확히 제어하는 모션컨트롤과 초정밀 감속기, 의료 로봇, 무인 배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해외 생산 기지에는 로봇이 대세
미국이 중국산에 대한 전면적인 진입장벽을 세움에 따라 이를 회피하기 위해 국외로 제조 기지를 옮기는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국이 투자한 해외 현지에서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생산직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지 않은 규격화 된 로봇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로봇은 인건비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지면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이 새로운 추세입니다.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전 세계의 생산라인에 중국산 로봇을 공급한다는 전략은 분명해 보입니다.
중국의 경쟁력 확보는 우리에게 위기
중국은 전통적으로 기술보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을 확대해 왔으나, 로봇 분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중국이 로봇 자체의 기술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국내의 생산 현장에 전면적으로 로봇이 확대될 것인지는 중국 내 실업문제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스마트 제조에서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처한 치명적 위기입니다.
중국에서 잘나가는 로봇 기업들은 증시에 상장하고 있지 않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상장 기업은 공시의무도 없어 정보의 유출이 차단되고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도 견제를 받지 않습니다.
중국 로봇이 애국심을 가진다면?
중국 정부는 해외에 수출한 로봇을 통해 현지 생산에 투입된 로봇이 생성한 데이터를 중국으로 가져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가 로봇에게 애국심을 유발하는 칩을 심어 놓는다면 통제가 거의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로봇 기술과 결합한 군사용 ‘로봇 군인’이 광범위하게 배치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중국이 로봇을 군사 안보용으로 활용할 경우에는 우리의 안보에도 직접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모든 산업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중국
제조업의 로봇 밀도(노동자 1만 명당 로봇 대수)는 한국이 1000대 이상으로 세계 제1위지만, 현재 400대 수준의 중국이 시장 규모와 정부의 지원 그리고 가격 경쟁력을 갖고 우리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로봇 기술의 미래는 인재 확보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에서 훈련받은 유학생 출신의 기술 인력을 중국 정부가 나서서 유치하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로봇산업이나 양자컴퓨팅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위협적인 경쟁자로 인식하고,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수출제한과 동맹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 없이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생존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중국 로봇산업의 약진을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자체적으로도 대(對)중국 대비책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 한반도선진화 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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