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반지하서 30대 쓸쓸한 죽음… 짙어진 ‘청년 고독사’ 그림자
구직 실패로 외부 단절… 아사 추정
고향의 가족과도 생전 교류 안 해
30대 10명 중 4명 “고독사 우려”
전문가 “청년층 나홀로죽음 ‘사각’
관계 단절로 인한 사망 대책 시급”
주로 고령층의 문제로 여겨졌던 ‘고독사’가 20∼30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 연령대를 중심으로 1인 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다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젊은 고독사’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구직을 위해 지난해 11월 상경해 생전 월세 20만원을 내며 혼자 살아왔다고 한다. 이날 이 골목에서 만난 한 주민은 “서울에서 제일 방세가 싼 곳이 이 동네”라며 “일용직이 많고 동남아에서 돈 벌러 온 사람들도 산다. 20만∼30만원 월세도 못 내는 사람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구직 실패가 이어지자 김씨는 외부와 교류 없이 주로 방 안에서 생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웃 주민과 인근 상인들은 대부분 김씨라는 사람이 그곳에 살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고향인 강원 강릉에 김씨의 부모가 살고 있고, 친오빠 등 친지가 있지만 생전 교류는 없었다고 한다.
관할인 양천경찰서 신월1파출소 관계자는 김씨와 같은 죽음이 드물지 않다고 설명한다. 고독사예방법에 따라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시간이 흐른 후 발견되는 죽음을 고독사로 정의하는데, 다세대주택가 등지에서 무직 상태로 은둔하는 20∼30대의 상당수가 고독사 위험에 노출돼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내놓은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10∼30대의 고독사는 2017년 204명에서 2021년 219명으로 늘었다. 지난 5년간 고독사의 45∼52%를 차지해 대표적 고위험군으로 꼽히는 ‘5060 남성’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사회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간주되는 20∼30대의 고독사 비중 역시 5년간 꾸준히 5~6%대에 머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고독사 방지 대책의 대상에서 배제됐던 청년층의 고독사 문제가 매우 심각하며, 주거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청년을 복지대상자로 편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병선 경기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증가하는 1인가구, 고독사 현황과 대응과제’ 논문을 통해 “20~30대 청년은 직장, 시험준비, 취업준비와 실업으로 인한 우울과 스트레스, 이에 따른 사회적 체념과 고립으로 고독사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독사 대응 시범사업의 현주소를 보면 최근 고독사 위험 집단으로 규명된 청년 등을 위한 예방사업은 상대적으로 적게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들을 위한 관계망을 만드는 비영리재단 ‘니트생활자’의 박은미 공동대표는 “구직의 어려움과 불안정한 일자리, 이에 따른 빈곤과 우울·무기력으로 위축돼 방 안에 고립되고 외부와 관계를 맺지 못하는 청년들의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최근 고립, 은둔 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와 지원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관계 단절로 인한 고독사를 막기 위한 대책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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