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라는 언어로 노래한 꿈…경향실용음악콩쿠르 수상자 인터뷰
제18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 수상자들이 발표됐다. 중학, 고등부 보컬 부문, 중학부 악기 부문(드럼), 고등부 악기 부문(베이스), 대학·일반 악기 부문(색소폰)에서 각 1명의 대상 수상자들이 나왔다.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경향신문이 함께 만든 ‘한국음악저작권협회장상’의 수상자로는 중, 고등부 작곡 및 싱어송라이터 부문에서 은상을 받은 이승현군(19·호원고 3)이 선정됐다.
지난달 16~31일 서울 강동구 호원아트홀에서 열린 이번 콩쿠르에는 875명이 참가를 신청해 예년(758명)보다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시상식 및 입상자 연주회는 오는 22일 홍대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열린다.
대학·일반부 악기(색소폰) 대상 김상범
시작은 클래식 색소폰이었다. 클래식은 완벽을 추구한다. 좋아서 시작한 음악인데, 어느 순간 자신이 하는 연주에 ‘맞고 틀림’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완벽’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애쓰며 음악을 해야 하는 걸까.
김상범씨(26·서울예대 졸업)의 고민은 서울예고에서 재즈를 하는 친구들을 만나며 해결됐다. “그들이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재즈는 ‘불안정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김씨는 재즈 색소폰으로 전향한 뒤 비로소 자유로움을 얻었다.
이번 경연 곡들도 그런 ‘자유로움’을 보여줄 수 있는 것들로 골랐다. 그는 리 콘니츠의 ‘서브컨셔스 리’, 그리고 ‘TMI’라는 제목의 자작곡을 연주했다. “여러모로 도전적이고 과감했던 선택이었어요. 제가 들려주고 싶은 음악, 목소리를 특정한 형태에 맞추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불안정한 사운드, 정해진 틀에 맞추지 않은 음악. 그가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들은 결국 그가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삶’에 관한 이야기였다. “제가 이룬 것들, 제가 쥐고 있는 것들이 저를 대변하지 않는 삶을 꿈꾸거든요. 제가 걷고 싶은 속도대로, 걷고 싶은 방향대로 걸어가면서 보이는 것들에 이름을 지어주고, 가치를 부여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고등부 악기(베이스) 대상 임재원
원래 기타를 치던 임재원군(18·홈스쿨링)이 베이스로 악기를 바꾼 이유는 손에 땀이 많이 나서였다. 음악을 좋아해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땀 때문에 연주가 쉽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베이스를 만났다. 다른 악기도 많았는데, 왜 하필 베이스였을까.
임군은 “베이스의 특이함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베이스는 식사 메뉴로 따지면 ‘밥’ 같은 악기다. “없으면 안 되는데, 또 있으면 잘 모르고, 없으면 허전한 그런 악기예요. ‘있는 게 당연한’ 악기예요. 손에 땀이 나는 건 베이스를 할 때도 단점이지만, 그래도 기타보다는 나으니까요.”
그는 2019년부터 매해 베이스로 경향실용음악콩쿠르에 도전했고, 이번에 처음 대상을 탔다. “본선에서도 떨어질 줄 알았거든요. 상 받으려고 하지 말고 그냥 실력을 늘리는 데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했어요.”
그는 대회 때마다 무거운 콘트라베이스를 이고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대상 수상 소식도 기차에서 들었다. “광주에 도착하기 30분쯤 전에 결과 홈페이지를 계속 ‘새로고침’ 했는데도 안 뜨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기다리고 있는데 반주해줬던 형에게 ‘너 대상이래’ 라는 연락이 왔어요.”
그는 “음악이 제2언어라고 한다면, ‘예쁜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고등부 보컬 대상 최시아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음악을 진짜 ‘업’으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음악을 일로 한다는게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아서, 좋아하는 마음을 접고 공부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계속 음악에 대한 열망이 남아있었어요.” 최시아양(18·홈스쿨링)이 말했다. 어렵게 마음을 정한 뒤에는 오히려 간단했다. 학원에 다니며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학 실용음악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보컬의 장점은 ‘표현력’이다. 경연곡을 고를 때도 단순히 ‘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니라 ‘지금 내 나이에 진실되게 표현해낼 수 있는 곡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그가 선택한 경연곡은 앤드라 데이의 ‘라이즈 업’. 그는 “‘넌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겠지만, 나는 네 안에 있는 무엇을 봤어, 네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해낼 수 있을거야’라는 가사가 지금 제 상황과 흡사하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마지막 경연을 치른 뒤에도 평소와 똑같이 연습실에 갔다. ‘은상만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은상 수상자에 이름이 없었다. 실망할 뻔한 순간, 바로 위 대상에 이름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진짜 그 자리에서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뛰었다. 자기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계속 듣고 싶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중학부 악기(드럼) 대상 임대성
두번째 경연곡, 조슈아 레드맨의 ‘재즈 크라임스’의 드럼 솔로 파트에 들어가기 직전. 임대성군(15·성남서중 3)은 속으로 ‘이제 가자! 한 번 보여주자!’ 라고 생각하며 에너지를 한껏 끌어올렸다. 다음 순간, 심사위원이 “네, 여기까지 들을게요”라고 말했다.
수상은 틀렸다고 생각한 임 군은 마지막 경연을 마치고 곧바로 연습실로 갔다. 같이 드럼을 치는 형들에게 ‘나 오늘은 그냥 놀래’ 라고 한 뒤, 같이 드럼도 치고 노래도 하며 마음을 비웠다. 얼마나 놀았을까. 갑자기 휴대전화가 마구 울렸다. “저는 언제 발표 나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상’이라고 연락이 계속 오는 거예요. 학원 로비에 막 뛰어가서 상 탔다고 말하고…너무 좋았어요.”
6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던 임군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연말 공연에서 우연히 본 ‘드럼 치는 형’이 멋있어 보여 시작한 드럼의 매력에 금방 빠져들었다. 가천대 예술영재교육원에 합격해 드럼을 배우다 중학교 때 학원으로 옮겨 전문적으로 음악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드럼이 가진 매력은 ‘리듬’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배우면 배울수록 리듬이 되게 멋있는 것 같다”며 “경연 첫 곡도 라틴 리듬이 멋있는 곡(존 스코필드 ‘칙스 페인’)으로 연주했다”고 말했다. 언젠가 버클리 음대 교수인 데이브 디센소처럼 ‘멋진 리듬’을 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중학부 보컬 대상 이다현
이다현양(15·덕소중 3)이 처음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땐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포기해야 하나’ 생각할 때쯤, 어디까지나 ‘취미’를 전제로 보컬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컬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음악으로 입시를 해도 될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만큼 재능을 보인 뒤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지금, 그는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노래하는 것은 좋아했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딱 들었을 때 ‘발라드’ ‘R&B’ 처럼 하나의 장르나 느낌이 연상되는 목소리는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히려 그것이 여러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이라고 여긴다. “한정된 장르가 아닌 여러 가지를 표현해 낼 수 있는 목소리라고 생각해요.”
보컬 스킬도 또래에 비해 좋은 편이다. “곡의 디테일을 구현하는 능력이 제 나이대 보컬들보다 뛰어난 편이에요. 음을 올렸다 내렸다, 뒤집었다 하는 것들이 또래 중 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경연곡 중 팝송(토리 캘리의 ‘스테인드’) 은 그런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골랐습니다.”
좋아하는 가수 제시 제이처럼 ‘모든 장르의 노래를 다 잘하는 가수’가 되어 많은 관객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꿈이다. “전 노래를 잘하지 못했던 사람으로서 큰 노력이 재능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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