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외국인 ATM’된 코스피…높아진 외국인 비중이 부메랑

김경민 기자 2024. 8. 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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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역대 최악의 낙폭을 기록한 지난 5일 ‘검은 월요일’ 증시는 다시 한번 한국 증시가 ‘글로벌 ATM(현금인출기)’가 됐다는 오명을 드러냈다. 정부가 올초부터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했지만 위기 앞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국내 증시 매력도를 높이고, 신뢰도를 키워 국내외 장기투자금을 유치하는 정공법밖에 없다고 7일 조언했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날보다 46.26포인트(1.83%) 오른 2568.41에 장을 마치며 이틀 연속 상승했다. 지난 5일 이후 지수를 반등시킨 건 개인투자자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약 296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약 3071억원 외국인은 207억원을 순매도했다.

■올 상반기 외국인 주도 증시= 지난달 초만 해도 국내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했다. 올 상반기 외국인의 상장주식 순매수 규모는 총 22조9000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의 보유 비중은 연초 32.72%에서 지난달 10일 36.11%로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 코스피도 다음날 2890선을 넘기며 2900선을 목전에 두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일 외국인은 하루만에 1조4495억원 어치를 순매도하자 코스피는 8.77% 폭락했다.

시장에선 외국인의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 국내 증시가 흔들리는 ‘윔블던 효과’가 현실화됐다고 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선진국 시장이 아닌 이머징 마켓의 특성상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내 증시에 외국인의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위험 상황에선 자금이탈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우리 금융시장이 이머징 마켓에 분류된 것이 사실이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적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외국인들의 투자의 동향에 따라 흔들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 등 시장의 신뢰와 역행하는 조치를 단행한것도 외인 이탈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자본시장전문가는 “좋은 장이면 우리가 먼저 갖고 있어야 하겠지만, 장이 불안정하니 공매도 금지를 조치를 단행하고 연장해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게끔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라는 의미다.

문제는 당장 외인 이탈에 따른 리스크를 피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기관투자가가 시장을 방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수탁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만큼 실현되긴 어렵다는 반론이 부딪힌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기관은 원칙에 따라 운영하고 수탁자에 대한 수익과 안정성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나서긴 어렵다”고 말했다.

■장기투자금 유치 필요= 전문가들은 결국 국내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는 정공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국내 투자자를 유치함과 동시에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및 국내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위험에도 변동성이 덜한 장기 투자금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MSCI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연기금이 선진국지수에 투자하는 비율 등이 정해져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더 투자가 될 수 있다”며 “이런 위기가 생겼을 때 자금이 덜 빠져나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정환 교수는 “장기 투자를 해야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많이 들어오게 할 수밖에 없다”며 “주가를 많이 상승시키거나 지배구조를 개선해 전반적인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득을 더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지만 그런 고려는 없고 당국의 정책들은 대주주들이나 기업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 뿐”이라며 “감독 당국이나 제도권에서도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에 투자해서 성공하는 판례를 만들 수 있도록 국내 증시를 개선해야 돈이 유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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