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러운 안세영 "싸우려는 의도 아냐", '폭탄 발언' 그 후... 말 아꼈다 [인천 현장]
안세영은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입국장을 빠져나온 안세영은 "조금 말을 자제하도록 하겠다"며 "왜냐하면 협회와도, 팀과도 이야기를 나눈 게 아니다. 최대한 빨리 이야기를 나누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금메달을 수확한 뒤 현지에서 의미심장한 많은 말을 남겼고 한국에서 많은 말을 풀어 놓을 것으로 보였으나 최대한 말을 아꼈다.
이례적으로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많은 팬들이 안세영을 응원하기 위해 운집했다. 금메달 3개를 수확하고 김예지라는 '월드스타'까지 배출한 사격 대표팀은 '안세영 이슈'에 묻혀 큰 관심을 얻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세영이 입국장을 빠져나왔고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먼저 배드민턴 대표팀 기자회견에 불참 지시를 내린 주체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안세영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말 싸우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저는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고 싶어 이해해달라는 마음으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막 도착을 했다. 아직 협회와도 이야기한 게 없고 팀과도 상의된 게 없다. 더 자세한 건 상의한 후에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기자회견 불참에 대한 질문이 다시 나왔지만 "이 부분에서도 논란이 정말 많더라. 조금 말을 자제하겠다"며 상의한 후에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만 되풀이했다.
이후 안세영 측 관계자가 그를 안내했고 안세영은 도망치듯 뛰어서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에 취재진과 팬들이 뒤따랐다. 취재진은 안세영에게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팬들은 "안세영 파이팅"을 연신 외치며 다소 위축돼 보이는 그에게 응원을 전했다.
안세영은 공항에 대기 중이던 소속팀 삼성생명의 전용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 버스엔 김가은 등 삼성생명 선수들이 탑승했다.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었다. 안세영은 6일 파리에서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한국에서 입장을 얘기할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자세한 건 (법무)팀과 상의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가운데 누구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안세영이지만 혹여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발언이 있을까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추후 별도의 기자회견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올림픽 이슈를 휩쓸어가고 있는 안세영이다. 안세영은 지난 5일 대회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허빙자오(27)를 2-0(21-13, 21-16)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배드민턴 단식에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이룬 값진 쾌거였다.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저희 대표팀에 조금 많이 실망을 했다"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는 충격 발언을 했다.
이어 외신 기자 등이 모두 참석한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협회에) 정말 크게 실망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처음에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뛰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상태가 더 악화됐다. 그래도 참으면서 했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 협회에서 어떻게 해줄지는 잘 모르겠다.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모든 상황을 견딜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을 떠난다고 해서 올림픽을 뛸 수 없다는 건 야박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선수의 자격(권한)이 박탈당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으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하는 측면이 있다. 나는 한국 배드민턴이 더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이 1개밖에 나오지 않은 건 협회가 돌아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안세영의 발언을 두고 은퇴를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안세영은 6일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먼저 저의 올림픽을 응원해주시고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 끝에 선수 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되네요"라며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드리는 부분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주십시오"라고도 전했다.
이후 금메달을 딴 것 이상으로 더 뜨거운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됐고 정부 차원에서 움직임도 일어났다. 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5일 안세영 선수의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 경위를 파악한다. 현재 2024 파리 올림픽이 진행 중인 만큼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개선 조치의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에서도 거들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6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올림픽이 끝나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진상파악에 나설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보고를 받았다"며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윤 대통령이) 접해 보고를 받았고, 문체부가 주무부처니까 그 쪽에서 선제적으로 조치에 나섰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일정 부분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6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안세영이 제기한 부상 관리 소홀, 트레이너 고용 관련 문제 등에 대해 해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모든 선수들에게 1대1로 트레이너나 의료 지원팀을 붙일 수는 없다. 지정 병원이 있어서 거기에서 집중 케어를 하게끔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통상적으로는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부상 정도에 따라 가볍거나 단기간에 회복 가능하면 진천에서 재활 훈련을 하면서 치료한다. 정도가 심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보통은 소속팀으로 돌아가서 큰 부상은 잡고 다시 진천으로 복귀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 안세영에게 특별한 지원을 취했다고 소개했다. 협회 관계자는 "자신이 원하는 한의사 선생님에게 치료를 받고 싶다고 했고 직접 한국으로 오든 아니면 그분을 불러달라고 했다. 검토한 뒤 회장님께 보고를 드렸고 적극적인 지원이 우선이라고 하셔서 (안세영이) 지정한 한의사 선생님을 섭외해서 최대한 빠른 일정으로 파리로 날아갔다"며 "당연히 항공권과 숙소를 지원했고 많지는 않지만 수당도 다 책정했다. 거기서 진료가 이뤄졌고 결승전 전날 한의사 선생님은 귀국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선수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대회 출전을 강행했다거나 복식 출전을 강요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반박했다.
이러한 상황 속 안세영과 협회를 둘러싼 갈등은 점점 더 커져갔다. 안세영은 6일 배드민턴 메달 리스트 기자회견에 불참했는데 뉴스1에 따르면 밝은 표정으로 파리 출국장에 들어선 안세영은 이에 대해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대기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려'라고 했다. 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안세영의 기자회견 불참 이유로 "선수 본인 의사"라고 설명한 바 있지만 서로 이야기가 엇갈렸다.
이어 안세영은 "한국에서 입장을 얘기할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자세한 건 (법무)팀과 상의해야 한다"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대표팀 선수단에 앞서 입국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으로 나서기 전 수하물 찾는 곳에서 스타뉴스와 단독으로 만나 입장을 전했다. 그는 "(안세영 선수) 개인의 의견인데,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서 보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만약 우리가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소홀히 대했다면 우리 협회가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마땅하다. 그렇지만 절대로 우리 협회는 그러지 않았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결코 아픈 선수에게 우리 협회는 억지로 뛰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올림픽) 출전 여부는 전적으로 선수의 몫이다. 만약 아프다고 했다면 뛰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다만 부상 오진 여부에 관해서는 파악해 볼 것"이라며 "오늘 협회로 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한국 시각으로 아침에 도착하는 비행기편을 이용하게 됐다. 더욱 상세한 내용은 오늘 오후에 보도자료를 통해 모든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말을 아낀 가운데 이날 오후 배포하겠다는 협회의 보도자료에 시선이 쏠린다. 과연 안세영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어떤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인천국제공항=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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