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슈가 시대”…위로와 저주의 ‘단맛’, 과학으로 풀어낸 노봉수 작가 [인터뷰]

이나경 기자 2024. 8. 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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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이란 오미(五味) 중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고,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가장 오래도록 느낄 수 있는 맛입니다.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 요소이자, 행복을 주는 '위로'의 맛이 '저주'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건강하고 주체적인 식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노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단맛이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행복과 위로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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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음식의 원리 노봉수 작가. 본인제공

 

“‘단맛’이란 오미(五味) 중 인간이 태어나서 제일 먼저 접하고,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가장 오래도록 느낄 수 있는 맛입니다.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 요소이자, 행복을 주는 ‘위로’의 맛이 ‘저주’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건강하고 주체적인 식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에는 늘 ‘악당’처럼 설탕이 등장한다. 몇 년 전부터 전 세계는 ‘단맛’을 둘러싼 전쟁을 시작했다. 소아당뇨,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된 ‘당’에 선전포고하며 서구권에서는 설탕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국내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다룬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과한 설탕이 투여되는 것에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어 무설탕·무칼로리·무알코올 등 이른바 ‘제로(0)’ 음료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식품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도서 ‘단맛 음식의 원리’ (헬스레터 刊)

■ 생명의 맛, 위로의 단맛

지난 6월 출간한 ‘단맛 음식의 원리’의 저자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71)는 이처럼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단맛’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오해를 한 꺼풀 벗겨내고, 단맛에 얽힌 과학적 원리를 직시해 똑똑한 식생활을 이어가자고 말한다. 그는 신간을 통해 우리는 왜 단맛을 좋아하는지 그 이유부터 출발해 단맛의 대표 격인 설탕을 둘러싼 식품산업 이야기와 단맛과 관련된 질병 등 일반인이 궁금해하는 50가지 소주제를 쉽게 풀어냈다.

오랜 세월 식품산업 현장을 경험하고, 연구를 이어간 그는 국내 식품과학 시대를 연 1세대이기도 하다. 30여 년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가르친 그는 한국식품과학회장 역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등 다양한 수상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21종의 식품과학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노 교수는 단맛을 ‘생명’의 맛이자 ‘위로’의 맛이라 표현했다. 인류의 역사 전체에서, 그리고 한 인간의 생애에서 가장 오래 느낀 맛이 단맛이다. 노 교수는 “인류는 상한 음식을 피하고자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미각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며 “단맛이 나는 음식부터 찾아 먹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이 태어나 가장 먼저 느끼는 것도 단맛이다. 어머니의 젖당은 20~25Brix로 달달하게 느끼는 ‘생명의 맛’이다. 가장 늦게 퇴화하는 것 역시 단맛이다. 노 교수는 한 예로 노인이 맵고 짠 음식을 갈수록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무엇보다 단맛은 인간의 두뇌와 신체 발달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단맛이다. 생명체를 가동하는 화학 에너지인 ATP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지속적인 포도당 공급 등 생명 유지와 일상생활을 수행하도록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단맛이다. 노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단맛이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행복과 위로감”이라고 말했다. 단맛은 스트레스를 해방해 주는 세로토닌을 분비한다.

단맛의 대표주자인 설탕은 전세계 모든 음료와 음식에 자리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 악의 축, 저주의 맛

하지만 과도함은 독이 된다. 노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가 접하는 일상 속 음료와 음식에서 더 자극적이고, 더 당도 높은 맛을 내기 위한 과도한 당분은 우리를 ‘중독’으로 이끈다”고 표현했다. 단맛은 오미 중 쉽게 중독되는 맛이다. 단맛의 대표주자인 설탕의 과도한 섭취는 소화와 분해 과정에서 우리 몸의 항상성을 무너뜨린다. 단맛이 내린 저주가 고혈당과 지방간, 심장질환, 암 등 질병으로 이어지는 지점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승리하듯 악의 축으로 불리는 단맛의 원리에 관해서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노 교수는 책을 통해 단맛과 식품산업의 딜레마를 설명했다. 단맛을 대체하는 고감미료에 관한 이야기, 질병과 식품 산업체가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매력적인 중독으로 어떻게 재료의 배합비를 설정하는지 등을 다뤘다.

■ 먹는 행복, “똑똑하게 누리자”

노 교수에 최근 불고 있는 ‘제로슈가(무설탕)’ 열풍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현재 그는 당뇨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특수식품 광고 심의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학자로서 누구보다 당뇨에 대해 연구해 오기도 한 그는 “전 세계 수많은 당뇨환자가 가장 먹고 싶어 하는 게 단 음식”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행복 중 큰 요소인 먹는 행복이 주는 정서적 만족감과 고충을 그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와 함께 설탕 대체제로 들어가는 재료들이 삼투압 현상으로 복통 등을 유발할 수 있음에 관해 제조사들의 책임 의식을 강조했다.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잘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무엇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설탕세 등 과한 당분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보다는 가정과 학교 등에서 어린 시절부터 건강하게 음식을 섭취하는 습관을 들여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교육 사례를 설명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파운드케이크를 즐겨 먹는데, 학교에서 이를 만드는 실습을 하며 밀가루 1파운드에 설탕 1파운드, 버터 1파운드를 넣게 되자 아이들이 여태까지 이러한 양의 설탕과 버터가 들어간다는 것에 스스로 경각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노봉수 교수는 “단맛에 대한 과도한 죄책감이나 공포심에서 벗어나, 지금 나의 상태에 걸맞게 맛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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