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 만들면 될 텐데···'꽃게' 때문에 비상대책위원회 만든 '이 나라'

6일 푸른 꽃게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발표

이탈리아 매체 라쿠치나이탈리아나 보도 사진. 연합뉴스

[서울경제]

이탈리아 정부가 '푸른 꽃게(블루크랩)'의 확산을 막기 위해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했다.

6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의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업부 장관은 이날 로마의 총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푸른 꽃게 비상대책위원장에 리코 카테리노를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롤로브리지다 장관은 "푸른 꽃게에 대해 전략적 조처를 하지 않으면 전체 해양 생태계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행정 경험이 풍부한 카테리노 위원장이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에서 행정을 담당한 경력을 가진 카테리노 위원장의 임기는 2026년까지다. 그는 푸른 꽃게 확산 방지 계획 수립을 위해 1000만 유로(약 150억 원)를 사용할 수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유럽 최대 조개 생산국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중국, 한국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러나 최근 수년 간 대서양 연안에서 지중해로 유입된 외래 종인 푸른 꽃게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인기 음식인 파스타에 들어가는 모시조개를 비롯해 홍합, 굴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면서 현지 양식업자들이 폐업 위기를 맞고 있다. 이탈리아의 최대 농어민협회인 콜디레티는 푸른 꽃게가 동북부 베네토주와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 지금까지 약 1억 유로(약 1500억 원)의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해 조개 양식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약 290만 유로(약 44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푸른 꽃게의 천적이 없어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꽃게 요리가 대중적이지 않아 잡아서 폐기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푸른 꽃게가 지금까지는 주로 이탈리아 동북부 지역 경제에 피해를 줬지만 최근 바다 평균 수온 상승으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여 비상이 걸렸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환경·에너지안보부 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아드리아해에서 푸른 꽃게의 개체 수를 줄이고 다른 지역으로의 대규모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푸른 꽃게 확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푸른 꽃게 문제는 꽃게 요리를 즐기는 우리나라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본격적인 대규모 수입 판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지에서 포획·가공 및 물류 등의 비용으로 인한 수익성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