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일, 누구나 노출될 수 있다”···일상 파고들었지만 막기 더 어려워진 마약

서울·수도권 소재 주요 대학 13곳의 대학생들이 가입한 연합동아리에서 마약을 유통·투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약이 일상으로 파고 들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약 유통 방법과 경로가 다변화하면서 수사당국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암수범죄’(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인지돼도 용의자 파악이 어려운 범죄)라는 마약범죄 특성을 고려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철저한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검찰은 클럽·호텔·뮤직 페스티벌 등을 무료 또는 저가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며 대학생들을 연합동아리로 유인해 마약을 유통·투약한 대학생 6명을 재판에 넘겼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초호화 혜택이 오히려 의심스러웠는데 탈퇴한 게 다행이다” “대학 새내기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시켜야 한다” 등의 증언과 우려가 나왔다. 이번 사건이 ‘대학 동아리’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영화에서나 보던 마약 범죄가 일반인 누구에게나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이 일고 있다.
실제 최근 일상적·사적 모임에서 마약 범죄 노출 사례는 빈번하게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대학원생이 전 직장 동료들에게 대마가 들어간 젤리를 나눠 준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8월에는 운동 동호회 명목으로 경찰, 헬스트레이너, 직장인 등이 모인 모임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해당 경찰관이 추락사한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해 4월에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들에게 마약이 들어간 음료를 집중력 강화 음료로 속여 나눠줘 충격을 주기도 했다.
마약 범죄에 노출될 위험은 커졌지만 ‘암수 범죄’라는 특성상 수사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번 대학 동아리 마약 사건도 1년 가량 마약 유통·투약이 이루어진 후에야 전모가 드러났다. 지난해 경찰관이 포함된 마약 투약 모임 사건도 경찰관이 추락사하면서 사건 실체가 드러난 사례다. 마약 전문 변호사인 박진실 변호사(법무법인 진실)는 “마약범죄는 자신의 불법이 드러날까봐 진술이나 제보를 꺼려 수사가 쉽지 않다”며 “마약 범죄의 암수율(暗數率)을 고려하면 60만~70만명 가량의 드러나지 않은 마약 사범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영덕 마약퇴치운동본부 센터장도 “내담자의 50% 이상은 대학생, 회사원, 주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며 “이제 마약 문제는 일부 반사회적인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현실은 엄혹해졌지만 이를 관리할 법률은 부족하다. 마약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관련 입법이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면서다. 지난 20대 국회와 21대 국회에서 각각 처벌을 강화하는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경고등이 커진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검찰·경찰·관세청 등 모든 기관들이 역량을 발휘하지 않으면 앞으로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 말했다.
한편에선 ‘리니언시 제도’(자진신고자 감면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변호사는 “마약 수사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수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신속성이 중요하다”며 “적법 절차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리니언시 제도를 활용할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벌·단속 강화뿐 아니라 적극적인 예방 교육과 재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낭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약을 한 당사자라도 자신이 한 약물이 정확히 어떤 약물인지, 어떤 위험성이 있고 어떤 범죄와 연루되는지를 인지하지 못한 채 주변에 휩쓸려 마약을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마약 확산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광범위하게 확산한다면 너무 늦기 전에 재활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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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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