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 '화인가 스캔들' 정지훈·정겨운·김윤지와 특별한 기억 [인터뷰]

유수경 2024. 8. 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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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3년 차 배우 고윤 "칭찬받아 행복했던 현장"
"'화인가 스캔들', 시청자 사랑받길 누구보다 원했죠"
고윤이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매력을 뽐냈다. 소속사 제공

배우 고윤은 디즈니플러스 '화인가 스캔들' 시나리오를 접한 순간, 용민이라는 인물에 깊게 빠져들었다. 너무 탐났던 역할이기에 잘 소화하고 싶은 욕심도 컸다. 숨 가쁘게 진행된 '화인가 스캔들'은 최종 캐스팅이 리딩 직전에 확정됐다. 그가 기억하는 이번 현장은 좀 특별했다. 보통 리딩은 하루에 끝나지만 '화인가 스캔들'의 리딩은 이틀간 진행됐다. 그만큼 제작진 역시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준비한 작품이었다.

재벌 2세인 용민은 욕망과 분노로 뒤덮인 화인가의 둘째 아들이다. 고윤은 최종 빌런 역할인 용민이 조연임에도 자기만의 서사가 뚜렷하게 있다는 점에 끌렸다고 했다.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그는 "보통 일반적인 조연은 주연을 서포트하는 역이지 않나. 그런데 용민은 주연 캐릭터와 붙는 신이 거의 없는데도 자기 얘기가 다 있다. 왜 돈 욕심을 내는지부터 와이프와 관계 등 모든 서사가 대본에 다 있었다. 그래서 대본을 열심히 연구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고윤은 이 작품이 잘 되길 누구보다 바랐던 사람이다. 유독 칭찬을 많이 받으며 자유롭게 뛰놀 수 있었던 현장이었기에 고윤의 역량이 십분 발휘됐다. 데뷔 13년 차에 접어든 그는 지금껏 이렇게까지 칭찬을 받은 적이 없었단다.

"현장에 가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10부작이라서 아쉬웠죠. 더 길게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연기할 때 늘 부족한 느낌을 받다가 ('화인가 스캔들'은) 다들 칭찬해 주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이런저런 아이디어도 더 많이 내게 됐고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무척 컸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촬영을 한 관계로 중간중간 촬영이 중단되기도 해 배우들과 사적으로 만나는 자리는 별로 없었다. 고윤은 많은 교류를 하지 못한 게 아쉽다면서도 "마지막 방송이 올라오고 나서 정겨운 선배가 문자를 줬다.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 너 덕분에 내가 죽는 게 잘 산 거 같다'고 하더라. 나도 감사했다. 형도 평소엔 말이 없는데 은근히 잘 챙겨준다"며 웃었다.

고윤이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매력을 뽐냈다. 소속사 제공

정지훈(비)에게도 고마운 기억이 있다고 했다. "형과 얘기를 많이 했어요. 촬영할 땐 정지훈 선배랑 딱 두 신 붙었거든요. 저의 첫 장면이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끝나고 다 같이 박수를 치잖아요. 형이 저를 따로 부르더니 '용민아 너 잘한다. 잘 될 거 같아' 이렇게 얘기해 줬어요. 너무 큰 응원을 받았죠."

이번 작품을 위해 몸집을 키웠다는 그는 "용민이는 후덕해 보이려고 살을 일부러 찌웠다. 욕심과 야망이 있는 얼굴로 보이려고. 빈약한 얼굴보다 살집이 있는 게 나을 거 같아서 6~7kg 찌웠다"며 "마침 '가문의 영광'도 같이 찍었는데 거기선 깡패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일석이조였다"면서 웃었다.

실제로 고윤은 '화인가 스캔들'과 '플레이어2', 영화 '가문의 영광'을 동시에 촬영했다. 일주일에 세 작품을 모두 찍은 적도 있었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매일 역할이 바뀌어서 재미있더라. 오히려 더 선명해서 좋았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작품 속 강한 이미지와는 달리 고윤은 비교적 온화한 사람이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단순하고 순수한 성격이기도 하다. 그래서 용민 역할을 위해 소리를 내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평소에 소리 지르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까 그 부분을 신경 썼어요. 용민이는 소리 지르고 욕을 많이 하거든요. 밤에 집에서 혼자 욕 연습하고 소리 지르는 연습도 하고 그랬죠. 발성 위주로 연습을 했어요."

극 중 부부 역할을 연기한 김윤지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회상했다. "동갑내기 여자랑 처음 연기해봤다"며 웃던 고윤은 "되게 편하더라. 둘째 누나가 윤지 남편의 친구이기도 하다. 그런 접점이 있어 친해질 수 있었다. 윤지는 성격이 좋다. 나는 결혼을 안 해봤으니까 실제 결혼 생활에 대해서도 많이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극 중에선 마주칠 때마다 싸운다. 한번은 둘이 싸울 때 감독님이 윤지가 영어로 대사를 받아치면 좋겠다고 하셨다. 갑자기 주문하니까 당황하더라. 그래서 내가 영어 대사를 하나 줬고 그게 쓰였다. 나름 뿌듯했는데, 윤지가 할리우드 작품 주인공을 하는 걸 보고 '감히 내가'란 생각이 들고 좀 창피했다. 하하. 윤지는 화려한 옷을 소화하기 위해 새벽부터 등산을 갔다 오기도 하더라. 대단한 친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윤의 내면에는 용민과 같은 '욕망'이 숨여있는지도 궁금했다. 그는 즉각적으로 "NO"라는 답을 내놨다. "전 딱히 그런 욕심을 갖진 않는 거 같아요. 실제론 욕망이 강하지 않은 거 같고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해요. 한량 같아 보일 수도 있는데, 하고 싶은 일을 행복하게 하는 게 좋아요. 배우 활동이 너무 행복하고 좋고요. 사람들이 가끔 '편하게 살 수 있지 않냐'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재계 아들도 아니고 정치인 아들은 아무것도 없거든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 계속 삶의 원동력이 생기는 거 같아요. 더 잘하고 싶고, 앞으로도 연기를 열심히 해보려고 해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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