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스위트룸 확보 '비상'... APEC 경주 긴급점검해보니
APEC 21개국 참가, 정상급 숙소 17실
PRS 확충 및 보수 공사 시급 '골머리'
하이코 10㎞ 이내 1333곳·1만3265실
"남은 15개월 마무리 잘해 성공대회로"
지난 4일 경북 경주시 신평동 보문관광단지에 있는 코모도호텔에서 가장 넓은 객실인 ‘프레지던트박 스위트’. 경주 출신의 국민의힘 김석기 국회의원과 주낙영 경주시장은 문이 열리자마자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무실로 사용됐던 최고급 객실을 입증하듯, 황금색 부조 형태로 옛 청와대의 상징인 ‘봉황’과 ‘무궁화’ 문양이 새겨진 대형 액자와 고급 가구로 채워진 응접실이 한 눈에 들어왔다. 김 의원은 “내년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가할 21개국 정상들에게 이 방을 보여주면 서로 묵겠다고 할 것 같다”며 “경주에 숙소가 부족하다는 걱정이 많았는데 좋은 객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기도 한 김 의원과 주 시장은 이날 경주지역 시·도의원, 경주시 국장급 공무원들과 보문관광단지 내 숙박시설을 긴급 점검했다. 경주시가 지난 6월 17일 2025년도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확정되고도, 참가국 정상들이 머무를 최고급 객실이 부족하다는 뒷말이 끊이지 않아서다. APEC 정상회의는 미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 정상과 각료 등 6,000여 명이 모이는 연례회의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 동안 보문관광단지 내 유명 호텔과 리조트, 기업 연수원까지 10곳의 객실을 꼼꼼히 살펴 본 김 의원은 “일부 리조트는 24시간 서비스가 되지 않는 등 보완점이 눈에 띄었다”면서 “정상회의 개최까지 15개월쯤 되는 남은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숙박시설 많지만 최고급 '부족'
경주지역 숙박시설은 APEC 정상회의 주 회의장인 경주시 신평동 경주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 반경 3㎞ 이내 103곳, 4,463실을 보유하고 있다. 또 10㎞ 이내에는 1,333곳·1만3,265실을 갖추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주무대가 될 보문관광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관광단지로 조성된 곳이어서 한국적인 전통 형식을 갖춘 초특급 숙박시설과 컨벤션 기능, 한방 등의 체험시설과 집무실, 화상회의 관련 장비를 갖춘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다. 지난 1일 경주서 현지실사를 가진 외교부 실무사전실사단 관계자도 “경주는 보문관광단지 인근에 회의장과 숙박시설 등 기반이 충분히 잘 갖춰져 있다”며 “문화관광 자원이 풍부한 경주가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고 전했다.
문제는 각 나라 정상들이 묵을 프레지덴셜 스위트급 숙박시설인 PRS(Presidential Royal Suite)룸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PRS룸은 거실 겸 응접실과 방, 욕실을 모두 갖춘 객실인 스위트룸 중에서도 최상위급에 해당하는 호텔 객실을 뜻한다. APEC 정상회의로 각급 정상·각료·기업인 등 6,000여 명이 경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고급 숙박시설의 추가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주시가 확보한 PRS룸은 건물 9곳, 17실 정도다. 이마저도 일부는 시설이 너무 낡고 오래 전 지어져 공간이 협소해 보수가 시급하다. 더구나 9곳 중 6곳은 호텔이 아닌 회원제로 운영되는 리조트와 기업 연수원이어서 협조를 구해야 하고 24시간 객실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는다. 또 추가로 확보하려는 4곳, 6실의 PRS룸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문기석 경주시 APEC 정상회의준비지원단 숙박수송팀장은 “다행히 리조트나 연수원과 협의가 잘 되고 있다”며 “빠른 시간 안에 PRS룸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외교부, 경북도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닫은 호텔·방치된 상가도 많아
내년 10월 말 APEC 정상회의 주무대가 될 보문단지는 지난 1979년 대규모 국제행사인 제28차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제19차 워크숍 개최지로 경주가 낙점되면서 조성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의지로 1971년에 착공, 1979년 개장해 올해로 4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국내 최초 관광단지인 보문단지는 5성급 대형 호텔과 대규모 리조트, 골프장 박물관 미술관과 경주월드 블루원 등 대규모 위락시설이 잇따라 들어섰지만 기반시설이 노후화되고 숙박시설이나 상업·관광시설도 문 닫은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콩코드호텔이다. 회의장인 하이코와 불과 700m 떨어져 있지만 수년 전 문을 닫고 방치되면서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잡초만 무성한 상태다. 다른 숙박시설인 한국콘도 역시 운영이 중단됐다.
보문단지 중심에 있는 상업시설인 보문상가는 하이코와 500m로 거리로 가깝고 전통 한옥 형태의 건물로 쉽게 눈에 띄지만, 대부분 상점이 텅 비어 대낮에도 을씨년스러울 정도다. 한 쇼핑업체가 상가를 매입한 뒤 아웃렛 상가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경기 침체 등으로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신라 역사·문화 체험 테마공원이자 드라마 '선덕여왕' 세트장이 설치됐던 신라밀레니엄파크도 수년 전 문을 닫고 방치되고 있다.
보문단지를 관리운영하는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외교부 등과 논의해 빈 보문상가 등을 APEC 정상회의 관련 사무실로, 신라밀레니엄파크의 대형 주차장을 정상회의 기간 부족한 주차장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김일곤 경북문화관광공사 경영개발본부장은 “공중화장실 개축 뿐 아니라 보문단지 내 주요 건축물을 투영하는 미디어파사드 등 야간경관 개선사업도 준비 중"이라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보문단지의 역사를 새로 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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