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로 신흥부자 1억명 늘어나는 인도 '달리는 코끼리'는 아직 배고프다
싸구려 짝퉁 천국 인도는 이제 없다
'싸구려 짝퉁 천국.' 약 10년 전만 해도 인도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하는 기사가 많았다. 여전히 많은 한국 사람들의 기억 속에 인도는 그런 나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인도 내부 상황은 꽤나 달라지고 있다. 최근 인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500달러를 돌파했다. 3만달러를 넘는 한국 입장에선 보잘것없는 수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도는 인구가 워낙 많다. 2500달러는 심리적 저항선이었다. 그 선을 돌파한 건 인도 경제에 있어선 굉장한 성과였다.
심리적 저항선을 넘은 성장은 거대한 변화를 만든다. 실제로 인도에선 소비 트렌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인도에선 명품 시계 롤렉스가 품절 대란으로 난리다. 사고 싶어도 물건을 구할 수 없다. 벤츠, 아우디 등 독일 고급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주문하면 6~8개월이 지나야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싸구려 짝퉁 천국' 인도를 기억한다면 믿기지 않을 것이다.
인도 소비자들의 눈은 이제 고품질, 럭셔리로 이동하고 있다. 예전에는 퀄리티가 좋지 않아도 소비했지만 이제는 고품질이어야 그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다. 인도 소비자들도 조금 더 나은 서비스를 기대한다. 과거에는 저품질로 양산하는 기업들이 인도 소비 성장의 수혜를 봤다면 이제는 고품질을 중요시하는 기업들로 수혜 종목이 바뀔 것이다.
중소형주보다 대형주 상승 여력
인도가 변화할 수 있었던 건 엄청난 성장 덕분이다. 인도는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무게중심이 서구에서 신흥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1년 주요 7개국(G7) 국가의 총GDP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2.5배 수준이었다. 이제는 1.7배 정도로 간극이 축소됐다.
그중에서도 인도가 가장 크게 성장했다. 인도 주식시장은 2007년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한 뒤 2017년 2조달러에 도달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러나 그 이후엔 속도가 빨라졌다. 7년 뒤인 올해 인도 증시는 시가총액 5조달러에 도달했다. 물론 최근 인도 증시가 고평가됐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12개월 동안 글로벌 시가총액은 14%(14조4000억달러) 증가한 반면, 인도 시가총액은 40% 급증했으니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인도 시장에 상장된 주식은 4000개가 넘는다. 인도 증시 급성장의 수혜를 모두가 동등하게 누린 게 아니다. 현재 대형주는 장기 평균 대비 할인된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중형주 및 소형주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특정 부문에서만 상승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상향식 종목 선택이 더욱 중요해졌다. 테마 측면에서 말하자면 올해 초 매일경제와 했던 인터뷰를 다시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당시 나는 주목해야 할 인도의 산업 분야로 소비재, 헬스케어, 인프라스트럭처, 금융, 제조업 등 5가지를 꼽았다.
지금 시점에선 인프라와 제조업 두 분야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지속적인 정책적 이점이 있지만, 민간 투자가 의미 있게 나타나지 않는다면 강세가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헬스케어는 인도가 제약업 외 분야로 다변화되고 있고, 금융업은 금리 인하로 대출이 늘어나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소비는 견고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증시 고성장 3요소는
인도 증시의 급부상에는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는 인도 경제의 눈부신 성장 속도다. 향후 7~8년 내에 경제가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국가는 인도 하나밖에 없다. 최근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은 조금 저조하다. 그렇지만 인도는 규모적으로도 매우 큰 상황에서 6~7%의 연평균 성장률이 예상된다. 크기와 규모 면에서 굉장히 이례적이고 차별화된 수치다. 현재 성장 추세가 유지된다면 인도는 세계 3대 경제 강국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두 번째는 늘어나는 외국인 자본 유입이다. 과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 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조금 꺼렸다. 하지만 요즘은 확실히 외국 자본이 굉장히 늘고 있다. 이는 인도 주식시장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견조한 자금 흐름이 두 번째 기둥인 셈이다.
세 번째는 인도의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다. 인도는 신흥국치고는 굉장히 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굉장히 필요한 요소다. 한 시장의 금융 성숙도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인도 규제당국 자체도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조금 더 빠르게 성숙한 금융투자 시장을 만들 수 있다.
신흥국 정부 규제는 불가피
물론 일각에서는 최근 인도 시장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국은 규제가 없다면 시장이 무질서로 이어질 수 있다. 인도 시장은 워낙 크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자본이 끌려올 수밖에 없다. 많은 돈이 들어왔을 때 강한 규제기관이 없으면 무질서한 시장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도는 여타 국가들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고 있다.
또한 지금보다는 추세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 신흥시장 기준으로 인도의 규제기관이 조금 빡빡한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10~15년 전 과거와 비교해보면 지금의 인도 규제당국은 굉장히 수용성이 높고 적응력이 뛰어나다.
인도 현지의 부정부패 또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규제 프레임워크가 강하게 확립되고 있다. 부정부패 이슈나 시장 조작 행위 같은 걸 발견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겨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인도 금융시장이 빠르게 디지털화되면서 중간에서 수수료만 갈취하는 일이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모디 3기 경제 성장 안정세
인도 증시 성장의 세 가지 축은 나렌드라 모디 정부 3기가 출범하면서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성장 곡선을 봤을 때 안정적인 정치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모디 3기에도 제조업이나 인프라 측면에서 여전히 긍정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을 만한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 예컨대 인도 내에서 건설되고 있는 공항들이나 도로, 항만이 굉장히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아직도 개발할 수 있는 영역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런 성장은 계속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미래에셋 인도법인은 인도 경제가 계속 서비스 중심의 경제에 머물러 있으면 성장 잠재력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전반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조업 경제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했다.
모디 정권이 출범하면서 제조업 육성 프로젝트가 많이 진행됐다. 물론 아직은 인도를 제조업 강국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성장 속도나 잠재력 측면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가 많이 포착되고 있다.
이제 3기부터 새롭게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농촌 경제 활성화다. 인도에선 이 부분이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가 코로나 사태를 직격탄으로 맞으면서 농촌 경제가 굉장히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모디 2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던 이유도 농촌 경제를 너무 못 챙겼다는 비판이 컸기 때문이다. 3기부터는 농촌 경제 중심으로 활성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메가트렌드 '도시화'
인도가 발전하면서 또 하나 주목받는 메가트렌드는 '도시화'다. 향후 15년 내에 인도의 도시 인구는 프랑스와 영국을 합친 규모인 1억2500만~1억3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화 속도가 빨라지면 여러 경제 및 사회 변수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우리는 인도 시장에서 이미 소비 패턴, 가족 구조, 교통, 주택, 교육 등의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도시화가 확산됨에 따라 핵가족화가 증가하고 가처분소득이 높은 소규모 가구가 등장하고 있다. 보석, 패션, 가정 및 리빙, 포장 식품, 음식 서비스 등의 카테고리에서 더 많은 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 도착까지 이틀 걸릴 때 그 국가에 투자해야
글을 마치기 전에 미래에셋 인도법인의 목표를 말하고 싶다. 미래에셋은 인도의 성장에 발맞춰 가고 있다. 해외 운용사가 인도 시장에 이렇게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사례는 거의 없다. 미래에셋은 인도 시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잃지 않았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인도법인에 대해 강한 확신과 믿음으로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게 성공의 비결이다.
재밌는 얘기를 하나 하자면 박 회장은 인도에 투자했던 타이밍을 묻는 내 질문에 "어릴 때 자기 동네에서 서울까지 가는 데 약 이틀이 걸렸다"면서 "시골 동네에서 수도까지 가는 데 이틀이 걸린다면 그 국가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나도 비슷했다. 내가 살았던 작은 동네에서 뭄바이까지 3일 정도가 걸렸는데 지금 와서야 15시간 정도로 대폭 줄어들었다. 박 회장은 타이밍을 알고 있던 것이다.
[최근도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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