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가 아이 낳으면 내 집 마련 '고속도로' 열린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중 신생아 우선공급 비율
민간분양 35%로 확대, 공공분양에선 50%로
공공임대 특공에선 출산가구는 무조건 1순위
대출 혜택 확대하고 청약 허들도 낮춰
신생아특례대출 소득요건 2.5억 이하로 완화
아이 더 낳으면 1명당 우대금리 0.4%P 인하
신규 출산가구엔 특별공급 기회 다시 주기로
정부가 깊어만 가는 저출생 문제의 해법을 ‘주거’에서 찾고 있다. 고공 행진 중인 집값에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고 아이도 낳지 못하겠다는 젊은 부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것이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기존 집값뿐만 아니라 분양가가 급등하며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정부는 “결혼·출산할 때 집 문제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며 출산 가구가 집 걱정을 하지 않도록 공급은 확대하고 대출·청약 혜택의 폭도 키우고 있다. 수도권 신규 택지의 절반 이상은 신혼부부와 출산 가구에 돌아간다. 분양단지에선 출산 가구를 위한 특별공급 비중도 최대 50%까지 확대했다. 공공임대에선 출산 가구가 어떤 유형으로 지원하든 무조건 1순위 공급을 보장한다. 아이를 낳을수록 대출 금리를 낮춰주는 파격적인 지원안까지 내놨다. 민간에서조차 “절실함에 나온 파격적 혜택”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높아진 집값에 “아이 못 낳아”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전용면적 60㎡ 이하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격지수는 216.0을 기록했다. 2021년 6월 수치(153.5)와 비교하면 3년 새 40.71% 오른 셈이다. 지역을 서울로 좁혀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6월 기준 서울의 소형 아파트 분양가격지수는 197로, 3년 전(149)보다 32.21% 상승했다.
청약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요 내 집 마련 수단 중 하나다. 그동안 정부는 공급 확대를 강조하며 특별공급에서 청년과 신혼부부 비중을 높였다. 높아진 분양가에 청년은 청약 장벽이 더 높아졌다는 반응이다.
수도권에서는 고분양가 탓에 신혼부부가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 수원의 한 신축 단지는 121가구를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배정했지만, 미달 사태를 빚었다. 최저 분양가가 9억2000만원이 넘어 청약에 당첨된 신혼부부가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경기 광명의 신축 단지도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108가구를 내놨다. 3.3㎡당 3000만원이 넘는 분양가가 허들로 작용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공급 비중은 늘렸는데, 높아진 분양가에 맞는 대출 지원은 없었던 게 현실”이라며 “일반공급에서 두 자릿수 경쟁률이 나오는데 특별공급은 미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공급 절반 ‘출산 가구’에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공급 물량은 늘리고 청약과 대출 등 내 집 마련 전 과정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당장 출산 가구 대상 주택공급계획을 당초 연간 7만 가구에서 12만 가구 이상으로 확대한다. 연간 출생 인구가 20만 명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출산 가구의 절반가량이 이번 공급의 수혜 대상이 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민간 분양의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 중 신생아 우선공급 비율을 현행 20%에서 35%로 확대한다. 연간 4만6000가구 정도가 신혼부부 특별공급 방식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공공분양은 비율이 50%까지 늘어난다.
정부는 특히 신혼부부의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에 공급을 집중할 계획이다. 당장 수도권에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2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 중에서 신혼과 출산, 다자녀가구에 배정되는 공공주택 물량은 전체의 70%인 1만4000가구 수준이다. 사실상 출산 가구를 위한 신규 택지가 조성되는 셈이다.
고분양가로 내 집 마련이 부담스러운 경우엔 임대주택을 활용할 수도 있다. 공공건설임대는 아예 특별공급 1순위가 ‘출산 가구’로 지정된다. 다자녀와 장애인, 신혼부부 등 어떤 특별공급 유형으로 지원하더라도 출산 가구가 1순위로 공급받는 식이다. 매입·전세임대와 공공지원 민간임대 역시 신생아 우선공급 유형이 추가돼 수도권에서 원하는 지역에서 언제든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입 임대 물량도 2025년까지 10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고 이 중 4만 가구는 신혼과 출산 가구에 배정된다”며 “원하는 지역에 집을 마련하지 못하는 출산 가구가 없을 정도로 공급 물량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청약·대출 혜택 적극 활용해야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신혼부부라면 분양가를 고려해 새로 발표된 주택자금 지원 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정부는 2025년 이후 출산 가구에 대해선 신생아특례대출 소득 요건을 2억5000만원 이하로 완화한다. 맞벌이 가구 중 소득 기준이 맞지 않아 오히려 대출에서 소외된 경우를 아예 없애겠다는 취지다. 직접적으로 대출 금리를 낮춰주는 방안도 제시됐다. 신생아특례대출을 받는 중 아이를 추가로 낳으면 적용받는 우대금리가 한 명당 0.4%포인트 더 내려간다. 기존 추가 우대금리(0.2%포인트)의 두 배에 달한다.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소득 요건도 기존 7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다.
청약 역시 허들이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당장 공공분양 일반공급 맞벌이 기준이 신설돼 미혼 대비 맞벌이 소득 요건이 기존 140%에서 200%로 완화된다. 또 신규 출산 가구는 특별공급 추가 청약 기회도 주어진다. 기존에 소형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뒤에 다시 대형 아파트 청약에 도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이 사실상 폐지되고 출산 가구에 특별공급 기회를 다시 주는 것은 효과가 클 것”이라며 “신혼부부의 수도권 청약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 만큼 상급지의 중대형 청약 경쟁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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