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과 외교부의 ‘역사 매국’…사도광산 찬성 정해놓고 대놓고 거짓말

박민희 기자 2024. 8. 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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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로 일본 정부와 협상하면서 조선인 노동자의 '강제' 동원을 명시해달라는 우리 쪽 요구가 묵살당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등재 찬성'이란 결론을 내려놓고 협상에 임했기 때문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지난 6월 등재 '보류' 권고를 내리는 등 우리 쪽에 유리한 상황이었는데도 '강제동원' 명시를 거부한 일본에 협상 내내 끌려다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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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 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연합뉴스

정부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로 일본 정부와 협상하면서 조선인 노동자의 ‘강제’ 동원을 명시해달라는 우리 쪽 요구가 묵살당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등재 찬성’이란 결론을 내려놓고 협상에 임했기 때문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전시 내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강제'라는 단어가 들어간 일본의 과거 사료 및 전시 문안을 일본 측에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일본은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부의 답변에 언급된 ‘일본의 과거 사료’는 사도광산이 위치한 니가타현이 1988년 펴낸 ‘니가타현사 통사편8 근대3’에 나오는 “1939년에 시작된 노무동원 계획은 명칭이 모집, 관 알선, 징용으로 바뀌지만 조선인을 강제로 연행한 사실은 동질”이라는 내용으로 보인다. ‘조선인 강제동원’을 명시한 일본 쪽 사료는 현지 언론도 몇 차례 보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료조차 일본이 전시를 거부했음에도 한국은 등재에 찬성한 것이다. ‘굴욕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번 협상 과정에선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군사협력을 최대 외교안보 성과로 내세우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의중에 따라 ‘등재 찬성’이란 답이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일본 정부 역시 우리 정부가 사도광산 등재를 거부할 가능성은 없다고 간파했다. 그런 만큼 핵심 쟁점인 강제동원 표현에 동의할 이유가 없었고, 한국 협상팀은 속수무책으로 끌려갔다. 문제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지난 6월 등재 ‘보류’ 권고를 내리는 등 우리 쪽에 유리한 상황이었는데도 ‘강제동원’ 명시를 거부한 일본에 협상 내내 끌려다녔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식민통치 하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은 국가 총동원령에 따라 징집되었으므로 강제 노동도, 불법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는 ‘일제 식민통치가 합법’임을 강조하는 아베 정부 이후 일본 우경화 역사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한일관계의 핵심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다.

외교부는 이재정 의원 쪽에 보낸 답변서에서 “2015년보다 후퇴하는 문안은 국내적으로 수용불가하다는 입장 하에 협상했다”고 강조했다. 2015년 일본이 ‘군함도'(하시마 탄광)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끌려와 강제로 일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을 이번 협상에서도 지켜냈다는 게 외교부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식민지배와 강제동원은 불법’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밝힌 적이 없고, 조태열 외교장관도 사도광산 등재 뒤 ‘일본이 추도식 등 후속조치 이행에 성의를 보여달라’는 입장만 내놨다. 윤석열 정부가 ‘제3자 변제’에 이어 사도광산 등재 찬성까지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책임에 잇따라 면죄부를 쥐어준 셈이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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