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손 사건' 피해자 변호인 "경찰이 불송치 이유 설명 안해줘"
"죄가 안 된다면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떻게 안 되는지 적어줬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게임 홍보영상에 '집게손' 모양을 그려 넣었다고 오해를 받은 사이버불링(온라인 괴롭힘) 피해자 A씨 측 변호인이 7일 경찰수사 결과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같은날 불송치 결정을 번복하고 같은날 재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범 변호사는 7일 머니투데이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그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이 혐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해당 사항이 없다는 건지 안 적혀 있어서 대응이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서 지난해 11월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넥슨 등 게임사에 납품한 홍보 영상에 '남성 혐오' 상징인 집게손 동작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성 애니메이터인 A씨가 넥슨을 속이고 의도적으로 해당 그림을 삽입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 일은 일명 '넥슨 집게손' 사건으로 번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A씨 신상 정보가 유포되고 성적 비하를 포함한 각종 모욕성 글이 잇따랐다. X(옛 트위터) DM(개인 메시지)으로 부모를 거론하며 성적으로 희롱한 사례도 있다.
논란 끝에 A씨가 아니라 40대 남성 에니메이터가 해당 그림을 그린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측은 인터넷 댓글과 게시글 등 3500개를 수집한 후 모욕 정도 등이 심한 308건에 대해 두 차례에 나눠 고소했다. 고소를 대리한 범 변호사는 각종 모욕과 명예훼손을 적용한 다수 댓글에 대해 비슷한 표현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판례를 고소장에 첨부했다.
경찰은 각 고소건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후 보완자료를 요구했다. 범 변호사는 "경찰이 어떤 문구가 문제가 되는지 밑줄 쳐서 가지고 와라, 특정성을 보완해 달라는 등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각 고소건에 대한 보완자료도 제출했다.
수사를 벌인 경찰은 2차 고소건에 대해 지난 5일 각하(불송치)를 결정했다. 문제가 된 불송치 사건은 2차로 접수한 41건이다. 경찰은 "피의자들 모두 각 범죄 구성요건 해당성 없음이 명백하거나 수사의 실익 없음이 명백하다"고 했다. 사건 수사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A씨 소속사가 사과한 점 △A씨가 과거 페미니즘에 동조하는 트위터 글을 게시한 점을 들어 "피의자들이 고소인을 대상으로 비판하는 것은 그 논리적 귀결이 인정 된다"고 판단했다.
A씨를 향한 모욕성 게시글에 대해선 "특정인물을 향한 비판이라기 보다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X에서 이뤄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혐의에 대해선 "그 혐의는 상당하다"면서도 "미국 기업인 트위터는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에 한해 자료제공 요청에 협조하고 있어 회신을 기대하기 어려워 압수수색영장 신청 등 수사 계속의 실익이 없다"고 했다.
범 변호사는 경찰의 설명이 부정확해 법정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모욕과 명예훼손을 구분해 쓰지 않았고 스토킹처벌법 위반에 대해선 아예 안 적혀 있다"며 "통매음은 혐의는 인정되나 트위터 협조를 기대할 수 없어 진행을 안 했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죄가 안 된다면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떻게 안 되는지라도 적어줬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혐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해당사항이 없다는 건지 안 적혀 있어서 대응이 어렵다"고 했다. 이어 "트위터에 공조를 시도라도 해보고 협조가 안 됐다고 통지했다면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 A씨는 여전히 사이버불링에 따른 고통을 호소한다고 한다. A씨는 범 변호사를 통해 "시간이 제법 지나 괜찮아졌을거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사람을 피하거나 우울감에 빠지는 일이 많다"며 "자꾸 깜빡하는 탓에 자괴감도 생긴다"고 했다. 이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들었을 때 "참담하고 세상에 제 편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많은 분들이 같이 분노해주시고 연대해서 이제는 괜찮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각하(불송치) 결정한 '넥슨 집게손' 관련 명예훼손 사건을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넥슨 집게손 사건 피해자 A씨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을 검토한 결과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필요함에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각하 결정한 것은 미흡한 결정이었음을 인정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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