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사저 놓고 야권 '적통경쟁'…민주당 뒤늦게 "문화유산화 하자"
DJ직계 의원들, 대책 마련 촉구하며…"죄송하다"
존재감 적었던 새로운미래 "민주당에 DJ 없다" 부각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뒤늦게 자신들의 본산(本山) 격인 ‘동교동 사저’ 되찾기에 나섰다.
이 사저는 김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전 민주당 의원이 매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받게 됐다. 지난 총선 친(親) 이낙연계 인사들이 모여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민주당을 비난하며 이를 정치 쟁점화 했다.
‘김홍걸 전 의원의 개인사다’라면서 구체적인 논평을 자제했던 민주당은 지난 6일부터 공개적으로 동교동 사저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김대중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사재를 동교동 사저를 찾는 데 쓰겠다고 간접적으로 밝혔다. 이재명 전 대표도 동교동 사저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석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은 “세계적 지도자 김대중의 동교동 사저를 문화·역사 공간으로 조성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동교동이 지역구이기도 한 정 의원은 “사저 앞 작은 공간을 서울시비·국비로 평화공원을 만든 바 있다”면서 “사저 자체를 공공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차기 지도부 최고위원이 유력한 김민석 의원은 이재명 전 대표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재명 (전) 대표도 ‘매각 연유가 어떻게 됐든 김 대통령의 유업을 이어야 할 주체로, 책임감을 갖고 풀어나갈 방법을 찾자’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박지원 의원이 동교동 사저를 찾는데 전 재산을 직접 투입한다”고 부연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뒤늦게 동교동 사저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을 사과했다. 그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머리 숙여야 할 죄인”이라며 “지난주 권노갑 고문 등 10여개 재단 및 민주당 관계자들과 회동해 수습책을 강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주요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동교동 사저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이틀 전까지 민주당은 이 문제에 유보적이었다.
지난 5일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김홍일 전 의원이 상속세 관련한 부담으로 상당 기간 고통을 많이 받았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사저가 매각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당이 관심을 갖지 않은 사안이 아니다”면서도 “지도부에서 이것을 현안으로 놓고 토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대중 잊었다” 새로운미래 비판에 움직인 민주당
민주당의 입장 변화를 이끈 것은 새로운미래로 해석된다. 원내 의석 수가 단 1석에 불과한 새로운미래는 이번 동교동 사저 매각 문제를 정치 쟁점화했다. 공개적으로 민주당의 책임과 방관의 이유를 물으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정치권에서는 새로운미래가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동교동 사저 문제를 계기로 정통성 시비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반(反)이재명 인사들이 합류한 새로운 미래는 민주당이 ‘이재명 일극체제’로 가는 것을 비판했다. 이들은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이재명 민주당’에서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본인들이 ‘진짜 민주당’이라는 점을 지난 22대 총선 기간 내내 외쳤다.
한편 동교동 사저는 김 전 대통령이 1961년 입주한 뒤 2009년 서거 전까지 거주했던 곳이다. 미국 망명과 영국 유학 때를 제외하고 줄곧 이곳에서 머물렀다. 이 때문에 친(親)김대중 인사들을 ‘동교동계’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는 생전에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써달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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