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만큼은 확실한 '더 인플루언서', 시청자를 붙잡아 둘 수 있을까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8. 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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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넷플릭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참가자는 프로그램 자체가 아닌 관심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출연하는 참가자들이다. 프로그램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고,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폐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인플루언서'에서는 다르다. 가장 관심을 끌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흥미로운 설정은 '더 인플루언서'라는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만들었지만, 끝까지 시청자들을 끝까지 붙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남겼다. 

'더 인플루언서'는 영향력이 곧 몸값이 되는 대한민국 인플루언서 77인이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해 경쟁하는 소셜 생존 서바이벌 예능이다. 앞서 예능 콘텐츠 강화를 약속한 넷플릭스가 그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아프리카tv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을 한데 모았다는 점은 넷플릭스의 '피지컬: 100'을 떠올리게 한다. 몸이라는 큰 주제 안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모아놓은 '피지컬: 100'과 대중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더 인플루언서'는 직업군만 다를 뿐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넷플릭스라서 가능한 압도적인 물량 공세는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한번쯤은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넷플릭스다운 모습은 휘황찬란한 세트장과 기술력에서도 느껴진다. 사이버 세계에 들어온듯한 비주얼의 세트장은 순식간에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여러 명의 인플루언서들이 각자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스튜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팔로워 숫자를 상금으로 치환하고 이를 목에 걸고 있는 기계를 통해 보여주는 기술력 역시 인상적이다. 

/사진=넷플릭스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라는 말을 활용한 첫 번째 라운드는 신선했다. 좋아요 15개와 싫어요 15개를 보유한 참가자들은 초반에는 좋아요를 받고 싫어요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운다. 좋아요는 점수에 플러스가 될 것이고 싫어요는 감점이 될 것이라는 직관적인 접근 때문이다. 

그러나 인플루언서에겐 싫어요 역시 충분한 무기가 될 수 있고 좋아요와 싫어요는 모두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참가자보다는 기획자의 시선에서 접근해 이를 먼저 알아차린 진용진, 오랜 연예계 생활로 미움받는 상황에 익숙한 장근석 등은 돌연 싫어요를 받기 위해 움직인다. 다른 서바이벌이라면 '트롤' 혹은 '빌런'이 될 수도 있지만, '더 인플루언서'에서는 이 역시 훌륭한 생존전략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 싫어요를 받은 사람이 살아남고, 싫어요는 많이 받지 않았더라도 좋아요 마저 많이 받지 못한 사람이 탈락하는 시스템은 인플루언서 세계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잘 모르는데 유명하다는 것이 싫어요의 이유가 된 시아지우의 모습이나 플랫폼을 기준으로 편가르기에 나서는 모습 역시 우리 사회를 축약해서 보여준다는 인상을 남겼다.

/사진=넷플릭스

라이브 방송을 해야 하는 두 번째 미션에서는 평균 시청자 수 혹은 순간 최고 시청자 수를 측정해 생존자와 탈락자를 결정했다. 이들이 연예인이 아닌 인플루언서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활발한 소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라이브 방송 미션은 인플루언서의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기도 했다. 

다만, 이 즈음부터 힘이 빠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자의 플랫폼에 맞춘 라이브 전략과 이기기 위해 필살의 게스트까지 섭외하는 방식을 보여준 것까지는 좋았지만, 결국 이들이 뭘 보여줬냐 부분은 많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재석 PD는 '더 인플루언서'에 대해 휴대전화를 켜고 인플루언서를 검색하면서 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들이 결국 뭘 보여줬냐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다 보니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았다. 프로그램 자체 역시 기존의 서바이벌과는 크게 다르지 않아졌다. 

이는 라이브 미션에서 넷플릭스에 대한 성토를 털어놓은 장지수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77명의 PD와 함께했다"고 말한 손수정 PD의 말처럼 라이브 방송에 참여한 인플루언서들은 각자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더 인플루언서'에 공개된 건 극히 일부다. 다른 많은 콘텐츠들은 제대로 공개되지 못한 채 허무하게 날아갔다.

/사진=넷플릭스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했던 첫 미션, 어떻게든 시청자를 끌어모아야 했던 라이브 미션, 7초 안에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피드 사진 미션 등은 오로지 '관심 끌기' 그 자체에만 매몰되어 있다. 물론, 서로 다른 플랫폼과 콘텐츠를 측정하는 기준을 만들기란 어렵지만, 오로지 관심 그 자체에만 포커스가 가다보니 미션이 진행될수록 콘텐츠의 퀄리티는 포기하게 됐다. 이 역시 계속해서 보고 있을 이유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77명의 인플루언서를 내세운 '더 인플루언서'는 강력하고 압도적섬네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그러나 이어지는 지속력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방송 초반부터 참가자들을 가차 없이 추려내며 어느새 후반부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조금 더 인플루언서 각자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다. 과연 '더 인플루언서'는 강력한 섬네일을 보고 들어온 시청자를 계속 붙잡아 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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