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주 아주대 총장 “‘한국형 실리콘밸리’ 중심 되겠다” [창간 36주년 특별인터뷰]
혁신은 필연적으로 변화를 동반한다. 고등교육의 근간인 대학도 마찬가지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글로벌화 등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변화가 닥치면서 대학은 기존 성공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혁신을 요구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학의 저력은 ‘사람’에서 나온다는 비전으로 아주대학교는 자체적인 혁신대학 모델을 구축, 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첨단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등 혁신 대학을 만들고 있다.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대학을 꿈꾸는 아주대의 수장, 최기주 총장을 만나 그가 말하는 ‘혁신’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남들과 다른 ‘아주대 혁신(Ajou Innovation)’으로 발돋움
최기주 총장은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대학의 혁신은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1994년부터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일하기 시작해 학교와 인연을 맺어온 그는 총장 취임 후 2년 동안 총장의 위치에서 한국 대학의 녹록하지 않은 현실과 과제를 체감, 혁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하지 않는 대학은 멈추고 도태돼 결국 학생들의 선택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지난 2년 간의 총장 임기는 아주대의 혁신이 어디를 향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최 총장은 대학 혁신은 각 대학의 장점을 살리고 소재 지역에 맞는 특성화와 차별화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특히 아주대가 대학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인 연구와 교육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점에 착안해 ‘ai(ajou innovations)’라는 새로운 혁신 체계를 수립, 이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아주대의 새로운 혁신 체계 ai에는 교육 분야의 혁신 외에도 교내∙외 인프라 개선, 주변 교통 여건 증진, 주변 지역과의 상생 개발을 통한 지역사회 랜드마크화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창의적∙혁신적 교육과 학과 경계를 과감히 허물기 위해 2025학년도부터 자유전공학부를 개설하고 아주 혁신대학모델인 ‘ai Lab’도 도입한다. ‘ai Lab’은 프런티어과학학부와 경제정치사회융합학부로 구성된 교육 혁신 모델로 해당 학생들은 특정 학과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학문을 탐색하고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융합 교육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 ‘최초’가 많았던 대학... 또 다른 최초 위한 내실 다지기
아주대가 만들어온 지난 50년의 성취를 넘어 100년의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뜻을 품고 취임한 최 총장은 융합과 연결, 혁신과 문화를 키워드로 ▲융복합 교육 프로그램 신설 ▲플랫폼 교육 강화 ▲학과 간 융합 연구 활성화 ▲대규모 융합연구과제 유치 ▲지역·지방·전문대학과의 연계 확대 ▲특성화연구소 설립 ▲교내외 인프라 개선 ▲조직문화의 혁신 ▲문화적 자산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현재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1996년 국내 대학 최초로 ‘2+2 복수학위제’를 도입하는 등 유난히 ‘최초’가 많았던 아주대에 최초라는 수식어를 앞으로도 추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주대의 실력 있는 교수·연구자들과 무한한 가능성과 역량을 가진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본연의 일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대학들과 실질적이고 긴밀한 교류 및 협력에 나서고 있다. 최 총장은 취임 후 세계 속에서 뛰어노는 아주대를 위해 직접 꾸준히 해외 명문 대학들을 방문해 아주 구성원들이 더 넓은 무대에서,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학생·연구진 파견과 공동 연구와 같은 학술 교류 진행 여부를 항상 조사한다.
그 결과, 올해 신설 학과인 AI모빌리티학과 학생을 미국 미시간대학에 파견했으며 여름 방학에는 단순한 학생 문화 교류가 아니라, 취업과 창업까지 범위를 넓힌 새로운 개념의 ‘ABC 프로그램(Ajou Bespoke College)’을 진행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퍼듀대학을 비롯한 4개 대학의 재학생들이 아주대 캠퍼스에 2주간 머물며, 삼성전자, 네이버, CJ블로썸파크, 경기도청 등 기업∙산업 현장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울러 연구와 교육에서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는 아주대는 이를 유지하기 위해 내실을 계속 다지겠다는 방침이다. 최 총장은 “최근 3년간 아주대 연구 성과로 인한 기술이전료는 100억원이 넘고 2021년에는 전국 4위를 기록할 정도로 활발하다”며 “대학을 글로벌 수준의 기초연구 거점으로 육성하는 지램프(G-LAMP)사업에도 서울대와 함께 선정돼 236억원을 지원받는 등 혁신을 위한 각종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신소재·반도체·바이오 등 ‘게임 체인저’ 산업 인재 양성
최 총장은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선 새로운 산업에 대해 미리 내다보고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과 학과 체제 등이 기존에 해오던 방식과 형식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대학이 먼저 변해야 학생이 변하고 동시에 학생들의 발전까지 이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아주대는 지난 2022년 첨단 분야 첨단신소재공학과, 지능형반도체공학과, AI모빌리티공학과 등 3개 학과를 신설했다. 앞선 학과들은 올해 첨단 분야 학과 교육부 증원 허가를 받아, 기존 40명에서 137명으로 정원이 확대된다. 최 총장은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산업 구조 변화로 인해 첨단 소재와 지능형 반도체, AI모빌리티 등 미래 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중 AI모빌리티공학과의 경우 내년부터 미래모빌리티공학과로 이름을 바꿔 확대 운영할 예정이고 자율 주행·전기차 외에도 우주 통신, AI와 지능형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소프트웨어적 지식을 가르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반도체와 AI, 모빌리티에 이어 매우 유망한 분야로 뽑히는 ‘게임 체인저’ 기술인 바이오 인재 양성에도 나선다. 21세기의 창조적 인재는, 이공 계열과 인문 사회계열을 넘나드는 연계 교육을 통해 탄생할 수 있다는 교육 목표를 두고 올해 2월 출범한 첨단바이오융합대학에는 학생들이 융복합 사고력을 갖출 수 있도록 공대뿐 아니라 의대, 약대, 자연대 소속 교원들이 합류해 교육을 진행한다.
■ 아주대의 최종 목표는... ‘한국형 실리콘밸리’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최 총장의 목표는 아주대와 지역을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조성하는 것이다. 아주대를 비롯한 한국 대학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하지 않지만, 아주대가 지닌 가치를 지키면서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헤쳐 나간다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최 총장은 “총장으로서 꾸는 꿈은 여전히 원대하다. 아주대가 가진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우리 대학이 ‘한국형 실리콘밸리’의 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며 “아주대가 구성원들로부터, 그리고 우리가 속한 지역에서 사랑받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어 “개별의 쓸모없어 보이는 일들이, 결국에는 다 이어져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스티브 잡스의 ‘connect the dots’ 문구를 항상 가슴 속에 품고 있다”며 “당장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해도 세계 속에 우뚝 설 아주대를 위해 계속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언급했다.
최기주 아주대 총장
△서울대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교통공학 석사학위를,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연구원 도시교통연구부 책임연구원,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지속가능 도시·교통연구센터 센터장, 대학교통학회 회장,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초대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부터 국제지속가능교통학회지 편집 위원장(Editor-in-Chief)을 맡고 있으며 아주대 총장에는 2022년 2월 임명됐다. 현재 공과대학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겸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양휘모 기자 return778@kyeonggi.com
김한울 기자 dahan81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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