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무조건 더 위험하진 않아… 내연차가 피해 더 커

박한나 2024. 8. 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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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차량 피해가 되레 더 크기도
공포심리 확산속 산업위축 우려
"초동대처 위한 제도적 정비 필요"
지난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피해 입은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빠르게 번지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산업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기차의 화재 발생 비율이 내연기관차의 절반 또는 그 이하다. 그럼에도 최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사고 이후 '화재에 취약하다',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출입을 막아야 한다'는 등의 공포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오히려 지하 주차장은 기본적으로 화재에 취약한 만큼 초동 대처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간 내연기관 차량화재는 총 1만933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기차 화재는 전기차 보급량 증가에 따라 2021년 24건에서 2022년 43건, 지난해 72건으로 총 139건이다. 지난해 기준 내연기관차 1만대당 화재 발생 건수는 1.9대로, 전기차의 화재 비율(1.3대)보다 높다.

◇"전기차가 더 위험하다?"= 배터리업계는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도 화재차량 1대의 전소로 사고가 마무리된 사례도 적지 않다고 강조한다. 지하주차장 내 차량 화재는 휘발유, 디젤 차량 등 다양한 사례를 찾을 수 있는데, 단순히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로 구분한 차량 종류가 피해 규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7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의 경우 처음에는 전기차 화재 사고로 알려졌지만, 디젤 차량에서 발생한 고온의 배기가스가 폐지에 옮겨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스프링클러 등이 작동하지 않아 더 큰 화재로 이어진 사례였다.

반대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피해 규모가 적은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차 중이던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해 45분 만에 진화된 사례다. 2021년 11월 충주 호암동 지하주차장 화재는 전기차 1대의 전소로 피해가 그친 경우다.

◇"전기차는 화재에 취약하다?… 글쎄"= 전기차가 화재에 취약하다는 주장 역시 과장된 우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가 한 번 불이 붙으면 완전 연소까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맞지만, 화재의 빈도수와 피해규모 등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은 큰 오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연료를 채운 휘발유 차량은 완충했을 때의 전기차보다 에너지 용량이 더 크기 때문에 같은 화재라도 더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화제가 오래 유지되기는 하지만 큰불이 나기까지는 가솔린 차가 전기차 보다 3분 정도 더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며 "단시간 동안 가솔린차가 갖고 있는 연료와 엔진구동에 사용되는 각종 유류들로 전기차보다 내연기관 차량의 화재 성장 속도가 더 빠르다"고 했다.

전기차든 내연기관차든 초동대처가 가장 중요한 점으로 꼽힌다. 지하 주차장에서도 소방설비만 잘 갖춰져 있다면 충분히 화재 진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프링클러와 질소 소화기 확충, 자동 수조 설치 등의 시스템이 먼저 갖추는 것이 훨씬 건설적인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기차 화재 대응 연구 용역을 진행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은 최근 상부 스프링클러만 제대로 작동하면 인접 차량으로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는 실증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는 '전기차 주차와 충전소' 등에 집중되고 별도 안전 기준이나 소방장비에 대한 제도와 실질적 논의는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전기차 인프라 투자는 화재나 안전 관련 장비 마련 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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