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만난 예술... 새로운 세상 ‘무한도전’ [창간 36주년, 빅체인지]

김보람 기자 2024. 8. 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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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AI 창작단, AI 기술·발달장애인 융합 예술 ‘전국 첫’ 실시
JL 한꿈예술단, 연주자 특성 맞게 편곡한 ‘AI창작무대’ 선봬
꿈·음악 모티브 큰 울림... “사회 배려계층 문화향유 기회 누리길”

이세돌이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에서 패한 지 어느덧 8년이 지났다. 충격으로 다가왔던 AI는 이제 우리 일상 곳곳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AI는 수어통역사를 대체하고, 반려동물의 건강을 체크한다. 파리 올림픽에선 선수들의 경기를 분석하고, 실수를 짚어내 심판 역할도 해냈다. 기술의 진보는 사람을 소외시킨다고도 하지만 사람의 꿈과 가능성을 실현시켜 주기도 한다. 문화예술에 덧입힌 AI는 누군가에겐 문화 향유의 기회를, 누군가에겐 못다 이룬 꿈을 이루도록 도와 ‘경계 없는 세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펼쳐지고 있는 ‘기술을 만난 예술’은 사람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해 경기문화재단의 ‘AI 활용 취약계층 예술활동 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한 하늘소리사회적협동조합 소속 김민구씨가 AI로 그린 그림. 하늘소리사회적협동조합 제공

■ “꿈꾸는 모습을 AI로”...목소리로 덧입힌 세상 단 1점뿐인 ‘그림’

“요리조리 상대팀을 제치고 골을 넣는 모습을 꿈꿔요. AI가 그린 그림은 상상과 똑같았습니다.”

발달장애인농구단 선수로 활동 중인 20대 김성호(가명)씨는 지난해 경기문화재단의 ‘AI 활용 취약계층 예술활동 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해 작품을 만들고 전시까지 마쳤다.

‘누구에게도 플레이를 방해받지 않는 모습을 그려줘’, ‘주위에 뭉게구름을 넣어 하늘에 떠 있는 모습을 그려줘’ 등 김씨가 여러 차례 AI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한 결과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농구 골대에 골을 넣는 자신의 모습을 완성했다. 번호가 없는 유니폼엔 김씨가 직접 ‘6’을 그려넣으며 손길을 더했다. 지난해 5월 경기도청사에서 전시를 마친 김씨는 서울의 더아트나인갤러리 등에서도 초청받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경기 AI 창작단’이 AI를 통해 완성한 작품을 들고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경기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제공

경기문화재단은 지난해 4월 시범사업을 추진해 약 2개월간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AI의 기본개념부터 프롬프트를 활용해 이미지 결과물을 창작할 수 있는 교육을 지원했다. 생성형 AI와 발달장애인, 예술가가 협업해 상호작용하고 융합함으로써 장애와 비장애,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AI 기술과 발달장애인을 연결해 예술의 한 장르를 만든 재단의 이 사업은 전국 최초로 시행됐다. 특히 장애인들에겐 문화예술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의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비장애인에게도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나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업엔 도내 10~30대 발달장애인 15명과 도내 미술대학생을 비롯한 예술인 6명이 참여했다.

‘경기도 AI 창작단’은 경기도청사 전시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아 수원대, 킨텍스, 춘천 꿈꾸는 예술터 등 전국 여섯 곳에서 작품을 선보였고 총 1만8천595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다녀가는 등 호응을 얻었다.

김씨를 포함해 지난해 사업에 참여한 하늘소리사회적협동조합 소속 발달장애인들은 올해 조합의 ‘AI 아트 포 올’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AI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늘소리사회적협동조합의 고석찬 대표는 “AI에 대한 교육을 하고, 키워드를 입력해 그림그리는 법을 터득하면서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꿈꾸던 자신의 모습, 상상 속 풍경 등을 완성해가며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꼈다”며 “AI 그림을 새로운 취미로 삼기도 하고, 누군가는 직업으로 이어가기 위해 또 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제2의 인생, 제2의 취미를 만들며 이전보다 더 나온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경기 AI 음악 창작단의 성과공유회’에서 AI로 작곡한 곡을 연주하고 합창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제공

■ 연주자 ‘특성’ 반영한 AI 창작음악...수많은 관객에 큰 울림

AI는 세상에 없는 전혀 새로운 음악으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명령어에 따라 연주자의 ‘특성’에 맞게 창작된 곡은 연주하기 편안한 형태로 무대에서도 잘 어우러진다.

수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 예술단체 ‘JL 한꿈예술단’은 오는 10월 AI 창작 무대에 서기 위해 주말도 반납한 채 맹연습 중이다. 합창단 20명과 오케스트라 17명으로 구성된 JL 한꿈예술단은 올해 AI로 작곡한 3곡과 지난해 만든 2곡을 무대에 올린다. 단원들이 좋아하는 가사, 단어, 음 등을 AI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AI가 보완해 작사·작곡을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곡을 비장애인 예술인이 다시 편곡하는 과정을 거쳐 곡이 탄생한다.

단원 황현진씨(20)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그런데 컴퓨터를 켜고 키워드를 넣으면 노래가 돼 나오는 걸 보고 들으면서 너무 신기했다”며 “같이 배운 친구들과 엄마도 함께 듣고 참 좋아하셔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앞서 예술단은 지난 2월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AI로 창작한 곡을 선보여 많은 관객들에게 뭉클함을 선사했다. ‘꿈’, ‘여행’, ‘희망’ 등을 주제로 웅장하고 경쾌한 리듬으로 이뤄진 AI 창작곡을 연주한 이들은 관객 300여명의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들 역시 지난해 경기문화재단의 ‘AI 활용 취약계층 예술활동 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해 4개월간 ‘경기도 AI 음악 창작단’으로 활동했다.

지난 2월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경기 AI 음악 창작단의 성과공유회’에서 AI로 작곡한 곡을 연주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제공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오보에, 비올라 등으로 구성된 JL 한꿈예술단 오케스트라는 단원들의 특성에 맞게 여러 차례 편곡을 하며 무대에 서 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AI를 만난 예술단은 반복적으로 명령어를 입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음악을 다듬어 나간 끝에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한 모습으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장애로 인해 자유를 제약을 받는 이들이 AI를 만나 더 큰 예술적 자유를 누리게 된 셈이다.

예술단은 첫 번째 창작곡으로 꿈, 음악을 모티브로 한 ‘울림’을 선보였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의 울림’, ‘작은 돌부리’, ‘길을 잃은 순간’ 등의 명령어를 통해 역경을 표현한 뒤 ‘하늘의 바람’, ‘은하수’ 등의 형태로 희망을 담았다. ‘The Concert of GAIA’는 경기도 인공지능 예술을 의미하는 ‘GAIA’를 통해 시작, 미래,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힘찬 멜로디를 선보였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장애로 문화예술을 즐기지 못했던 이들이 AI를 통해 도움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장애인과 함께 노인 등 사회적 배려계층이 한계와 제약에서 벗어나 마음껏 예술활동을 펼치고 즐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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