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분양가상한제가 더 문제라고요?

채신화 2024. 8. 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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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동탄롯데캐슬 '수백만대 1' 청약 광풍
주거안정 효과 적고 오히려 투기심리 부채질
'상한제 폐지'까지 도마에…당국, 보완책 '고심'

요즘 주택 시장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상한제를 적용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어 수요자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제도죠. 뛰는 집값을 안정시키려 도입됐기도 했고요. 하지만 본래 취지가 변색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분양가가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상한제 적용 단지만 저렴하게 공급되니 '로또 청약' 광풍이 불고 있거든요.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오히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는 적어지고 있고요. 분양가 상한제는 이제 '한물간' 제도일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상한제가 낳은 로또청약?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분양가격을 '택지비+건축비'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인데요. 지난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고분양가 논란과 집값 급등에 따라 시장 불안이 커지자 실수요자 보호 등을 위해 판교신도시 분양을 기점으로 2005년 공공택지에 먼저 도입됐고 2007년 민간 택지로 확대됐죠. 

이 중 민간 택지 상한제는 2015년 4월 폐지됐다가 2017년 문재인 정부 때 부활했고요.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규제 지역이 속속 풀리면서 현재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규제 지역 내 민간택지와 공공택지지구에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상한제가 적용되는 규제지역이란 건 그만큼 대기수요가 많은, 뜨거운 지역이란 얘깁니다. 그러니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들이 시장에 나올 때마다 청약 시장이 출렁이고 있죠.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로 인식되니까요.

특히 최근 인건비, 자재비 등 인상에 따라 공사비가 오르면서 분양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데요. 이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한제 아파트의 인기가 치솟으며 '청약 광풍'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청약 시장을 뜨겁게 달군 △동탄역 롯데캐슬 △래미안 원펜타스 △제일풍경채운정 등은 모두 상한제 적용 단지인데요. 이들 모두 시세보다 수억~십수억원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되면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는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가 23억3000만원으로 시세 대비 20억원 이상 저렴하다 평가됐는데요. 그 결과 178가구 모집에 9만3864명이 몰리면서 청약 경쟁률이 '526 대 1'에 달했고요.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은 무순위 청약이라 전용 84㎡가 2017년 분양 가격인 4억8200만원에 나왔는데요. 시세 대비 10억원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1가구 모집에 294만4780명이 몰리면서 실제 로또 당첨률 버금가는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두 단지는 지난달 29일 청약을 같은 날 진행했는데요.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사이트가 마비돼 청약 접수 마감 시간을 연장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죠.

이달 청약을 받은 서울 강남구 '래미안 레벤투스'도 시세보다 5억원가량 저렴하게 나와, 71가구 모집에 2만8611가구가 청약하면서 403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요. 경기 파주시 '제일풍경채운정'은 시세보다 1억원가량 저렴했음에도 209가구 모집에 2만6449가구(127대 1)가 몰렸습니다. 

시세보다 조금이라도 저렴하면 '넣고 보자'는 심리가 짙게 깔려있는 거죠. 서울 강남권에서 상한제를 적용해 나올 예정인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잠실르엘', '디에이치방배', '래미안원페를라' 등 역시 벌써부터 '로또 청약' 단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로또 청약'으로 주목받은 분양가상한제 단지/그래픽=비즈워치

주변 집값 안정효과도 기대 어려워

이처럼 상한제 단지에 청약이 쏠리는 과열 현상이 심해지자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청약은 무주택자, 상한제는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제도인데 정작 그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죠.

실제로 래미안원펜타스의 경우 1주택자도 청약할 수 있었고요.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청약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니 실수요뿐 아니라 서울 지역, 또 전국의 가수요를 끌어모은 거죠.  

서민과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제도인데도 오히려 시장 불안을 자극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상한제는 여러 부작용이 지적돼 왔는데요. 공급자 입장에선 인해 공사비 등이 분양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해 사업 추진이 어렵습니다. 특히 공공택지의 경우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공사비가 급등했는데 상한제가 걸림돌이 되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요.

정비사업 단지의 경우 조합원 분양가보다 일반 분양가가 더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있어 공급을 미루기도 합니다. 도심은 공급 물량 다수를 정비사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상한제가 공급 위축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죠.

상한제로 인한 집값 안정 효과도 미미하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상한제 적용 단지가 적으니 매매시세를 끌어내리는 효과는 없어지다시피 했고요. 분양가보다는 지역의 수급, 개발 호재 등에 따라 시세가 결정되니 그저 '로또' 판만 벌어지는 거죠. 

상한제 개편 착수…폐지가 답일까?

국토부는 이달 '분양가 상한제 관리체계 개선 연구' 용역 발주 입찰 공고에 나섰습니다. 이번 용역을 통해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가 주택 건설 관련 기준 등을 현실성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주택업계 등 일각에선 '제도 폐지'까지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도의 순기능이 있는 만큼 전면 폐지보다는 보완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상한제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규제하는 거라 공급자 의지를 꺾어서 공급을 줄이는 리스크가 있다"며 개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했는데요.

그러면서도 "민간 상한제 적용 지역이 얼마 남지 않았고 로또 청약 문제는 건자재 가격 인상, 인플레이션 영향 등에 따라 신규 분양가가 높아지는 등 종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며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민간택지 규제지역으로 남은 곳이 강남권과 용산 뿐인데 이들 지역에서 굳이 저렴하게 공급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규제지역을 전부 해제하거나 상한제 적용을 제외하는 식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전국민 로또'로 전락한 무순위 청약에 대해선 채권입찰제 부활 제안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채권입찰제는 청약 당첨자가 채권을 매입하도록 해 이를 주택도시기금 등으로 환수한 제도입니다. 분양으로 인한 차익을 줄이는 거죠. 2006년 판교신도시 공공분양 중대형 아파트에 적용된 바 있습니다.

윤 위원은 "일부 무순위 청약은 시장을 자극하기도 하고 무주택 실수요자가 우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채권입찰제를 이용해 채권매입액을 공공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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