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커지는 누리호 영웅들 "이면 계약 절대 없다…8일 우주청서 회동"

한화에어로, 차세대발사체 지적재산권 항우연과 공동소유 주장
6일 제기된 '이면 계약설'에 갈등 폭발
8일 우주청서 한화-항우연 양자 의견 청취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022년 6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항공우주연구원

차세대발사체사업의 지식재산권(IP) 공동 소유를 둘러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한화의 지재권 공동 소유를 보장한다는 내용의 '이면 계약'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양측 모두 "(이면 계약은) 절대 없다"고 했지만 갈등이 해소되기까진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역할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 우주항공청(우주청·KASA)은 8일 두 기관과 함께 갈등 조정을 위한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항우연·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된 '이면 계약'의 존재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7일 밝혔다. 전날 국내 매체를 통해 차세대발사체사업 계약 당시 항우연이 한화에어로의 지재권 공동소유를 비공식적으로 약속했다는 내용의 '뒷계약 설'이 불거졌다.

지난달 한화에어로는 법무법인 율촌을 선임해 항우연을 상대로 차세대발사체 관련 지재권 공동 소유를 요구했다. '체계종합기업 기여도에 따라 별도 협의를 통해 소유 배분을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었다. 하지만 국가 예산으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지재권은 항우연의 단독 소유라는 게 항우연의 입장이다. 두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며 한화에어로가 제기한 이의신청은 국가계약분쟁조정위(조정위)에 회부됐다.

두 기관은 갈등 속에서도 공동개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발사체 사업 진행에 나섰지만, 6일 항우연과 한화 사이에 이면 계약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발언은 한화에어로 고위관계자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 측은 7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발언의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데다, 조달청을 통해 맺은 정부 계약에 이면 계약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항우연 역시"이면 계약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기관 갈등은 심화됐다. 항우연은 6일 공식 해명 자료를 내놓고 "계약 전 지재권을 둘러싼 논의가 한 달여간 이어졌는데, 연구개발혁신법 제16조에 따라 계약을 통해 새롭게 발생하는 모든 지재권은 주관연구개발기관(항우연)의 소유로 한다는 조항에 한화에어로가 서명했고 기술 협상이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쌍방이 사전 협의 완료한 계약에 대해 이의 제기가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정부와 사업 계약을 체결하는 기업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서명을 하지 않으면 추후 정부 사업 참여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항우연이 제시한 조건에 따라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차세대발사체개발 사업에 서명한 직후 이의 제기를 한 이유에 대해선 "계약 후 일정 기간 내에만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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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거지는 '누리호 영웅'간 갈등…우주청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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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지난달 1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45회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학술총회' 개회식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국가의 우주 정책·산업을 총지휘해야 할 우주청이 이번 갈등에서 좀처럼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의 대표 격 우주사업인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주청은 6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차세대발사체개발 사업은 뉴스페이스 시대의 민간 주도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사업임을 잘 알고 있다"며 "우주청은 개청 직후부터 항우연과 한화에어로 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고위급 회의를 주관하는 등 지재권 문제 해결을 위해 중재 노력을 해왔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중재 기능이 없는 우주청이 이번 갈등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우주청의 발사체 업무를 전담하는 현성윤 우주청 우주수송부문 프로그램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항우연과 한화에어로 사이에 맺은 계약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우주청이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국내 우주산업을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이번 사태의 갈등을 조정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주청은 8일 양측의 입장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를 주최한다. 이 자리에는 한화에어로와 항우연의 핵심 고위관계자가 참석한다. 한 프로그램장은 "8일 회의 이후에도 각 기관의 관계자끼리 모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며 "우주청은 이번 갈등에서 계속해서 중재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우주청장과 차장 역시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정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