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 혜리 "내 원동력은 가족과 팬…인생의 새 챕터 열었다" [인터뷰]

우다빈 2024. 8. 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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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혜리, 영화 '빅토리' 관련 인터뷰
1999년, 거제도서 펼쳐지는 치어리딩 동아리 이야기
혜리, 특유의 긍정적 에너지 발휘 원동력은?
"30세가 되니 인생의 새로운 챕터 열려"
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혜리는 본지와 만나 영화 '빅토리'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써브라임 제공

'빅토리' 혜리가 이번에는 1999년으로 돌아갔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혜리는 루즈핏의 티셔츠, 2XL의 통 큰 바지를 걸치고 Y2K 무드를 완성했다.

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혜리는 본지와 만나 영화 '빅토리'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빅토리'는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작품은 이혜리 박세완 조아람을 비롯해 신선한 배우 조합으로 완성한 밀레니엄 걸즈의 케미스트리가 관람 포인트다. 댄스에 죽고, 댄스에 사는 콤비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 그리고 서울에서 전학 온 치어리더 세현(조아람)을 필두로 결성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주인공이다.

가장 먼저 개봉을 앞둔 소회를 들을 수 있었다. 혜리는 어느 때와 같이 밝은 에너지를 담으며 "너무 떨렸다. 사랑하는 만큼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비례한다. 더 많이 떨리고 긴장됐다. 시사회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다들 긍정스럽게 봐주신 것 같아서 신났다"라면서 떨리는 소감을 전했다. 짧지 않은 촬영 기간 내 혜리는 유독 열정을 불태웠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에 동료 배우, 또 감독에게 많은 물음표를 던졌고 두 번째 관람을 하고나서야 이야기에 이입할 수 있었단다. 이처럼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혜리는 "어린 시절, 한 번쯤 돌아가고 싶은 시기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제게 없는 기억마저 불러일으켰다. 어렸을 때의 좋은 추억이 너무 많아서 계속 꺼내보고 싶은 영화가 됐으면 한다.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픈 영화"라면서 '빅토리'가 가진 의미를 되새겼다.

현장에서 박범수 감독은 필선을 두고 '무조건적인 멋짐'을 요구했다. 시나리오 안에서 필선은 의리가 강하면서도 또래들 사이에서 동경의 대상이 되는 친구로 묘사된다. 혜리 역시 "이 친구가 갖고 있는 심지가 강하고 하고자 하는 것이 뚜렷하다. 저 역시 멋있다고 느꼈고 그런 식으로 접근했다. 감독님이 또 필선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에너지가 넘쳐야 했다. 그런 지점이 저와 비슷할까. 느끼기도 했다"라고 공감했다. 싱크로율을 묻자 혜리는 "제가 생각하는 저와 남들이 보는 저와 다르다. 저는 늘 친절하다고 생각하는데 동생이 필선의 틱틱대는 모습이 똑같다더라. 저와 필선은 열정적인 모습이 닮았다. 후회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열심히 한다"라고 답했다.

평소 계획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혜리는 시나리오를 보고 해야 하는 일들의 목록을 빠르게 작성했다. 11곡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정을 조율, 지난해 11월부터 안무 연습에 들어갔다. 당시를 두고 혜리는 "다 너무 어려웠다. 심적으로 어려웠지만 열심히 준비했다"라면서 "제 원동력은 가족, 또 내 사람들, 내 팬들이다.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다. 이 작품으로 힘들었던 게 잊혀진다"라고 돌아봤다.

1세대 아이돌들의 화려한 댄스 퍼포먼스, 테크노 댄스 등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가 공존했던 1999년을 소화해야 했다. 그는 "분장 선생님이 혜리가 안 해본 것을 찾기 시작했다. 시대와 맞으면서도 제가 안 한 것을 찾으니 지금의 스타일이 완성됐다"라고 설명했다.

'빅토리'는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빅토리' 스틸컷

특히 박세완과의 케미스트리는 영화에 온기를 불어넣는 요소 중 하나다. 혜리는 박세완과는 원래 인연이 없었다면서도 "남자 파트너가 많은 작품을 그간 했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또래 여자들과 호흡하는 게 처음이다. 많이 의지하게 됐다. 늘 세완에게 귀찮겠지만 물어보고 레슨을 받았다. 한 번도 내색 없이 늘 도와줬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아울러 다른 배우들을 두고선 "함께 호흡하는 열정이 밀레니엄걸즈의 열정과 똑같았다. 대견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복합적인 감정이다"라고 말했다.

1994년생인 혜리는 사실 Y2K를 직접 경험해본 세대는 아니다. "제 학창시절은 동방신기 원더걸스의 시대거든요. '하여가' 완곡을 들어본 적이 없다. 진짜 명곡이 많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가수 활동에 대한 생각은 글쎄요.(웃음) 하면서 힘들었요. 물론 지금도걸스데이를 하면 하겠지만서도 숨이 더 차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요. 이제 밀레니엄걸즈 친구들과 저, 또 저와 소진언니 나이 차이가 비슷한데 저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소진 언니가 너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이 영화는 과거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혜리 역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데뷔하고 '응답하라 1988', 그리고 '놀라운 토요일'을 만났다. 10대 때 자아성찰을 했어야 했는데 활동하느라 그 시기를 놓쳤다. '놀라운 토요일'을 했던 20대 후반에 자아성찰을 하고 있더라. 난 앞으로 어떡하지. 예능만 할까. 그래도 내 연기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상하게 서른이 되니 또 다른 챕터가 열렸다. 내가 가장 행복한 게 뭘까. 고민하고 도전하는 순간이 왔다. 앞으로 나올 여러 작품을 선택할 때 제 고민들이 담길 것"이라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드러냈다.

한편 '빅토리'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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