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주지사 연단 오르자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美 상원의원의 뒤끝
샤피로가 무대 오르자 기립 않고 무표정 응시
부통령 후보 거론됐을 때 ‘방해 공작’도
둘 다 경합주 펜실베니아 기반… 대선 결과 영향 주목
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리아코라스 센터에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가 들어서자 기립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날 센터에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그가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첫 합동 유세가 열렸다. 이에 앞서 샤피로가 등장해 ‘바람잡이’ 역할을 한 것인데, 부통령 후보로 최종 경합한 그가 월즈에 밀려 고배를 마신 터라 민주당 지지자들의 박수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단 한 사람만 예외였다.
존 페터먼 상원의원은 뾰로통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줄곧 앉아 있었다. 키 203cm에 후드티, 반바지 같은 파격적인 복장으로 미 정가에 늘 신선한 충격을 주는 초선 의원이지만 이날만큼은 차분하고 진지해보였다. 이런 페터먼의 모습이 담긴 11초짜리 영상은 X(옛 트위터)에 바이럴(Viral)하게 퍼졌다. 여기에는 “이런 게 진정한 분노다” “도대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하는 반응은 물론, “혹시 UPS(미국의 화물 운송 기업)에서 교대 근무를 마치고 나온 것이냐”는 재치 있는 댓글들도 달렸다. 1969년생인 페터먼과 1973년생인 샤피로 모두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기반으로 하는 진보 성향 정치인이다. 하지만 이런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정치권의 둘째가라면 서러울 앙숙으로 알려져 있다.
페터먼과 샤피로의 구원(舊怨)은 약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터먼은 펜실베이니아 부주지사, 샤피로는 주 법무장관으로 진보 진영의 촉망받는 정치인이었다. 두 사람은 2019년 12월 사면심사위원회에서 리·데니스 호튼 형제의 사면 여부를 놓고 충돌했다. 이 형제는 1993년 총격·강도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수십 년 동안 무죄를 주장해왔다. 결과는 찬성 2, 반대 3으로 부결됐는데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갈등을 빚으며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샤피로는 사면에 반대, 페터먼은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이듬해 다시 열린 심사에서 샤피로가 1년 만에 입장을 바꿨는데 폴리티코는 “페터먼은 이 에피소드를 놓고 샤피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보다 정치적 미래를 우선시한 사례로 보았다”고 했다.
해리스가 부통령 후보로 월즈를 낙점한 가운데, 최종 경합했던 샤피로가 미끄러진 데에는 페터먼도 한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들은 “페터먼이 샤피로를 선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해리스 캠프에 비공개적으로 전달했다” “페터먼은 샤피로가 개인적인 야망에 지나치게 집중한다 보고 있다”고 했다. 폴리티코는 “샤프로에 대한 페터먼의 의심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주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두 야심 찬 민주당 의원들 간의 오랜 라이벌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라 했다. 샤피로는 이런 페터먼의 공세에 대해 이주 초 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 인생의 모든 순간에 사람들이 저를 외부에서 판단하고 있지만 괜찮다”고 했다.
해리스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선거인단 19명이 걸려있는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를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 주지사와 상원의원의 ‘불협화음’이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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