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효과’ 본 하나카드…신한카드 침공에 다음 스텝은

정윤성 기자 2024. 8. 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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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순익 60.7% 증가…트래블카드 시장 선발주자 효과
‘100만’ 신한카드가 맹추격 시작…협업으로 돌파구 찾을까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하나카드가 상반기 카드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순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해외 여행에 특화된 '트래블카드'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신한카드가 무섭게 쫓아오고 있어서다. 트래블카드 시장의 성공을 이어갈 다음 전략은 협업으로 삼은 모습이다.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체크카드(왼쪽)와 신한카드 쏠 트래블 체크카드(오른쪽) ⓒ각 사 제공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상반기 11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726억원) 대비 60.7% 증가했다. 상반기 실적이 나온 국민카드(32.6%), 삼성카드(24.8%), 신한카드(19.7%), 우리카드(2.4%)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여기엔 '트래블카드'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카드는 2022년 7월 해외여행 특화 카드인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선발 주자로서 트래블카드 시장 점유율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출시 2년이 안 된 지난 6월엔 500만 가입자를 넘기는 성과를 냈다.

이에 따라 하나카드가 해외 체크카드 결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전체 해외 체크카드 결제액의 절반이 하나카드에서 나왔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7개 전업카드사의 해외 체크카드 결제액은 2조5328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카드의 결제액은 1조2482억원으로 49.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년 동기(33.6%) 대비 15.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점유율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수익으로도 이어졌다. 하나카드의 올해 1분기 외환거래이익은 256억원으로 집계됐다. 외환거래이익은 해외 가맹점 결제액이 늘어날수록 증가한다. 하나카드가 2021년 한 해 벌어들인 외환거래익은 105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트래블로그가 출시된 2022년 3분기 외환거래익만 155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이를 기점으로 계속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외환거래익은 922억원으로 카드사들 가운데 가장 높다. 2위 신한카드의 외환거래익이 542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트래블로그를 통한 고객 유치와 마케팅 효과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하나카드 회원수는 1319만2000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숫자다. 이용 실적이 있는 활성 카드 회원 수도 같은 기간 7.4% 늘었다. 올해 2월부터는 하나은행 영업점으로 오프라인 마케팅도 확대했다. 기존 신한카드나 KB국민카드와 달리 하나카드는 출시 초기부터 은행 영업점을 통한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은행에서 신청 즉시 발급하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영업 영역을 넓히게 됐다.

지난 달 29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신한 쏠 트래블 체크카드' 발급 100만장 달성 기념행사에서 이해창 신한은행 외환본부장(앞줄 오른쪽), 장재영 신한카드 멤버십본부장(앞줄 왼쪽)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신한카드 제공

트래블 체크카드 '100만' 찍고, 신용카드 넘보는 신한카드

이 시장을 계속 지배하긴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신한카드의 트래블카드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서다. 신한카드는 트래블로그가 출시된지 1년 반이 지난 올해 2월 '쏠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후발주자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출시 5개월 여 만에 100만 장을 발급했다. 하나카드가 이 기록을 달성하는 데 11개월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속도가 빠르다.

신한금융그룹도 트래블카드를 계열사 전략의 핵심으로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정기 인사에서 고객솔루션그룹 아래 신한카드와 은행 직원들이 협업 근무하는 '체크카드솔루션실'을 만들었다. 은행 인프라와 카드 인프라를 동시에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취지다. 트래블카드의 흥행으로 입증된 양사의 협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도 카드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에 출연해 "기존에 존재하는 상품 중에서는 이만한 상품이 없다는 것을 직(職)을 걸고 약속한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나카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기존 트래블로그 체크카드의 혜택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트래블로그 신용카드'를 일찌감치 선보이며 새로운 시장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기존 체크카드 연동 계좌 잔액이 없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 인기가 저조했다. 이에 최근 대한항공과 협업해 더 강력한 혜택을 담은 트래블로그 신용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다만 신한카드 역시 지난달 15일 '쏠트래블 신용카드'를 공개하며 맞수를 둔 상황이다. 여기에 다른 카드사들도 우후죽순으로 트래블 카드를 선보이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하나카드의 시장 지배력이 예전만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카드 본사 ⓒ 연합뉴스

기업 카드, 제2의 트래블로그 될 수 있을까

하나카드는 트래블카드의 영향력이 저조해질 것을 대비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최근 내부적으로 '기업카드 성장률 1위'를 하반기 경영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체와 협업을 통한 카드가 새 트렌드로 떠오르는 추세다. 초기 트래블로그처럼 이 시장을 선제적으로 장악하겠다는 행보다.

기업 카드로 개인 고객은 물론 법인 고객까지 영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이를 위해 다양한 기업과 협업 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일 토스뱅크와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토스뱅크 신용카드 WIDE'를 출시했다. 하나카드의 타겟층인 젊은 고객을 인터넷은행을 통해 확장시키겠다는 행보다. 쿠팡과 협업으로 기업 고객 잡기도 진행 중이다. 쿠팡 고객 중 입점 기업이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카드다. 사업자들이 상품 판매 대금을 보다 빠르게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른 카드사들 역시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력 악화로 제휴를 늘리는 추세라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도 지난 6월 카카오뱅크와 PLCC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며 인터넷은행과 카드사 협업 대열에 합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업 영역을 막론하고 PLCC나 일반 제휴 카드가 늘어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인기를 끌 수 있다"며 "고객들이 체감할 만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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