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물 아닌 주체적 생명체로"…청주의 '따뜻한 동물원'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지난해 하반기 청주동물원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입장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지난해 7∼10월 무려 11만4천273명이 방문해 2022년 동기(5만9천707명) 대비 91.4% 증가했다.
청주시 산하 청주동물원이 예기치 않은 특수를 맞은 것은 사람으로 치면 100살에 가까운 노령의 사자 덕분이다.
경남 김해의 좁고 열악한 실내 시멘트 우리에서 홀로 지내 삐쩍 마르고 병들었던 수사자(20) '바람이'를 구조해 보살펴주면서 전국적 이목을 끈 것이다.
한때 '갈비사자'로 불렸던 바람이의 딸 사자(5)도 오는 20일 임시 보호 중인 강릉의 한 동물농장에서 데려올 예정이다.
마음껏 뛰어놀아야 하는 동물들을 전시 목적으로 동물원에 가둬놓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지만, 청주동물원은 2018년 강원 동해 농장의 사육곰(반이·들이) 구조를 시작으로, 여우(김서방), 독수리(하늘이), 미니말(사라)에 바람이 부녀까지 동물 보호와 구조치료를 최우선으로 한다. 그래서 붙은 별칭이 '따뜻한 동물원'이다.
또 삵, 독수리, 참매 등 전국의 야생동물구조센터가 구조했으나 장애가 발생한 토종 야생동물을 데려와 치료한 뒤 방사가 가능한 경우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김정호 진료사육팀장은 "동물원 동물을 전시하는 물건이 아니라 주체적인 개별 생명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동물원은 이런 점을 인정받아 지난 5월 환경부 제1호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됐다. 국내 동물원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선도자로서 ▲동물원 안전관리계획 자문 ▲ 동물진료·감염병 예방 ▲ 동물원 동물 서식환경 개선 자문 ▲ 야생동물 구조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청주동물원은 오는 11월 준공을 목표로 연면적 192㎡ 규모의 야생동물보전센터도 조성 중이다. 야생동물의 외과수술과 건강검진을 진행할 동물병원 성격이다.
이곳은 생식세포 냉동동결설비를 갖춰 추후 멸종위기종 복원과 보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입장객들은 대형 관람창을 통해 야생동물의 건강검진 과정을 동물원 교육 프로그램으로 관람할 수 있다.
청주동물원은 또 내년에 맹금 등 치료를 받는 천연기념물의 자연 복귀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약 2천㎡의 자연방사훈련장 조성공사에 착수한다.
청주시는 반려동물 보호 및 반려문화 개선, 동물복지 실현 등에도 힘써 왔다.
시는 강내면 태성리 반려동물보호센터의 시설 노후화로 유기·유실동물 수용공간 부족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하이테크밸리산업단지 부지(6천620㎡)를 확보해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확장 이전사업을 벌이고 있다.
총 8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센터가 이전 건립되면 시설 현대화로 유기동물 보호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민선8기 들어 기존 문암생태공원 내 반려동물 놀이터(애견인 쉼터) 외에도 권역별로 용암근린공원, 율봉근린공원, 오창근린공원 등에 추가로 놀이터를 조성했고, 올해 10월 서원구 일원에도 설치할 계획이다.
청주시의 동물복지 및 보호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흥덕구 송절동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백로 서식지가 있는데 매년 3∼10월에 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황로 등 3천여마리를 관찰할 수 있다.
인근 주민들은 소음, 악취, 깃털 날림 등의 피해를 호소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백로 서식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에 시는 백로 배설물 및 사체 수거, 방역, 탈취제 살포 등의 정화 활동을 하고 '시민과 백로류와의 공존방안 마련 용역'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도시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7일 동물복지 선도도시 육성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인간과 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동물들의 생명도 존중받는 건강한 청주를 만드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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