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직원 신상 퍼졌는데 '입꾹닫'…서울교통公 논란 '일파만파'

박시온 2024. 8. 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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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자 조사는 '하세월'
인사 직원 단체 메신저방에 주소·생년월일·학력 등
공사 전 직원 개인정보 포함된 파일 공유됐지만
공사 "개인정보 유출 아냐"…직원 통보도 없어
'성희롱 2차 가해 사건'으로 공론화
후속 조사도 미진... 관련자는 고위직 지원
사진=임대철 기자


서울교통공사에서 전 직원의 신상정보가 담긴 파일이 내부적으로 유포된 사건이 벌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공사는 내부적으로 "외부 유출 가능성 없다"고 자체 종결해 논란이다. 이번 사건은 최근 불거진 '성희롱 2차 가해' 관련자 조사와도 연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의 미진한 개인정보 보안의식에 대해 내부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직원 1만6000명 정보 공유됐는데 '함구'

7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올 1월 영업계획처 직원 A씨는 사업소 직원이 모인 단체 메신저 방에 전사 직원 1만6433명의 성명, 생년월일, 현주소, 최종학력 및 전공 등 신상정보가 담긴 엑셀 파일을 공유했다. 파일에는 노조 간부의 사번·직급뿐만 아니라 내부 성희롱 가해자·피해자의 소속·사원 번호까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에는 20여명의 인사 직무 직원들이 있었는데 A씨는 인사발령 내용을 공지하는 과정에서 파일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매뉴얼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공사 경영지원실장은 대응팀을 조직해 당사자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72시간 내 신고하고 대응팀도 구성해야 한다. 공사는 전사 직원을 상대로는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매뉴얼은 '개인정보 유출을 개인정보처리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파일이 권한 없는 자에게 잘못 전달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당시 단체 메신저 방에 있었던 인사 직무 직원들은 현주소·최종학력 등 정보에 대한 열람 권한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희롱 2차 가해'로 공론화인권위 결정에도 늑장 대응

당초 이 사건은 공사 성희롱 피해자였던 B씨가 "성희롱 피해자 명단이 유출돼 2차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난달 공론화하면서 불거졌다. B씨가 해당 메신저 방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공사는 사건 발생 반년 만에 부랴부랴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만 "인사 정보 관리가 미흡했고, 인사 정보 파일 다운로드 시 비밀번호를 설정해 관리하는 등 조처를 하겠다"고 공지했다.

1월 B씨는 "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A씨가 속한 영업계획처와 고충상담창구가 있는 인사처 등에 사건 처리를 부탁했지만 인사처는 B씨 의견을 묵살한 채 같은 달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울시에 제삼자 신고가 접수됐고, 지난 4월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는 조사 끝에 "개인정보 유출이 맞고 성희롱 2차 피해가 발생했다"며 "개인정보 보호 관련 직무 교육을 실시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공사에 권고했다. 

B씨 개인 사건인 만큼 인권위가 공사 전 직원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직접 판단한 건 아니지만, 개인정보 유출로 2차 가해가 벌어졌기에 취지는 통하는 셈이다. 인권위는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개인정보를 부주의하게 취급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공사는 "개인정보 유출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개정된 표준개인정보 보호지침에 근거하면 개인정보 유출이 아닌 만큼 (전 직원에게) 통지할 의무는 없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인사담당자의 권한을 넘어선 개인정보의 유출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공사는 "서울시 인권위가 개정 전 조항을 근거로 개인정보 유출을 판단했다"며 인권위 결정 중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이의신청했다. 다만 최근 서울시 인권위는 "지침 개정 전 내용으로 작성돼 오기된 부분을 정정했다"며 B씨에게 결정문을 재통보했다. 개인정보 유출이 맞는다는 판단에는 변화가 없고, 2차 가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 후속 조사도 지지부진관련자는 고위직 지원

성희롱 2차 가해 사건에 대해 공사의 자체 조사도 미진한 상태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공사 내부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성희롱 2차 피해 발생 시 관련자는 직무에서 배제되어야 하며, 3급 팀장 이상 보직자의 경우 직위해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사건 발생 당시 가해자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인사처장, 공사 개인정보보호 책임자인 경영지원실장, 유출 건을 인지하고도 조치가 없었던 영업계획처장 등이 조사 필요 대상자로 꼽히는 것이다.

실제로 공사 감사실은 경영지원실장과 인사처장 등 B씨 사건과 관련한 조사자들에 대해 이달 2일 자로 직위해제를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5일이 지난 이날까지도 최종 승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종 승인권자는 공사 사장이다. B씨는 "회사 차원에서 사건을 처리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고 했다.

특히 경영지원실장의 경우 최근 공사 상임이사직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내부적으로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인사처장 역시 지난 6월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에서는 "직원마저도 상황이 이상한 것을 아는데 간부라는 사람들이 모를 수가 있나", "직위해제시켜도 모자랄 판에 상임이사에 올리나"라는 의견이 올라왔다.

공사가 개인정보에 관한 성범죄로 홍역을 앓았다는 점에서 큰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공사에서 2년 전 발생한 신당역 살인 사건은 범죄자가 공사 직원을 스토킹해서 발생했다. 백호 공사 사장도 최근 서울시의회 정례회의에서 "신당역 사고 이후 (직원) 개인정보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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