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했는데…협회장 ‘4연임 행보’ 정몽규, 파리서 FIFA 회장 만났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중인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을 만나 자신의 자서전을 전달하고, 한국 축구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만남에서 정 회장은 한국 축구의 여성 팬 증가와 천안에 건설 중인 트레이닝센터를 자신의 업적처럼 소개했다. 하지만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시점에도 협회장 4연임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면서 비난 목소리가 커진다.
정 회장은 영어로 “우리는 한국,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 축구를 주제로 토론했다”면서 그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한국 축구의 팬 베이스는 계속 확장되고 있다”면서 “지난 50년 동안 한국에서 축구는 남자들의 스포츠였지만 최근에는 여성 팬들도 많이 증가했다. 이는 아주 흥미로운 현상”이라며 한국 축구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새로운 트레이닝센터 건립은 3억달러(약 4136억원)의 프로젝트로 11개의 그라운드, 1개의 스타디움, 1개의 실내 경기장 등이 지어진다. 한국 축구에 아주 중요하고 거대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이번 행보에 대해 팬들과 축구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정 회장이 국내 여론을 무시하고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파리를 방문한 것은 눈치 없는 행동”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선수들은 파리에도 못 가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혼자 파리를 방문한 것은 적절치 않다며 날을 세웠다. 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U-23 대표팀을 이끌고 있던 황선홍 감독을 A대표팀 사령탑을 겸직하게 하며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 2차 예선 2경기를 치르게 했다. 황 감독은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한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패하며 40년 만에 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지도자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많은 팬은 정 회장이 현재 한국 축구의 참담한 현실을 외면하고 협회장 4연임을 위한 개인적인 행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 회장은 앞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에 복귀하면서 국제 축구 무대에서 다시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체육단체장의 3연임을 넘기기 위해서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정 회장이 국제단체 임원직을 통해 이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 이후에도 자서전을 내고 업적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앞선 카타르 아시안컵 실패를 선수단 갈등 탓으로 돌리고 클린스만 감독을 옹호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도 보였다.
정 회장은 협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공정성 논란은 물론, 승부 조작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논란, 그리고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팀 기강 붕괴, 아시안컵 실패 등이 그 예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를 받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정 회장의 자화자찬에도 그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는 크게 떨어졌다. 현재 문체부는 이미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실지 조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감사를 위한 재정비에 나섰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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