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DJ래피·황인선 “우린 운명도 피해 갈 사이…‘주트엔터’ 기대하라”
“토정 이지함 선생이 화담 서경덕 선생의 밑에서 수학하고 있을 때 이야기다. 서경덕이 제자들과 여행하던 중 한 마을에 도착했는데, 마을의 입구에서 포졸이 그들을 막아섰다. 이에 왜 자신들을 막는지를 묻자, 그 포졸은 ‘마을에 역병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다른 사람은 이미 다 도망갔고, 혹여 여행자들이 모르고 마을에 발을 들였다가 역병에 걸릴까 두려워 내가 막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에 감명받은 이지함은 서경덕에게 ‘저 포졸의 사주를 한번 살펴볼까요?’라고 물었으나 서경덕은 ‘그럴 필요 없다. 저 포졸은 운명도 피해 가는 사람이다’라고 답했다.”
인터뷰 도중 DJ래피가 밝힌 일화다. 그리고 DJ래피는 황인선과 자신을 서경덕 선생의 말처럼 ‘운명도 피해 가는 사이’라고 자신했다.
대한민국 1세대 래퍼이자 작곡자, 작가, DJ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DJ래피, ‘프로듀스101’을 통해 ‘황이모’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현재는 쇼호스트와 트로트 가수로 맹활약 중인 황인선, 그리고 한방기획 박태석 대표가 유튜브 채널 ‘주간트로트’를 통해 뭉쳤다.
‘주간트로트’는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열풍이 불기 이전부터 국내 유일의 트로트 전문지 ‘트로트코리아’를 발행하며 트로트 저변확대에 힘써온 박태석 대표가 야심 차게 오픈한 유튜브 채널로, 김동찬이 MC를 맡아 이끌던 시즌1에 이어 DJ래피와 황인선이 시즌2의 MC로 낙점됐다.
또한 ‘주간트로트’의 시즌2는 DJ래피와 황인선이 ‘주트엔터’라는 엔터테인먼트사의 대표와 실장이라는 콘셉트로 포맷을 개편하고 시즌1과 비교해 한층 더 예능적인 요소의 강화에 나섰다.
이에 7월의 마지막 날,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DJ래피와 황인선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주간트로트’의 MC로 합류하게 된 계기로 DJ래피는 “나와 황인선 모두 ‘주간트로트’ 시즌1 때 게스트로 출연한 적이 있다. 그렇게 ‘주간트로트’와 처음 인연이 됐고, 박태석 대표와는 고향 진주에서 같이 밴드를 하던 선후배 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예전부터 박태석 대표가 기회가 되면 같이 하자고 했었고, 나도 ‘시간이 되면 하자’고 했다. 그런데 어느날 박태석 대표에게 전화가 와서 ‘약속했던 것 기억 나느냐? 지킬 때가 됐다’고 하더라. 마침 주중에는 촬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 황인선도 합류한다고 해서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하겠다고 했다. 황인선은 예전에 내가 ‘버티고개’라는 곡을 써주면서 작곡가와 가수로 만난 적이 있는 사이여서 그렇다”라며 웃었다.
또한 황인선 역시 “‘주간트로트’에 게스트 출연을 했다가 그때 인연으로 지금까지 같이 하게 됐다. 사실 박태석 대표와는 그때 처음 만났고, 그때도 한 30분 정도 이야기 나눈 게 전부였다. 소속사 매니저가 박태석 대표님과 친한 사이여서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 줬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까 DJ래피와 박태석 대표 모두 고향이 진주더라. 덕분에 나는 진주에 가본 적이 없는데도 진주가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진다”라고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사실 이들이 MC에 발탁된 이유는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날의 인터뷰 자리에서도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연간 5, 600권의 책을 독파하며 쌓은 방대한 지식과 라디오를 통해 다져온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DJ래피가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면, 황인선은 적절한 리액션과 토크의 맛을 살리는 양념으로 재미를 더하는 찰떡 호흡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DJ래피는 “이전까지 MC로 호흡을 맞춰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준비된 것 없이 해서 이 정도면 잘 맞는 것 같다. 또 ‘주트엔터’가 대본이 없다. 대본이라고는 게스트가 직접 적어 오는 이력서 한 장이 전부다. 그걸 보고 우리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진행한다. 그런데도 무리 없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30분 정도 녹화를 하는데, 아직까진 막히는 것도 없다. 이런 걸 보면 호흡도 잘 맞고, 잘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DJ래피는 동양철학에 조예가 깊어 직접 주변 사람들의 사주를 봐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유독 황인선에 대해서는 제대로 사주를 봐 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로 밝힌 것이 처음 밝힌 ‘운명도 피해 갈 사이’이기 때문이다.
“‘주트엔터’는 무조건 발전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한 DJ래피는, “밑바닥에서 시작하는 것이라서 그렇다. 계단을 올라가는 느낌으로 슬슬 올라가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그는 “내 자타공인 별명이 ‘젖은 낙엽’이다. 젖은 낙엽은 아무리 쓸어내려 해도 안 쓸리고 딱 달라붙어 있다. 내가 15년간 게스트로 라디오를 했다. 그러니까 프로그램을 하나 주더라. 그래서 너무 양지로 가면 안 된다. 어중간한데 계속 젖어있어야 한다”라고 독특한 가치관을 털어놔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DJ래피와 ‘운명도 피해 갈 사이’인 황인선은 그의 이런 가치관에 적극 동의했다. 황인선은 “꾸준히 갈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프로듀스101’에서도 난 딱 중간에 걸쳐있었다. 나처럼 위아래로 걸쳐있던 친구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중간 정도의 위치에서 꾸준히 가보겠다”라고 밝혀 역시나 찰떡궁합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이것이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묻어가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DJ래피와 황인선은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을 빼곡하게 세워둔 상태였다.
DJ래피는 “쇼츠나 릴스용 노래를 많이 만들어 놓았다. 최근에 유행한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를 그 기자분에게 연락해 작사가로 등록하고 정식으로 음원 발매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이걸 이용해 자기를 저작권자로 등록하려는 일이 있어서 그런 걸 막기 위해 한 거다. 그런 쇼츠용 음악을 황인선과도 같이 해보고 싶고, ‘주트엔터’ 주제가도 만들고 싶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또 황인선도 “내가 ‘주트엔터’에서 황실장으로 나오고 있어서, 황실장으로 앨범을 하나 내보고 싶다. 또 DJ래피가 너무 재미있고 아이디어가 좋아서 뭐든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믿음을 보였다.
이에 DJ래피는 “황인선도 그렇고 여자 가수들에게 디제잉을 배우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몇몇 유명한 여자 DJ가 있긴 하지만, 막상 따지고 보면 수요에 비해 수가 많지 않다. 배우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즉석에서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오래오래 꾸준하게 ‘주트엔터’를 운영할 의지를 보인 DJ래피와 황인선은 ‘주간트로트’와 ‘주트엔터’가 트로트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소금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 잡길 기원했다.
DJ래피는 “시청자분들은 이걸 볼 때 대본 없이 진행한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고 보면 좋겠다. 그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방송에서 자주 보기 어려운 다양한 사람을 초대해 그런 가려움을 우리가 해결해 주고 싶다. 출연자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시청자도 그런 것을 바랄 거다. 우리 프로그램이 등용문이 됐으면 한다. TV 작가와 PD가 우리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가 섭외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재미는 나와 황인선, 우리가 추구하겠다.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황인선도 “어느 하나에 국한된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콩트를 하는 콘셉트다. 재미 요소도 크고, 여러분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등용될 수 있다. 출연을 원하는 분들도, 시청자분들도 많은 관심갖고 지켜봐 주면 좋겠다”라고 응원과 격려를 당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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