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맞아? 美 경제를 보는 엇갈린 시선

정미하 기자 2024. 8. 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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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대만 증시가 5일 역대 최대 폭으로 폭락하고,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도 기록적인 급락세로 마감한 배경 중 하나로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미국의 경기 침체 위협이 과장됐다는 분석이 나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6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부분의 분석가는 미국 실업률이 증가했지만, 급격히 상승하지 않았고,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인 2%로 떨어지고 있기에 미국 경제가 소위 ‘연착륙’을 달성할 것으로 믿는다”며 경기침체를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데 힘을 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실업률이 상승하고 주식이 하락하는 것은 경기침체의 징조”라면서도 “자세히 살펴보면 경기 침체 위험이 커졌지만, 미국은 지금 경기 침체에 빠져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경기 침체 우려가 과장됐을 수 있지만,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 경제가 침체한 것은 아닐 수 있지만, 둔화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뉴욕증권거래소. / EPA 연합뉴스

지난 2일부터 이번 주까지 이어진 전 세계적인 주식 매도는 예상보다 약한 일자리 보고서를 포함한 미국 경제의 건전성 우려로 인해 촉발됐다. 지난 2일 발표된 7월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실업률은 4개월 연속 증가한 4.3%를 기록했다.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또한 7월 증가한 일자리는 11만4000개로 예상치에 부합하지 못했다. 지난 43개월 동안 일자리가 증가했으나, 두 번째로 작은 수치다. 7월 임금 성장도 둔화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가 가라앉을 조짐이 있음에도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25~5.5% 수준인 금리를 동결했다고 비난하면서 주식 매도에 나섰고, 결국 5일 전 세계 주가는 폭락했다.

◇ 실업률,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경기침체 아냐”

외신 대부분은 미국의 실업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버드대 교수인 제이슨 퍼먼은 FT에 “실업률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실물 경제 지표가 성장하고 있고, 그중 일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자신이 경제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사실을) 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미국 실업률이 증가했지만, 완전 고용에 가깝다는 주장도 한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전 수석 경제학자이자 예일대 교수인 어니 테데스키는 “7월 비농업 일자리가 11만4000개 있다는 것은 미국이 노동 공급을 따라잡는 데 필요한 양”이라며 “완전고용 상태에 있을 때는 실업률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 외엔 올라갈 곳이 없다. 이것은 경제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보고서가 아니라 실업률 전반에 관한 추세 보고서다”라고 분석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 역시 실업률이 과거 데이터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해석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인 오스틴 굴스비는 “비농업 분야 고용 수치가 예상보다 약했지만, 아직 경기가 침체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앞. / AFP 연합뉴스

경기침체가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는 저축과 소비다. 미국 저소득 가구의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연체율은 상승했다. 하지만 뉴욕 연은 데이터에 따르면 아직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은 아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윗 분석가는 FT에 “저소득 및 중간소득 가구의 소비는 낮은 편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은 편”이라며 “저소득층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미국 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만큼 구매력이 충분히 크지는 않다”고 했다.

◇ 고용·임금 성장·소비자 지출, 완화…“경기 둔화는 사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7월 일자리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내년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25%로 상향했다. 기존에는 15%로 봤다. 이에 대해 NYT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예측은 팬데믹 이후 지금까지 거짓 경보처럼 보였다”며 “하지만 경기 침체 예측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 경제가 더 이상 최근의 격변을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될 힘을 비축해 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제 팬데믹 기간 저축한 저금은 고갈됐고, 기업에는 더 이상 채워야 할 일자리나 잔고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소비자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충분했고, 부채도 비교적 적었다. 그 힘 덕분에 미국 경제는 상품과 서비스 수요가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사라졌다. 이를 증명하듯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기 침체가 온다고 경고했음에도 각종 경기 지표는 경기 침체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용, 임금 성장, 소비자 지출은 모두 완화했지만 붕괴하지는 않았다. 실업률 역시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을 유지했고 국내총생산(GDP) 역시 꾸준히 성장했다.

NYT는 “미국 경제는 침체한 것이 아니라 둔화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냉각됐고, 이로 인해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더라도 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빠르게 상승할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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