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정신고에도 "합병비율 그대로"…개미들 '부글부글'

박은비 기자 2024. 8. 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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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정정 요구 2주 만에 신고서 보완
"합병으로 주주가치 제고?…오너만 유리"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두산그룹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비율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가겠다고 강행한 뒤 주가는 오르고 있지만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이날 오후 1시3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1150원(3.29%) 상승한 3만6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두산로보틱스(2.05%), 두산(1.87%), 두산에너빌리티(0.77%) 등 나란히 상승세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외국인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 일제히 매도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산밥캣의 경우 외국인들은 지난달 11일부터 한 달 넘게 순매도세를 지속했다. 전날 14억원을 사들여 간만에 순매수로 돌아오는 듯 했으나 정정신고서 접수 이후 다시 순매도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전날 장 마감 후 합병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관련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24일 금감원이 정정을 요구한 지 2주 만이다.

논란이 된 합병비율은 그대로 유지했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되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삼는 과정에서 합병 비율은 1대 0.63이다. 두산밥캣 주식 1주당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주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다.

두산밥캣이 매년 영업이익 1조원대인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015년 설립 이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두산밥캣 주주 입장에서는 적자 기업 주식을 교환받으면서 주식수도 줄어드는데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그룹 지주사인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지분율은 이번 합병 이후 14%에서 42%로 올라간다. 두산 측은 상장사 합병시 최근 1개월, 1주일 평균종가와 최근일 종가를 평균해 교환 비율을 정하게 한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뤄진 결정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두산 측은 합병비율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정정신고서에서도 분할합병 방법과 수익가치를 분석하면서 일반적으로 공정하고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을 적용했다고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두산 측은 정정신고서에서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이 보유한 투자주식은 상장된 시장성 있는 투자주식으로 현금흐름할인모형이 아닌 기준시가를 적용해 산정했다"며 "일반적으로 시가란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에 의해 주식시장에서 거래돼 시장참여자들이 기대하는 회사 미래현금흐름과 기대 배당수익 등에 따라 형성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준시가를 적용해 상장사 수익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서 규정하는 일반적으로 공정하고 타당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모형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분할 합병 반대 오픈채팅방도 하나둘씩 개설되는 분위기다.

한 투자자는 "합병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면 합병비율을 1대 5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냐"며 "아무리 합법이라고 해도 소액주주들 재산을 이렇게 마음대로 해도 되냐"고 주장했다. 다른 투자자는 "두산 오너 일가들은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악용하는 것"이라며 "두산로보틱스는 실적보다 테마로 올랐는데 상장한 지 1년도 안 된 테마주가 무슨 시가가 있냐"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주가 외에 자산과 수익 규모도 합병비율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에서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두산밥캣 방지법'도 발의했지만 당장 이번 사례에 적용되기는 어렵다.

관건은 금감원이 또 다시 정정을 요구할지 여부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신고서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중요 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 또는 표시가 있는 경우, 중요 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 중요 사항 기재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등일 때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다음달 주주총회에 상정될 분할 합병, 주식 교환 안건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할지도 관심이다. 두산 측은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 사업 재편을 위한 주주 설득에 주력하고 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지난 4일 주주서한에서 "밥캣 분할시 분할비율은 순자산가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에너빌리티 주식수는 25% 감소하게 되는 반면 기업가치(시가총액)는 10% 밖에 감소하지 않기 때문에 자상장시점 에너빌리티의 주당 가치는 두 비율의 차이 만큼 상승할 수 있다"며 "순자산가치에 따른 분할비율 결정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중립적인 방식이어서 주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더해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투자재원 확보로 인한 추가 성장 가능성까지 고려할 경우 분할 후 회사 가치는 더욱 높아질 여지가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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