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호주 식당, 한국 워홀러 임금착취”…‘역대급’ 벌금 138억원

스시베이 홈페이지 갈무리

호주의 한 한국계 소유 초밥 음식점 체인이 종업원 임금을 떼먹은 혐의로 역대 최고 수준인 벌금 약 138억원을 선고받았다.

7일(현지시간) 호주 ABC에 따르면, 호주 연방법원은 지난 5일 호주 초밥 음식점 체인 스시 베이의 4개 계열회사에 1370만호주달러(약 123억6000만원), 이 회사 소유주 신모씨에게 160만호주달러(약 14억4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법원은 스시 베이가 2016년 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종업원 163명에게 65만호주달러(약 5억9000만원)가 넘는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한 피해를 본 모든 직원들의 체불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미지급분은 인당 48호주달러(약 4만3000원)에서 8만3968호주달러(약 7600만원)에 이른다.

임금을 떼인 종업원 대다수는 워킹홀리데이나 취업비자로 일한 25세 이하 한국인이었다.

앞서 호주 직장 규제 기관인 공정 근로 옴부즈맨(FWO)은 스시 베이에서 일한 직원 2명으로부터 미지급 임금 의혹을 신고받고 전 매장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 이후 스시 베이가 조직적으로 외국인 종업원을 착취했다며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FWO에 따르면 스시 베이는 시급을 현금으로 지급하면서 최저 임금을 지키지 않았고 초과 근무 수당과 휴일 수당, 연차 수당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미지급 급여 대부분은 초과 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일부 직원들은 2주 단위 급여의 일부를 고용주에게 상환하는 이른 바 ‘공제’에 따라 급여를 받았는데, 이는 곧 자신이 받아야 하는 급여보다 덜 받은 것을 의미한다고 ABC는 전했다. 조사 결과 급여 지급 내역 등의 기록이 위조돼 미지급분을 은폐하려는 시도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러한 문서를 작성하고 관리한 것은 압도적 다수가 고의적이고 의도적으로 법을 위반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애나 커츠먼 판사는 “이주 노동자를 착취하고 이를 은폐하려던 뻔뻔하지만 결국 실패한 시도”라고 판단했다.

이번 벌금은 임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한 역대 벌금 중 최고 수준이라고 ABC는 전했다. 스시 베이가 2019년에도 비슷한 일로 벌금을 받았음에도 취약한 이주 노동자를 고의로 반복해서 착취했다는 점에서 벌금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옴부즈맨 안나 부스는 “이처럼 기록적인 처벌은 취약한 이주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를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착취하는 것은 호주에서 용납되지 않는 행위라는 사실을 잘 드러낸다”고 밝혔다.

현재 호주 내 모든 스시 베이 매장은 문을 닫았으며 회사 청산인이 관리하는 시드니 매장만 운영 중이라고 ABC는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