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위반, 불법 도박’...병사 일과 시간 휴대폰 계속 금지

지난 2019년 1월 경기도 가평군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혜산진부대에서 오후 일과를 마친 병사들이 당직사관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받고 있다. 당시는 병사 휴대전화 사용 자체가 금지됐는데, 이 부대는 2020년 7월 시행된 일과후 병사 휴대전화 사용에 앞서 시범운영을 하고 있었다. 가평/사진공동취재단, 한겨레 자료사진

국방부가 ‘병사 일과시간에도 휴대전화 사용 허용’을 검토했으나,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지금처럼 ‘일과후 사용'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몇몇 부대에 ‘일과중 휴대전화 사용’을 시범 운영 결과, 업무 집중력 저하로 임무수행 지장, 보안 사고, 불법 도박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육군훈련소와 신병교육대 훈련병은 다음달부터 주말·공휴일에 1시간씩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7일 “앞으로 보안 기술 등이 크게 발전하지 않는 한 현 상태에서는 병사 휴대전화 전면 허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무복무하는 병사는 휴대전화 사용을 아예 못하다 지난 2020년 7월 일과 시간 이후 휴대전화 사용이 허용됐다. 현재 병사들은 평일은 일과 이후 시간인 저녁 6~9시, 휴일은 오전 8시30분~오후 9시 휴대전화를 쓸 수 있다. 장교, 부사관 등은 부대 안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시간 제한이 없는데, 병사만 사용시간에 제한을 두는 것은 차별이란 문제제기가 나왔다.

‘병사 휴대전화 소지 시간 확대'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였다. 국방부는 시범 사업을 통해 각급 부대 병사에게 일과 시간에도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등 시간 확대 여부를 검토해 왔다. 2021~2022년 1·2차 시범, 지난해 7~12월 부대와 훈련소 45개로 확대해 3차 시범 운영을 진행했다. 3차 시범 운영은 아침 점호 이후부터 오후 9시까지, 취침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병사가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대신에 위반 시 제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시범 운영을 해보니, 제재 강화에도 불구하고 임무 수행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요인들이 계속해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병사들의 휴대폰 관련 위반행위는 3만7810건이었다. 이중에는 부대 안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보안 위반뿐만 아니라, 불법사이트에 접속해 억대 불법도박을 하면서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병사들의 돈을 빼앗거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를 협박해 영상을 전송받는 등의 범죄 행위도 있었다고 한다. 이 기간 불법 도박은 35건, 디지털 성폭력은 3건이 적발됐다. 군 간부들은 병사들의 근무·교육훈련 집중력 저하, 동료와 대화 단절 등을 우려하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3차 시범운영부대의 시범운영 전 6개월과 운영기간 6개월을 비교한 수치를 보면, 휴대전화 사용 확대로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는 국방부 주장의 근거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3차 시범 운영 기간(지난해 7월3일~12월31일) 위반 건수는 12만1192명 대상 1005건으로, 시범 운영 전 기간(지난해 1월1일~6월30일)의 11만4974명 대상 1014건에 견줘 인원은 많아졌지만 오히려 위반 건수는 줄었다.

다음달 1일부터 훈련병은 3차 시범에서 적용된 것처럼 주말과 공휴일에 하루 1시간씩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하고, 군 병원 입원 환자는 업무를 하지 않는 입원 생활의 특수성을 고려해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휴대전화 사용이 허용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