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향해 “조선 돌아가라”…‘혐오 발언’ 인정한 도쿄도, 제재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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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 단체가 지난해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참석한 재일동포 등을 향해 '조선으로 돌아가라'고 발언한 것이 '헤이트 스피치'(공개적 차별·혐오 표현)에 해당한다는 도쿄도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에 인정된 '혐오 발언'은 지난해 9월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일본 시민단체가 진행한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100주기 추도식'을 방해하려던 극우 단체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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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지사 7년째 추도문 거부, ‘혐오’ 부추겨
일본 극우 단체가 지난해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참석한 재일동포 등을 향해 ‘조선으로 돌아가라’고 발언한 것이 ‘헤이트 스피치’(공개적 차별·혐오 표현)에 해당한다는 도쿄도의 판단이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7일 도쿄도 총무국 내 설치된 인권부가 지난 2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회를 열고 재일동포 등에 대해 ‘조선으로 돌아가라’, ‘너희들은 쓰레기’라고 발언한 것은 도쿄도 조례에 따라 “부당한 차별적 언동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도 인권부는 온라인에 올라온 혐오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삭제할 것을 도쿄법무국에 요청했다. 다만 차별 발언을 한 사람이나 장소 등 자세한 내용은 공표하지 않았다. .
이번에 인정된 ‘혐오 발언’은 지난해 9월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일본 시민단체가 진행한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100주기 추도식’을 방해하려던 극우 단체에서 나왔다. 이날 오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는 극우 단체인 ‘소요카제’(산들바람)가 조선인 추도비 철거를 요구하며 집회를 예고했다. 이들은 2017년부터 추도식이 열리는 장소 인근에서 ‘조선인 학살은 거짓’이라며 방해 집회를 해왔는데, 지난해엔 장소를 조선인 추도비 앞으로 옮겨 갈등이 커졌다. 일본 시민과 재일동포 수백여명이 추모비 앞을 지키며 이들의 접근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극우 단체 참석자가 “조선에 돌아가라”, “너희들은 쓰레기”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한 참석자가 “현장엔 재일 한국인·조선인도 있었다. 차별 대상자를 직접 겨냥한 혐오 발언”이라며 도쿄도에 신고해 이번에 ‘헤이트 스피치’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소요카제’는 2019년 집회에서도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켜 일본인 가족이 살해당했고, 집이 불탔다”고 허위로 발언해 이듬해 ‘헤이트 스피치’로 인정된 바 있다.
도쿄도는 2019년 4월부터 ‘헤이트 스피치’를 금지하는 조례를 전면 시행하고 있으나, 별다른 제재 조항이 없어 ‘혐오 발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2017년 이후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는 점도 극우 단체의 혐오 발언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 극우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시하라 신타로를 비롯해 이노세 나오키, 마스조에 요이치 등 2006년 이후 역대 도쿄도지사들은 추도문을 보내왔다. 조선인 학살은 자연재해로 숨진 이들과 성격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고이케 지사도 취임 첫해인 2016년 추도문을 보냈지만, 이듬해인 2017년부터 “개별 행사의 송부는 삼가겠다”며 갑자기 중단했다. 매해 일본 시민단체로 구성된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전 실행위원회’가 고이케 지사에게 추도문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도쿄대 교수와 직원 83명이 지난 5일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추도문을 보내라는 요청문을 도쿄도에 처음으로 전달했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1일 오전 11시58분 발생한 규모 7.9의 대규모 재해로 10만5천여명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됐다. 당시 불안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돼 이 과정에서 일본 경찰과 군대, 자경단이 조선인 등을 학살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대지진 이후 일본 정부가 사건을 은폐하면서 조선인 희생자 수나 원인 등이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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