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미국 주식 주간거래 9만 계좌에서 6300억 취소”
보상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7일도 원자재 등 일부 ETF만 주간거래 가능
한국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한 지난 5일 미국 주간거래 중단으로 9만개 계좌에서 총 6300억이 취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NH투자증권 등 11개 증권사에 미국 주식 주간 거래(데이마켓 오전 10시~오후 4시 30분) 중단에 따른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미국 대체거래소 블루오션의 주식체결 취소 통보 이후 각 증권사의 정규장 재개 시점이 제각각 달랐는데, 이로써 투자자 피해가 확대된 점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것이다.
미국 주간거래 서비스란 미국 새벽 시간인 한국의 낮 시간대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다. 미국 규제당국에서 야간거래 승인을 받은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을 통해 국내 증권사가 주문을 넣어 거래가 가능한 구조다.
블루오션을 통한 주간거래가 막힌 건 한국을 포함 아시아 주요 증시가 급락한 지난 5일 본격화했다. 당시 블루오션은 투자자들의 주문이 몰리자 한국 시간 기준 오후 2시 45분을 기점으로 모든 거래를 취소했다. 이날 금감원에 따르면 주간거래가 취소된 거래금액(잠정)은 총 6300억원(약 9만개 계좌) 규모로 파악됐다.
삼성·KB·NH 등 일부 증권사는 블루오션의 주문 취소 대응이 늦어졌다. 원래대로라면 오후 10시30분 미국 정규장이 열려야 했으나 1~3시간씩 거래가 중단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블루오션의 주문 취소 후 각사가 일일이 이를 취소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규장 재개시점의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규장 개장 전 거래를 재개한 곳은 토스증권과 키움증권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주문 취소 처리를 시스템을 돌려 대응해 정규장 시점을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실태조사를 마치고 증권사 귀책 사유를 살펴 보상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금감원에 관련 민원 109건이 접수됐다. 한 투자자는 “매도가 막혀서 계속해서 손실이 불어 천만원 넘게 날아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상 절차가 원활히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부 증권사는 투자자들에게 시스템 오류가 생겨 매매시점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고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거래 재개가 늦어졌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곧 소비자 피해를 접수받아 내부 원칙과 기준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도 “현지 대체거래시스템의 시스템 오류로 인한 일방적 거래취소로 발생하여 국내 증권사의 귀책을 단정하기는 어려운 사항”이라면서 “증권사와 투자자 간 자율 조정을 우선 추진하는 등 투자자 불만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블루오션은 이날도 제휴를 맺은 국내 모든 증권사에 원자재 등 29개 상장지수펀드(ETF) 종목만 거래할 수 있다고 통보하는 등 거래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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