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김희재, 정동원…트로트 말고도 잘하는 게 많네!
요 몇년 새 트로트 음악계가 부쩍 활기를 띄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덕이다. 최근 들어 젊은 트로트 가수들의 이색 변신이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기존 팬덤을 넘어 더 폭넓은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연기에 도전한 임영웅이다. 그가 주연을 맡은 30분짜리 단편영화 ‘인 옥토버’가 지난달 6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와 티빙에서 공개됐다. 바이러스로 황폐해진 사회를 배경으로 주인공 영웅이 여러 사건과 힘겨운 감정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권오준 감독이 연출했고, 배우 안은진과 현봉식도 출연했다. 흉터 있는 얼굴로 출연한 임영웅의 연기는 꽤나 자연스럽다. 전북 익산, 충북 충주 등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영상도 보는 맛을 더한다.
‘인 옥토버’의 일부 영상은 임영웅이 지난 5월 발표한 신곡 ‘온기’ 뮤직비디오로 먼저 소개됐다. 임영웅이 지난 5월25~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친 공연 ‘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에서 영화의 일부를 상영하기도 했다. 임영웅은 당시 공연에서 “전부터 단편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해오다 지난 투어 마지막 회식 때 슬쩍 던졌는데 이렇게 될지 몰랐다. 휴가로 간 숙소에서 혼자 시나리오를 썼다. 몰론 감독님이 내용을 싹 바꿨지만…”이라고 뒷얘기를 전했다.
사실 임영웅은 트로트 가수로만 규정할 수 없다. 본래 팝 장르 가수로 활동하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섰기 때문이다. 우승 이후에도 트로트뿐 아니라 발라드, 케이(K)팝 스타일의 이디엠(EDM) 등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여왔다. 그러다 이번엔 연기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것이다. 그는 공연에서 “앞으로 연기를 좀 해볼까 한다. 코미디, 액션, 로맨스…”라고 웃으며 말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연기에 대한 욕심을 보인 것이다. 조만간 드라마에서 임영웅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트로트 신동’으로 불렸던 가수 김희재도 연기에 도전했다. 영상 매체가 아니라 뮤지컬 무대에서다. 그는 지난해 ‘모차르트!’에서 주인공 모차르트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다. 처음부터 너무 큰 배역이라 부담감이 컸을 텐데도 무난하게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희재는 지난 6월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씨제이토월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8월25일까지)에서 주인공 코세이 역을 맡아 두번째 뮤지컬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신동 피아니스트로 불렸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후 생긴 트라우마로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코세이는 바이올리니스트 카오리 등 친구들과 어울리며 상처에서 벗어난다. 김희재는 평소 어리숙하다가도 피아노 앞에서 천재성을 드러내는 코세이를 맞춤옷처럼 연기한다. 김희재는 지난달 4일 프레스콜에서 “또래 친구·동료들과 연습하고 공연하면서 힘들다는 느낌보다 즐겁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김희재의 뮤지컬 출연은 공연계에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뮤지컬 공연장에 평소 드물었던 중장년 관객들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희재 출연 회차는 매진되기 일쑤고, 팬들이 지역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올라오기도 한다. 공연이 끝난 뒤 중장년 팬들이 김희재의 ‘퇴근길’을 보려고 기다리는 진풍경도 펼쳐진다.
10대 트로트 가수 정동원은 요즘 제이디원(JD1)이라는 새 이름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케이팝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자 ‘솔로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로 만든 독립된 페르소나이자 부캐릭터다. 제이디원은 지난 1월 첫 싱글 ‘후 엠 아이’로 데뷔한 직후 음악방송 1위 후보에 오르는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대만에서 열린 ‘골든웨이브 인 타이완’에 출연하며 글로벌 활동을 시작했고, 이달 일본어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는 등 일본 활동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애초 오는 10일 ‘드림콘서트 월드 인 재팬’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현지 폭염으로 공연이 연기된 상태다.
트로트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팬덤이 탄탄한 몇몇 트로트 가수의 색다른 시도는 다른 트로트 가수에게도 동기 부여가 된다. 자극받은 다른 가수들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면서 대중에게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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