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영국…"폭력사태에 SNS 기업도 책임" [스프]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2024. 8. 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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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프링] 극우 폭력사태 계기로 '가짜뉴스와의 전쟁' 나선 영국 정부
영국 전역에서 극우 폭력시위가 1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키어 스타머 정부가 폭력 사태를 부추긴 소셜미디어의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를 대상으로 칼을 빼들었습니다. 소셜미디어와 가짜뉴스가 극우 폭력 사태의 '증폭'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또 '국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지 조사 중입니다.

무슨 상황인데?

영국의 극우 폭력 사태는 지난달 29일 리버풀 인근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흉기 공격이 발생해 어린이 3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후, '용의자로 체포된 17세 남자가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허위정보가 확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AP 통신은 사건 발생 몇 시간 만에 '범인 이름은 알리 알샤카티'라는 허위정보를 처음 올린 곳은 X(옛 트위터)의 한 계정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이 계정은 뉴스 사이트가 운영하는 계정으로 되어 있지만, 언론사가 운영하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AP통신은 문제의 X 계정을 운영하는 사이트는 주로 엔터테인먼트와 폭력적인 사건 뉴스를 퍼 나르는데, 인공지능이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게시글은 이후 지워졌지만 이미 소셜미디어에 확산된 뒤였습니다. 가짜 이름인 '알리 알샤카티'는 사건 발생 다음날인 7월 30일 오후까지 X에서만 1만 8천 개 이상의 계정에서 3만회 이상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토미 로빈슨이라는 극우 활동가가 폭동 발생 직후 이번 사태가 무슬림 폭도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의 논평과 동영상을 자신의 X에 올렸고, 이 글은 X와 다른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었습니다. 로빈슨은 이민자 혐오를 부추기는 글을 올려 2018년 트위터 사용이 금지됐을 정도로 극단적인 주장을 해온 인물인데요,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11월 트위터를 인수해 X로 바꾸면서 계정이 복원돼 X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흉기난동범에 관한 허위 정보가 확산되고 하루 만인 지난달 30일, 사우스포트의 모스크(이슬람 사원) 앞에서 폭력 시위가 벌어져 경찰관 50여 명이 다쳤습니다. 다음날인 지난달 31일에는 시위자들이 런던에서 '우리나라를 돌려받고 싶다' '보트를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동상에 조명탄을 던졌습니다.

반 이슬람, 반 이민 폭력 시위가 확산되자 영국 정부는 지난 1일 흉기 난동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했습니다. 원래 영국에서는 미성년 피의자의 이름 등 상세한 신상은 비공개가 원칙이라 이전에는 나이와 성별, 출생지 등만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허위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법원의 허가를 얻어 '액설 루바쿠다나'라는 실명을 공개한 것입니다.

그는 영국 웨일스 카디프 태생으로, 이슬람과의 관련성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신원이 알려진 이후에도 여전히 소셜미디어에서는 가짜 이름이 추천 검색어로 나오거나, 허위정보가 포함된 글이 추천되기도 했습니다. 가짜 뉴스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에도 소셜미디어에서는 알고리즘을 통해 계속 허위정보가 노출된 것이죠.

피의자의 실명이 공개됐지만 이미 영국 전역으로 확산한 극우 폭력 시위 사태는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은 단계가 됐습니다. 반 이민·반 이슬람 폭력시위에 대항하는 맞불 시위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까지 엮이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BBC는 엿새 동안 시위 대응에 나선 경찰관 수십 명이 부상했고, 폭력 사태 가담자 378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영국 정부는 폭력 사태와 관련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기업에도 책임을 물을 것이며, 온라인상에서 증오를 선동하는 이들도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소셜미디어에서 떠도는 허위정보가 극우 폭력 사태를 부추겼다면서 SNS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기업에도 책임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또 5일 긴급안보회의를 열고 '동기가 무엇이든 이번 시위는 항의가 아니라 그야말로 폭력'이라며, '폭력을 선동하는 것이라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관계없이 모든 이들에게 법의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베트 쿠퍼 영국 내무장관도 BBC 라디오 5에 '소셜미디어 기업들 또한 이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경찰이 '온라인 범죄성'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일부 허위정보와 폭력 조장에 '로켓 부스터를 달았다'면서, 이 문제에 관해 빅테크 기업들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온라인 허위정보 근절을 위한 법적 틀을 만드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더타임스 기고문에서는 'SNS에서 증오를 선동하는 이들은 (시위 현장의) 폭도들과 같은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 정부와 언론, 전문가들은 허위 정보가 극우 활동가들의 계정과 SNS의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했으며 러시아 연계 의심을 받는 온라인 뉴스 매체에 실리면서 더욱 퍼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키어 스타머 총리의 대변인은 5일 '분명히 우리는 온라인에서 '봇' 활동을 목격했고, 그중 상당 부분은 허위정보를 증폭하는 국가 행위자의 관여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범죄청(NCA)과 과학혁신기술부에서 이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걸음 더

소셜미디어 X 소유주인 테슬라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 4일 자신의 X 계정에 영국의 폭력 시위 영상을 올리며 '내전은 불가피하다'고 적어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그는 또 지난 5일에는 스타머 영국 총리 성명에서 '이슬람 사원과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문장을 인용하며, '모든' 공동체에 대한 공격에 대해 걱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다음날은 버밍엄에서 친팔레스타인 세력으로 보이는 시위자들이 술집을 공격했다는 다른 이용자의 게시물을 공유하는 등, 영국 정부가 시위에 이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머스크가 시위와 관련된 선동적 콘텐츠에 느낌표나 댓글을 달며 동조한 것이 온라인에 선동적인 콘텐츠를 퍼뜨리는 데 일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머스크가 가져온 콘텐츠 중에는 영국 극우 운동가인 토미 로빈슨이 게시한 폭동 영상도 있었습니다. CNN도 '머스크의 반 이민적 수사법은 온라인에 퍼진 거짓 정보가 현실 세계의 폭력을 조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남은 이야기와 영상은 스프에서)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sh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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