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만나고파” 이재명 러브콜…與, 두 번째 영수회담에 떨떠름한 이유
4월 첫 회담 후 100일여 만…박찬대도 공개 제안하며 가세
與 “첫 회담 때보다 분위기 더 안 좋아” “한동훈부터 만나야”
대통령실 “민주당 경선 끝나고 논의” 신중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지금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꼽으며 사실상 두 번째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지난 4월 첫 영수회담 후 100일여 만에 다시 만남을 제안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민주당) 경선 후 논의하자"고 밝힌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회담의 실익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전날 SBS 주최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다시 만나고 싶다. 지금 상황이 너무 엄혹하고 특히 경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이를 어떻게 타개할지, 꽉 막힌 대결 정국을 어떻게 해결할지 만나서 진지하게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7일 오전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곧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야 영수회담'을 공식적으로 제안하며 대통령실과 여당의 수용을 압박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이 후보는 지난 4월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2시간 넘게 첫 영수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양측은 "앞으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 취임 약 720일 만에 성사된 것으로, 그 전까지 여덟 번에 이르는 이 전 대표의 끈질긴 회담 요청이 있었다.
당시 별도의 공동 합의문은 없었지만 민주당이 추진했던 이태원참사특별법 수정안에 정부·여당이 합의키로 하는 소기의 협치 성과를 이룬 바 있다. 야당의 단독 입법과 대통령의 거부권 정국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이 전 대표는 '민생'을 앞세워 전날 물꼬를 튼 영수회담 요청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재명 혼자 15분 입장문 읽어놓고…"
대통령실은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이 전 대표의 제안에 "대통령이 휴가를 떠난 상황이라 입장을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민주당) 경선이 진행 중인 만큼 경선이 끝나야 논의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두 번째 영수회담이 빠르게 성사돼 첫 회담 이상의 실익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여당에서 이러한 기류는 더욱 강하게 감지된다. 가장 큰 이유로는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신뢰 부족'이 꼽힌다. 22대 국회 개원 후 7개의 법안이 민주당 주도로 단독 통과됐으며, 김건희 여사 특검과 윤 대통령 탄핵까지 추진하는 상황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민주당이 이러한 행보를 멈추지 않을 거라는 게 여당 내 중론이다.
여당에선 4월 첫 회담 당시 이 전 대표의 '입장문 낭독'을 소환하며 두 번째 회담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첫 회담 당시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을 비판하는 A4용지 10쪽 분량의 입장문을 낭독했고, 야당에선 '사이다' '주도권을 가져왔다'는 자평을 내놓은 바 있다. 여권 내에서도 이 전 대표의 발언권만 모두 허용하고 정치적 체급만 높여줬을 뿐 큰 실익은 챙기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첫 회담 때 이 대표가 15분 넘게 홀로 대통령의 국정을 작심 비판하지 않았나. 미리 합의된 행동도 아니어서 대통령실도 우리 당도 불쾌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민주당에서 더 많은 요구서, 더 많은 청구서만 가득 안고 회담장에 나올 것 같다"며 "영수회담 분위기가 좀 좋았다고 해서 민주당이 입법 독주를 멈추겠나"라고 반문했다.
'실익' 뿐 아니라 첫 영수회담보다 '임팩트'도 떨어질 거란 지적도 제기된다. 당시 오랜 기다림과 조율 끝내 성사된 첫 만남이었던 만큼, 구체적 성과가 부족해도 만남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그러나 이후 여야는 극한 정쟁을 반복했고 소통 창구는 다시 굳건히 닫힌 상태다. 이 때문에 두 번째 영수회담에서 또 한 번 소통 장면을 연출하더라도 국민적 기대감은 크게 떨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경우 당시 '불통의 이미지'를 일부 쇄신하는 효과를 얻었지만 이번엔 그 효과도 적을 거란 관측이다.
"이재명-한동훈 만나 합의점 찾는 게 먼저"
여당에선 이 전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할 경우, 대통령이 아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부터 만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야 새 수장이 먼저 '대면식'을 갖는 게 순서상 맞는 데다, 현재로선 영수회담보다 오히려 여야 대표 간 회담이 꽉 막힌 국회 상황의 돌파구를 뚫을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전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영수회담이 필요하면 또 만날 순 있지만, 이 전 대표가 연임을 하게 되면 먼저 여야 대표 회담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 회담에서 민생 현안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지고, 만일 그것이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라면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는 회동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순서대로'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 번 만나 (이 전 대표가) 10여 분 선전포고문 읽듯이 했고, 비공개 회담 들어가서는 또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얘기를 했다. 이렇게 됐는데 과연 또 만날까"라고 회의적으로 전망하며 "다만 한동훈 대표가 있으니 (이 전 대표와) 한 대표하고 대화를 먼저 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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