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서 써 보면 압니다, 이 선수의 가치를… 순탄한 전역 신고, 지친 SSG 불펜 단비될까

김태우 기자 2024. 8. 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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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역한 장지훈은 제대 후 4경기에서 한 점도 실점하지 않으며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SSG랜더스
▲ 장지훈은 제대 후 4경기에서 나가 5⅓이닝을 던지며 아직 실점이 없다. 피안타율은 0.118,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0.94로 안정감이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2021년 SSG의 2차 4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한 장지훈(26)은 사실 그렇게 내세울 게 없는 투수처럼 보일 수도 있다. 사이드암 유형인 장지훈은 최근 리그에서 각광을 받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시속 140㎞ 안팎의 구속을 기록한다. 화려한 탈삼진쇼를 벌일 수 있는 선수도 아니다. KBO리그 1군 통산 140⅔이닝에서 기록한 탈삼진 개수는 87개다.

그런데 마운드에 올려보면 진가를 알 수 있는 선수다. 타자를 상대할 줄 안다. 화려하지 않지만 범타를 유도한다. 제풀에 막 무너지는 경우도 별로 없다. 안정감이 있다. 투구 수도 효율적이다. 탈삼진은 적지만 대신 공 한 개로 타자를 요리할 수 있는 유형의 선수다. 멀티이닝도, 연투도 척척 해낸다. 상황을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다. 쓰다보면 이만한 선수가 별로 없다.

장지훈은 그런 장점을 앞세워 2021년 데뷔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1군 60경기에서 무려 80⅓이닝을 던지며 10홀드와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했다. 팀 마운드가 어려울 때 정말 다양한 방면에서 고군분투를 했다. 2022년 성적은 2021년보다 다소 못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무너진 건 아니었다. 40경기에 나가 55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했다. 그리고 군 복무를 위해 잠시 팀을 떠났다.

적절한 시기에 군 복무를 해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병역 혜택을 바라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2년간 투구 이닝이 너무 많았다. 상무에서 적당한 이닝을 던지며 팔의 피로도를 풀고 경기 감각을 유지하면 제대 후 곧바로 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이숭용 SSG 감독의 기대주이기도 했다.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는 같이 제대한 좌완 김택형에 쏠렸지만, 이 감독은 장지훈의 투구도 눈여겨봤다. 김택형은 상대적으로 이 감독 또한 데이터가 많았던 만큼 오히려 그보다는 상대적으로 미지의 투수였던 장지훈에 더 주목했던 측면도 있었다.

제대 후 곧바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코칭스태프가 장점을 눈여겨봤다. 한동안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으나 한 번 물꼬가 트인 후에는 이제 코칭스태프가 믿고 쓰는 안정감을 가진 선수로 재확인됐다. 장지훈은 제대 후 4경기에서 나가 5⅓이닝을 던지며 아직 실점이 없다. 피안타율은 0.118,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0.94로 안정감이 있다. 최근 세 경기에서는 모조리 아웃카운트 네 개 이상을 책임졌다. 그러면서도 네 경기 중 투구 수가 20개 이상이었던 경기는 딱 한 번이었다.

아직 몸 상태가 100%라고 볼 수는 없다. 한창 좋을 때보다 구속이 떨어진다. 상무에 있던 시절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재활이 길기도 했다. 제대를 앞두고 몸을 차분하게 끌어올렸는데 아직 다 된 건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장점을 앞세워 선전하고 있다.

▲ 필승조 투수들의 체력에 노란불이 들어온 가운데 SSG는 이들의 부담을 덜어줄 선수가 더 필요하고 장지훈은 새롭게 그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SSG랜더스

이숭용 SSG 감독도 장지훈의 가치를 대번에 알아봤다. 이 감독은 6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나는 장지훈을 되게 좋게 보고 있다. 지금보다 스피드는 더 나올 것 같다”면서 “(타자를) 상대하는 것이나 커브를 쓰는 것, 템포 등 굉장히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SSG는 현재 누가 뭐래도 불펜의 기름통에 노란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노경은 조병현 이로운 등 핵심 선수들의 등판 경기 수와 등판 이닝이 많았다. 최고 구속만 놓고 보면 절정일 때보다 꽤 떨어진 상태다. 이에 마무리를 맡아 상대적으로 체력에 여유가 있었던 문승원을 앞으로 돌리는 등 고육지책까지 쓰고 있다. 이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필승조가 1~2명 더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돌아가면서 나가 체력 관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진용 김택형이 주목을 받은 가운데 장지훈도 그 대열에 들어설 수 있다. 필승조 경험도 있고, 빠르게 이닝을 끊어갈 수도 있는 선수다. 올해 가능성을 보인다면 내년에는 더 체계적인 준비 속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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