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조상우한테 졌다” KIA 타격장인이 인정한 남자…SSG 37세 리빙 레전드의 타격 짬바와 건전한 욕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 조상우한테 졌다.”
SSG 랜더스는 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 1-2로 뒤진 경기를 7회 4득점하며 재역전, 승부를 갈랐다. 최고 승부처는 2-2 동점이던 2사 2루였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최정이 타석에 들어서자 김성민을 내리고 이날 복귀한 조상우를 투입했다. 일단 셋업맨으로 쓰겠다고 했고, 메인 요원이 나가야 할 상황이었다.
볼카운트는 2S. 최정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여유가 있던 조상우가 3구를 커브로 택했다. 슬쩍 바깥쪽으로 멀어지는 궤적을 그렸으나 최정이 약간 타이밍을 죽인 채 가볍게 잡아당겨 결승 1타점 좌중간 2루타로 연결했다. 홈런 두 방보다, 실제적으로 가장 값진 한 방이었다.
최정은 통산 2256경기서 484홈런을 친, KBO리그 최다홈런 보유자다. 2228개의 안타와 1530개의 타점을 생산한, 리빙 레전드 3루수다. ‘원조’ 타격장인 최형우(41, KIA 타이거즈)조차 자신의 모든 누적기록을 최정이 갈아치울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
정말 그 순간은 최정의 타격 테크닉과 노련미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흔히 말하는 중 타이밍도 아니었고, 1.5박자 정도 숨 쉬고 쳤는데 장타가 된 느낌이었다. 최정은 “그 전 타석에 찬스를 살리지 못해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 마침 조상우가 나왔다. 불리한 볼카운트라서 ‘아 이거 졌다’ 싶었다. 그래도 삼진 먹지 말고 유인구에 속지 말고 어떻게든 쳐서 결과를 내자 싶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정은 “히트&런을 한다는 느낌으로, (스트라이크)비슷한 공을 다 치자는 생각이었다. 조상우가 실투를 하는 바람에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안 좋은 마인드이긴 한데, 공을 쫓아나간 것이었다”라고 했다.
최정의 테크닉은 9회 키움 김연주를 상대할 때도 드러났다. SSG의 전력분석에 따르면 김연주는 스피드에 비해 분당 투구 회전수가 좋은 스타일. 최정은 초구 볼을 지켜보더니 “공이 솟더라. 그냥 치던대로 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내려치자는 생각이었다. 노림수를 갖고 돌렸는데 넘어갈 줄 몰랐다”라고 했다.
최정은 올 시즌을 끝으로 SSG와의 6년 106억원 FA 계약의 막을 내린다. SSG는 최정과의 이 계약이 끝나가는 시점에도 최정의 후계자를 찾지 못했다. 젊은 타자들 중에서 후보는 여럿 보이지만, 사실 최정이 워낙 쌓아온 커리어가 대단해 더욱 거리가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
그런 최정은 37세의 나이에, 이 폭염에도 3루 수비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흔히 타자들이 땀이 식는 게 싫고, 긴장감을 갖기 위해 수비를 하는 걸 선호한다. 단, 나이를 먹고 운동능력이 떨어지면 딜레마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최정의 3루 수비는 여전히 리그 탑클래스다. 이날 한 차례 저글한 뒤 내야안타성 타구를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누구도 최정의 수비가 아직도 리그 탑이라는 것에 부정하지 않는다. ‘광주 몬스터’ 김도영이 올해를 기점으로 3루 지형도를 바꿨지만, 수비는 아직 멀었다.
최정은 “그래도 수비를 하면서 뛰는 게 좋다. 폭염에 습해서 많이 힘들긴 하다. 그래도 수비를 계속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에 감사하다.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라고 했다. 올 겨울 SSG가 최정에게 어느 정도의 대우를 할 것인지가 또 다른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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