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해파리의 습격…뜨거워진 바다 때문인가요?

신소윤 기자 2024. 8. 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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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쫌’ 아는 기자들
대부분 해역에 내린 ‘해파리주의보’
해수면온도 상승·바다 오염으로 다량 발생
최근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쏘임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7월24일 강릉시 경포해수욕장 백사장 가까이에 커다란 노무라입깃해파리가 파도에 쓸려 와 있다. 연합뉴스

A. “올해 해파리가 엄청 많아요. 많게는 10㎏씩 나가는 해파리가 6~7마리씩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그물을 다 망쳐요. 어떤 때는 해파리만 올라올 때도 있어요. 그물만 망치나. 해파리랑 같이 올라온 물고기들도 다 상처를 입어서 상태가 안 좋아요. 어민들은 그물 끌어 올리다가 해파리 촉수에 얼굴도 쓸리고, 몸도 쓸리고 얼마나 아픈지 몰라요.” 강원 양양군에서 어업 활동을 하는 이천우 현남면자망협회장은 “올여름엔 조업 안 나가고 싶을 정도”라며 해파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합니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 해역에 ‘해파리주의보’를 발령한 상태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최근 국내 연안에서 가장 많이 출현하는 노무라입깃해파리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1헥타르(㏊)당 평균 108마리로 지난해 9마리에 비해 10배 넘게 늘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노무라입깃해파리, 보름달물해파리, 커튼원양해파리, 작은상자해파리, 작은부레관해파리 등 총 5종의 해파리를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유해해양생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모든 종류의 해파리는 독성을 갖고 있고, 근처로 생명체가 지나가면 길게 늘어진 수많은 촉수에서 독침을 쏩니다. 독침에 쏘이면 즉각적인 통증에 이어 부종, 발열, 근육마비,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1일 오후 부산 송정해수욕장 인근에서 송정어촌계 선박으로 해파리가 포획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연안에서 해파리가 지속해서 다량 출현하다 보니 어민들뿐 아니라 휴가철 해수욕을 즐기는 시민들도 공포를 호소합니다. 부산에 사는 김주영(38)씨는 해마다 여름이면 바다 수영을 즐기는데 “경주 앞바다에서 아이 키 절반만 한 대형 해파리를 여러 마리 보고 겁이 나서 도저히 더 수영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달라진 바다를 보니 새삼 이런 게 기후변화인가 싶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파리가 많아진 것 아니냐”며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 해수면 온도는 지난 6월 기준 15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제공하는 ‘해파리 모니터링’을 보면,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지난 1일 기준 출현율이 53.2%로 7월18일 36.3%, 7월25일 43.1% 등 매주 출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500명의 어업인모니터링요원을 통해 매주 해파리 주간 동향을 파악하고 출현율을 집계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의 경우엔 269명의 요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노무라입깃해파리를 관측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단지 뜨거워진 바다가 ‘해파리의 습격’을 불러온 것일까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따뜻해진 바다는 해파리의 출현 시기를 앞당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소엔 7월이나 돼야 눈에 띄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5월부터 해파리 특보가 내릴 정도로 앞바다에서 눈에 많이 띈다는 거죠. 다만 개체 수가 많아지는 건 먹이 조건 등 다른 요인이 더 크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윤석현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기후변화연구과)에게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노무라입깃해파리. 위키미디어커먼스

윤 연구관은 “해파리가 따뜻한 바다에서 많이 살다 보니 우리나라 주변 수온이 상승하면서 해파리가 더 빨리, 더 다양하게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해파리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연안 개발과 오염 물질 방류로 바다에 영양분이 과도하게 공급돼 해파리의 먹이인 플랑크톤이 매우 빠르게 번식한다는 점, 해파리의 유생인 ‘폴립’은 어딘가 부착해 성장하는데, 제방 등 해양 인공구조물이 많아지며 번식이 용이해진 점 등도 증가 요인”이라고 꼽았습니다.

특히 올해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심각할 정도로 많이 나타난 것에 대해서는 “지난 5월 말에 중국 남부 해역에 집중호우가 내려 양쯔강에서 영양물질이 바다로 많이 흘러들어오고, 동중국해에서 번식하는 해파리 먹이 조건이 좋아지며 대량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 남쪽부터 대만에 걸쳐 있는 동중국해에서 해파리가 발생해 남동풍 계열의 바람에 의한 조류를 타고 우리나라 제주를 지나 동해까지 흘러왔다는 것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주에서는 2019년 1만여명이 해파리에 쏘여 일부 해수욕장이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윤 연구관은 “바다가 아열대화하고, 오염 물질이 바다에 배출되고, 해양 인공구조물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해파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 바다도 예외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해파리에 쏘인 경우, 즉시 물 밖으로 나오고, 바닷물이나 생리식용수로 신속하게 세척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수돗물을 이용하면 해파리 독침이 더 퍼질 수 있다고 합니다. 통증이 남아 있을 때는 45도 안팎 온도의 온찜질을 하는 것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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