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낮 거래 말썽, 이번이 처음 아니네… 피해보상은 힘들 듯

문수빈 기자 2024. 8. 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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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체결 취소 통보에 계좌 잠시 묶여
국내 증권사 아닌 현지 거래소 전산 문제
똑같은 거래소에서 동일 문제 수 차례
대부분의 증권사가 데이마켓 유의사항 공지하고 있어

한국거래소가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시킬 정도로 급락했던 국내 증시가 일부 회복됐지만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달려가면서 주문이 몰려 국내 증권사의 미국 주식 데이마켓(주간거래) 서비스가 중단되면서다. 데이마켓 서비스란 미국의 정규장이 개장되기 전에 우리 시간으로 낮에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지난 5일 데이마켓이 조기종료된 지 3일 차인 7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 등 소수의 종목에 대해서만 서비스가 재개됐는데, 일부 투자자들은 서비스 중단으로 제때 거래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 중이다. 국내 증권사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미국 현지에서 발생한 오류로 인한 일이라 투자자 배상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할 전망이다.

우리 시간에 따른 미국 주식 거래 시장/미래에셋증권

미국 주식 데이마켓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11개 증권사는 29개 종목에 대해 데이마켓 거래를 재개했다. 지난 5일 데이마켓이 조기종료된 지 3일 만으로, 거래가 허용된 종목은 기존 1200여개의 40분의 1 수준이다. 거래가 재개된 29개 종목은 ETF와 펀드로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찾던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등은 여전히 거래가 막힌 상태다.

한국거래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열리는 정규장처럼 미국에도 현지 정규장이 있는데, 우리 시간으로 밤 10시 30분에서 다음 날 새벽 5시까지다. 국내 투자자가 이 시간에 주식 거래를 하기 힘드니 우리 시간으로 낮에 접수되는 주문을 취합해 미국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게 한 게 미국 주식 데이마켓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국내 증권사가 브로커를 통해 미국의 대체거래소(ATS)에 주문을 넣어 거래가 체결되는 구조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으로부터 데이마켓 서비스를 승인받은 현지 ATS는 블루오션뿐이라 국내 11개 증권사는 모두 블루오션과 계약을 맺은 상태다. 즉 블루오션 전산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데이마켓 거래가 막힌다.

지난 5일 거래 정지도 블루오션에서 비롯됐다. 블루오션은 우리 시간으로 이날 오후 2시 45분쯤 국내 증권사들에 기존에 체결된 주문을 거절한다고 통보했다. 사유는 블루오션의 처리 능력을 초과하는 수준의 주문이 들어왔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취소돼야 하는 주문들을 찾아 나섰고, 그동안 투자자의 계좌는 묶이게 됐다. 주가가 떨어져도 팔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6일 새벽에야 취소 처리를 마쳤고 이때부터 투자자의 계좌도 정상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이에 몇몇 투자자들은 국내 증권사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지만 입증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증권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 벗어난 외부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내 증권사가 블루오션이 아닌 다른 ATS와 데이마켓 거래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모든 증권사가 블루오션을 쓰는 이유는 FINRA의 허가를 받은 게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해당 서비스는 블루오션만 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블루오션의 말썽으로 데이마켓 서비스가 먹통이 된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올해 4월 블루오션은 거래량이 많다며 데이마켓 서비스를 조기 종료한 바 있다. 당시는 이번처럼 화제가 되지도 않았고 배상 논의도 없었다. 지난해 8월에도 블루오션의 전산 장애로 일부 주문의 정정과 취소 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금감원은 국내 증권사가 데이마켓 거래의 위험성을 투자자에게 충분히 고지했는지 따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와의 계약이나 약관이 어떻게 돼 있는지 살펴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부분의 증권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데이마켓 유의 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미국 주식 제휴 증권사, 전용선 라인, ATS 자체 문제 등으로 인해 장애 상황이 비교적 높은 빈도로 발생할 수 있다”며 “정규장 거래와 다른 환경으로 인해 거래가 불편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시세 제공, 주문 체결, 주문 전송 등 ATS와 현지 브로커, 유동성공급자(LP) 등 기타 사유로 인해 시세 및 주문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간거래 매매 시 유의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한편 현재 거래가 불가능한 건 데이마켓뿐으로 미국 정규장 거래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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